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7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애초 요청한 정원•조직 등을 대폭 축소한 내용의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안을 보면, 특위의 정원은 세월호 특별법에 명시된 120명보다도 30명이나 적은 90명에 그쳤다. 조직 구성에서도 진상규명국만 ‘국’으로 남았을 뿐 안전사회국이 안전사회과로 격하되는 등 크게 축소됐다. 2월17일 특위가 안을 내놓은 뒤 한 달 이상 차일피일 시간을 끌던 정부가 내놓은 대답은 결국 ‘축소지향형 특위’였다.


시행령의 문제점은 단지 정원과 조직의 축소에 그치지 않는다. 특위의 특성상 인적 구성은 민간인 비율이 공무원보다 많은 게 정상이다. 하지만 시행령에는 민간인과 공무원의 비율을 48명 대 42명으로 엇비슷하게 맞췄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입김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또 일반직 고위공무원이 실장을 맡게 될 기획조정실에서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대책 점검 등의 업무 전반을 ‘기획·조정’하게 만들었다. 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에게 실질적인 힘을 주어서 특위의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교묘한 발상이 시행령 전반에 깔려 있다.


세월호 특위가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위원회의 독립성과 중립성, 충분한 인적·물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시행령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이런 식의 조직 구성이라면 세월호 특위는 진상규명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은 빈약한 또 하나의 ‘관제 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다. 이번 입법예고안은 그동안 특위 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해온 정부가 내놓은 특위 발목 잡기의 제도적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특위를 대하는 정부 태도가 어떤 것인지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당사자인 특위에 내용을 알려주지 않은 데서도 잘 드러난다. 해수부 쪽은 “이미 협의가 끝난 사안이라 특위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했지만, 일반적인 통념은 물론 예의에도 어긋나는 행동이다. 특위에 대한 ‘존중과 협력’보다는 ‘무시와 트집’으로 일관하는 정부 태도를 이 대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입법예고 제도의 취지는 정부가 독단적으로 법령을 만들지 않고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해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데 있다. 정부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원안대로 밀어붙이는 일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세월호 특위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세월호 참사의 상처를 딛고 한 단계 전진할 수 있는가를 가름하는 중대한 갈림길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