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동 준 희생학생 셀폰 사용자

지난 12일 오전 SNS와 커뮤니티에는 따뜻한 소식 하나가 전해져 많은 누리꾼들을 감동케 했다. ‘단원고 학생의 번호로 휴대폰 개통한 분의 감동 메시지’라는 내용으로,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 이아무개씨가 아이의 번호로 등록된 카카오톡에 “아빠가 미안해”, “저녁 먹었니?” 등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번호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사용자가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아빠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세요”라고 답을 했다는 이야기다.


세상을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며 대답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메시지를 보낸 아버지에게 휴대전화 이용자가 따뜻한 배려를 담아 답신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단원고 눈물의 졸업식 영상을 보면서도 참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는 순간 눈물이 터져버렸네요.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부모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통이라는데, 아버님 기억하고 있어요, 잊지 않아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라 생각하고 보내셨을 텐데, 천사 같은 분이 메아리를 보내셨네요. 아닌 밤중에 눈물이. 부모에게 자식은 몇 살이 되어도 아기지요. ‘제 아기 폰번호 쓰시는군요’에서 저는 버티질 못하겠네요”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여론이 각박하게만 흘러가고 있었는데 따뜻한 소식에 많은 이들이 잠시나마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우선 <한겨레>가 이씨에게 확인한 결과, 이런 카톡 메시지가 오간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이 아버지에게 전화했을 때, 아버지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 이번에도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기사를 썼기 때문이다. ‘인사이트’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이씨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카톡 메시지를 쓰고, 실명까지 고스란히 밝혔다.

 “11일 오후 아들 생각이 나서 카톡 메시지를 보냈어요. 당연히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답을 받아서 잠깐 대화를 나눴지요. 마음 좋은 분이 아이 번호를 쓰게 된 것 같아서 기뻤어요. 아이 생각이 많이 났고, 아이 번호를 쓰는 분이 고마워서 페이스북에 올린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사가 날 줄 몰랐어요.” 이씨의 말이다.


‘인사이트’는 이번 보도를 하면서 애초 단원고 학생의 실명까지 그대로 보도했다가, 아버지의 항의를 받고 실명을 뒤늦게 지웠다. 이씨는 “제가 지식이 짧아서 모자이크 처리를 못 하고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허락도 없이 무단으로 캡처하고 기사를 냈다”며 “어머니(학생 할머니)가 아직 아이가 세월호로 떠난 지 몰라서 이 사실을 알면 큰일인데, 인터넷으로 실명으로 캡처된 화면이 많이 유포되고 있어서 어머니가 아시고 충격받아서 돌아가실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얼마 전 세월호 유가족들 기자회견을 했을 때는 보도해주지도 않으면서 언론들이 이런 식으로 세월호 보도하면 안 된다”며 “얼마 전 광화문에서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데 시민들이 ‘보상 다 받았는데 왜 이런 기자회견 전단지 돌리느냐’고 하시더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시민의 배려로 모두가 따뜻해질 수 있는 사안의 뒤안길에 이런 씁쓸함이 남는다. <한겨레>는 이씨에게 허락을 구하고, 학생 이름을 모자이크 처리한 카톡 캡처 화면을 올린다.
< 박수진·이재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