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장후보 ‘역사관-도덕성’ 서로 맹공
한인회이사회 “최 후보 허위사실 유포” 성명
일부 보수인사, 광고로 이 후보 에둘러 비판
토론토 한인회 제34대 정·부회장을 뽑는 3.28 선거가 주말로 임박하면서 기호 1번 이기석-기호 2번 최재만 후보팀간 공방과 득표전이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다. 두 후보는 특히 지난 20일 선관위 주최 토론회에서 불거진 이른바 ‘친일파’ 발언과 ‘이사회 퇴출’논란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등 서로 양보없는 일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인회이사회와 선관위가 ‘이사회 퇴출’ 의 진상을 공개하며 최 후보가 허위 발언을 했다고 반박과 경고를 발하고, 일부 보수인사들은 ‘친일파’논란의 이 후보 비난공세에 가세, 막판 선거전이 제3자로까지 번지는 전례없이 기묘한 양상을 보이며 난타전으로 치닫고 있다.
23일 회합을 갖고 논의한 바 있는 한인회 이사회(이사장 박준석)는 24일 성명을 내고 “선거가 흑색선전과 유언비어로 혼란스럽게 됐다”면서 “최재만 후보팀은 한인회 폄하와 허위사실로 이사회와 이사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수시로 하고 있다”고 비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공개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이어 토론회에서 최 후보가 발언한 △투표자 회원비 30$을 반대하다 짤렸다. △투표장소를 4곳으로 늘리려고 싸우다 사퇴했다. △한인회는 회원증이 없어 회장되면 만들겠다 는 등은 사실이 아니며 △선거 때 한인회비를 받는 것은 논의하거나 결정한 적이 없으며 반대발언을 했다해도 그로인해 해고할 수 없고 △투표장소를 한인회관에서만 한다고 결정한 적이 없었고 △한인회는 현재 회원증이 발급되고 있다고 강조, 최 후보에게 사실확인 없는 허위사실 유포를 사과하고 재발방지에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선관위(위원장 김세영)도 이날 최재만 후보측에 경고장을 보내 같은 내용을 지적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였기에 경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22일 이기석 후보측도 최 후보가 토론회에서 답변한 내용들에 “사실과 판이하게 다른 주장”이라며, “한인회 명예는 물론 후보 도덕성과 자질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 한인회에 사실공개를 요구했다.
한편 최재만 후보측은 23일 “이기석 후보가 박 대통령과 일본 거주 한인들을 친일파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공개사과와 후보사퇴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최 후보측은 ”이 후보는 한인회장 후보로서의 역사인식과 국가관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100만 재일동포와 대통령을 모욕한 죄를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0일 선관위 토론회에서 이기석 후보가 중국동포 등의 한인회 참여에 대해 답변하면서 재일동포와 박 대통령 등을 친일파로 잘못 표현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후보측은 당시 발언에 대해 “TV 카메라 앞에서 긴장한 가운데, 그 분들이 친일파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말을 하려던 것이 잘못 나와 오해를 사게됐다”고 나중 언론에 적극 해명했다. 그러나 이 후보 발언을 호재로 판단한 최 후보측은 물론, ‘캐나다 애국동지회’와 ‘자유총연맹’ 등 4개 단체와 보수인사 10여명도 신문광고를 통해 “한인회장은 역사관과 국가관을 갖춰야 한다”고 성명에서 주장하는 등 최 후보 입장에 가세해 이 후보를 에둘러 비판하고 나서 선거분위기가 돌연 역사-이념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이들은 이 후보가 ‘박 대통령’이라고 언급한 것을 신문성명에서 ‘박정희 전대통령’이라고 잘못 명기했다. 특히 성명에서 “우리가 원하는 한인회장은 한국어 구사 및 소통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 ‘친일’ 실언 문제와는 상관없는 이 후보의 자질을 문제삼는 듯한 표현으로 특정 후보에 편향적인 시각과 공개적인 반대운동아니냐는 ‘선거 부당개입’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선관위는 24일까지도 선거인등록자의 중복이 많다는 이유로 최종 유권자수 집계를 내지 못했다.
오는 28일 실시되는 선거는 ▲한인회관(1133 Leslie St. North York) 외에 ▲노스욕 강림교회 (53 Madawaska Ave.) ▲블루어 BIA Office(670 Bloor St. W. Unit #203) ▲협동조합 웨스트 몰(169-175 West Mall, Etobicoke) 등 4 곳의 투표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에 들어간다.
투표를 위해서는 여권이나 PR카드. 운전면허증, OHIP카드, 공과금고지서 등 주소지를 증명할 수 있는 ID(신분증) 가운데 2개로 신분을 증명하면 된다. 선관위는 4개 투표소 통합 전산망으로 투표진행을 관리하며, 종료 직후 투표함을 한인회관으로 이송해 개표할 예정이다.
< 문의: 416-383-0777 >
한인회 정-부회장 입후보자 토론회 모습. 뒷쪽 왼쪽부터 김세영 선관위장과 패널들, 이기석 팀-사회자-최재만 팀.
“공개 아닌 제한토론, 검증도 한계”
한인회장 후보 선관위토론… 사회자가 질문자에게 되묻는 촌극도
3월20일 오후 3시부터 열린 토론토한인회 선거관리위원회 주최 정·부회장후보 토론회는 한인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약 70여명의 제한된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됐다. 현장에 참석못한 동포들은 1층 대강당에서 얼TV로 중계되는 모니터 화면으로 지켜봤다. 2층 현장 참석 청중의 질문도 선관위가 미리 질문요지를 받아 10명을 선정했으나 시간이 부족해 단 3명에 그쳤다.
이날 진행은 한인회장을 지낸 이춘수 전 회장이 사회를 맡고 서준경·백경락 전 회장과 박통령 무역인협회장 등 3명이 패널로 나서 상호반박은 없이 일문일답식으로 이뤄졌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현장 참석자도 사실상 양측 지지자들이 대부분이었고, 형식이나 진행 모두 제한된 질문-답변에 그쳐 후보들의 자질 검증에 도움을 줄 실질적인 ‘공개토론’은 되지 못했다.
이날 토론 앞부분은 두 후보가 출마배경과 공약을 설명하는 모두 발언으로 시작, 페널이 두 후보에게 공통질문을 주고 답변하는 식이었고, 각 후보에게 다른 질문은 최재만 후보가 공약한 ‘문화회관’의 성격과 실현방안, 이기석 후보에게는 이사회 활성화와 차세대 네트워킹 방안을 묻는 정도였다. 두 후보는 비교적 차분히 답변했으나 일부 질문에는 동문서답을 하기도 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뒷부분 상호질문 순서에서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잠시 소동이 일기도 했다.
최 후보측 박건원 부회장후보는 이기석 후보에게 ‘한글’의 원래이름과 뜻을 말해보라고 묻고 나왔다. 이에 이춘수 사회자가 나서 자신도 모르는 것이라며 질문을 차단, 역으로 박 부회장 후보에게 말해보라고 사회자가 되묻는 해프닝으로 최 후보측이 항의하는 등 소란이 일었다.
이 후보측 노문선 부회장후보는 시사한겨레 기사를 인용하며 최 후보의 이사회 퇴출건을 ‘도덕성 문제’라고 거론했다. 이에 최 후보는 자신이 선거인등록비를 받지 못하게 하려다 당한 일이라며 “내용적으로는 잘린거나 다름없다”고 길게 설명했다.
앞서 최 후보는 “중국동포 등의 선거참여 제한을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 이 후보가 “그들은 독립운동했던 분들 후손들이고 참여시키는 게 좋다”면서도 “법과 규칙대로 해야한다”고 답변하면서 재일동포와 박대통령 등을 거론하며 ‘친일파’라는 표현 실수가 나왔다. 이에 최 후보는 즉각 이를 지적, “그들은 끌려간 분들이고 아픈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반박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 후보측은 “긴장 때문에 그들이 친일파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말이 잘못 나왔다”고 나중에 해명했다.
막바지 청중 질문의 첫 순서에 영어질문과 통역 여부를 놓고도 소동이 일었다. 사회자가 의견을 묻자 이 후보측 지지자들은 “영어로도 해야 한다”고 외친 반면, 최 후보측 지지자들은 “한인회니 한국말로 해야한다”고 외쳐 대립, 사회자가 질문내용을 요약소개하는 것으로 넘어갔다.
이날 두 후보측의 지지자들은 서로 후보발언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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