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교회 뒷 마당에 있는 140년 된 나무 세 그루를 자르는 큰일이 있었다. 지난 겨울 아이스 스톰으로 인해 나무 곳곳이 피해를 입은 터라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역시 140년 세월의 무게만큼 나무를 자르는 작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약 10톤이 넘는 나무 쓰레기가 말해 주듯이 엄청난 일이었다.
높이를 알 수 없는 나무들이 넘어지는 순간 모두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러한 긴장감 속에서 뜻밖의 사건이 발생했다. 쓰러지는 나무 중 한 그루에서 들고양이의 새끼들이 발견된 것이다. 그것도 다섯 마리나...!!!! 가지가 부러져 빗물에 썩은 곳에 그리 작지 않은 구멍이 있었는데 그곳에 어미 고양이의 출산이 있었던 것이다. 어미는 나무 자르는 소리에 놀라 도망갔고... 아직 탯줄도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눈도 뜨지 못한 아기 고양이 다섯 마리만 남아 있었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 때부터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가져다가 키우자니... “다섯 마리를... 그것도 아직 눈도 뜨지 않은 베이비들을...” 자신이 없었다. 고민 끝에 아이들과 함께 인터넷으로 동물 구조단체를 검색해 약 1시간 이상 운전하여 찾아 갔다. 그들의 답은 간단했다. 너무 어린 고양이인 고로 발견한 곳에 다시 갔다 놓으면 엄마 고양이가 찾아 갈 것이라는 답이었다.
다시 돌아와 여러 겹의 박스를 만들고 입지 않는 두툼한 옷을 깔아 고양들을 담아 발견했던 나무 근처에 갔다 놓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비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비가 오는 것을 본 아이들이 밤이 새도록 걱정과 근심을 나에게 호소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 또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직 했으면 그날 밤 고양이 꿈을....^^. 다음 날 새벽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새벽예배를 따라 나섰다.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의 생사 확인을 위해 지체없이 달려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에서 비교할 수 없는 사건이지만 최근에 고국에서 일어났던 사건과 오버랩 되기 시작했다. 지난 시간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가르친 경험이 없는 나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본능인 것을 알게 되었다. 미물의 ‘생명’이지만, 그 어떤 ‘생명’이든 귀하며 소중하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아도 우리 몸과 마음에 있어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무엇과도 비교 할 수 없고, 소중한 수많은 ‘생명’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너무도 마음이 아프고 허전하다. 사고가족은 아니지만 살아보려고 애를 썼던 아이들의 모습들이 생각날 때면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과 함께... 책임자들에 대한 아쉬움 또한 몰려온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새벽에 일어나는’ 아이들의 마음이... 또 지체 없이 달려가는 ‘최소한의 본능적 모습’에 대한 아쉬움이기에 더욱 더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다. 또 조직의 이익 논리가 ‘생명’을 향한 인간의 최소한의 본능을 마비시킨 듯 보여 참담하기 그지없으며, 이것이 온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 중 일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시 아기고양이 이야기로 돌아가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결국 세 마리는 엄마 손에 구조된 듯하고 (구조된 것으로 믿기로 했다.)... 다른 두 마리 아기고양이는 이틀 남짓 동안 온 가족이 살려보려는 의지를 가기고 노력했지만 차가운 밤바람과 비로 약해진 건강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그들이 죽는 순간 우리 온 가족은 함께 울었다.
‘생명’을 잃은 참담한 현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함께 우는 것이다. 이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로서 내 자녀를 잃은 것 같이.. 아니 ‘같이’라는 단어의 한계를 분명하게 알지만... 그러나 최선의 진심을 담아 울어 주는 모습... 이 진심이 나라를 책임지는 자들로부터 시작해 온 국민에게 흘러나와 유가족들에게 전해 질 때 비로소 오늘의 아픔을 치유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않을 까... 생각해 본다.
< 민경석 목사 - 한울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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