한국 땅콩, 북미 ‘공습’

● 스포츠 연예 2014. 1. 25. 19:32 Posted by SisaHan

한·캐 합작 애니 「넛잡」흥행 2위… 대박 예감

‘한국 땅콩의 북미 습격사건.’
한국 영화 제작사가 자본을 대고,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제작을 주도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넛잡: 땅콩 도둑들>이 북미 시장 흥행 2위까지 오르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넛잡…>은 북미 지역 3427개 상영관에서 지난 17일 개봉한 뒤 나흘간 2526만달러(269억원) 수익을 거뒀다. 개봉 첫날 480만달러 매출을 기록해 3위로 데뷔한 뒤, 이후 3일 동안 2,046만달러 수익을 더하면서 한때 흥행 2위까지 오르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첫 주말에만 전체 제작비(4200만달러) 절반을 회수했고, 나흘 상영으로 북미시장에서 상영된 한국영화 역대 최고 매출액(디 워:1092만달러)의 2배 넘는 수익을 올렸다. 한국 영화사 ‘레드로버’가 제작비 450억원을 들였고, 국내 애니메이터들이 캐릭터 디자인·컴퓨터그래픽·3D 등을 총괄, 캐나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툰박스’와 함께 만들었다.
 
북미 미국과 캐나다 시장은 2012년 기준 108억달러 규모로 전세계 영화시장의 30% 남짓을 차지하는 최대시장이다. 이전 한국 영화의 북미 흥행 기록은 2007년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갖고 있었다. 당시 영화는 북미 지역 2,277개 관에서 개봉했지만 정작 북미 시장에서는 “(가장 낮은 평가 등급인) Z등급에, 예상 외의 전개조차 없는 각본”이라는 평가와 함께 1,100만달러에 불과한 수익을 거뒀다. 예술영화인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38만달러)을 비롯해 국내에서 ‘1000만 영화’로 기록된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은 90만~200만달러 안팎의 흥행에 그쳤다.
 
이런 면에서 <넛잡…>은 초반 기세만으로도 한국 영화의 세계 시장 도전사에 특별한 의미가 될 만하다. 제작 기획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토이 스토리>, <라따뚜이> 등에 참여한 피터 레페티오티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론 카메론, 캐나다 3대 스튜디오 가운데 하나인 ‘툰박스’와 합작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제작비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평균(8000만달러)의 절반 정도지만, 여느 할리우드 영화와 차이점을 느끼기 어려울 만한 완성도를 보인다. 엔딩크레디트와 함께 싸이 캐릭터와 동물 친구들이 ‘강남스타일’ 춤을 추는 애니판 뮤직비디오는 국외 관객들한테 이질감을 주지 않으면서, 한국적 정서를 따로 배려한 보너스다. ‘순수 토종 한국영화’라 볼 순 없지만, 문화에서 국가간 장벽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이런 <넛잡…>의 방식은 한국 대중문화 수출의 또 하나의 진화된 전략이 될 만하다.
 
북미 1·2위 극장 체인 합작회사인 ‘오픈로드’가 북미 지역 배급을 맡았고, 세계적인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와 와인스타인컴퍼니가 각각 영국과 그외 세계 배급을 담당한다.
영화는 말썽쟁이 다람쥐 ‘설리’가 여러 동물들의 공동 식량 창고를 불태우는 사고를 친 뒤, 그의 단짝 친구인 생쥐 ‘버디’와 뉴욕의 한 땅콩 창고를 터는 ‘어린이용 케이퍼 무비’다.
< 홍석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