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3일 발표한 해외자원개발사업 감사 결과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자원외교’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부실을 예상하긴 했으나 감사원이 밝힌 실상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수십조원을 더 손해 볼 수 있으리란 전망에선 말문이 막힐 정도다. 현실이 이런데도 행정부를 감시·견제해야 할 국회에선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종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가당치 않다.
감사원의 발표를 보면, 2003년 이후 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가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액수는 31조4천억원이며 앞으로 34조3천억원을 더 투자해야 하지만 투자금 회수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고 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투자가 대부분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31조4천억원 가운데 노무현 정부 시절 투자분은 3조3천억원이며, 나머지 27조여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투자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는 국회의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치닫게 한 핵심 쟁점인 ‘청문회 증인’ 문제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보여준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원외교를 국가사업으로 추진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해외자원개발을 해왔으므로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 발표를 보면, 해외자원개발 실패의 주범이 이명박 정부임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런데도 증인 공방을 이유로 7일 종료되는 국정조사의 시한 연장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 기본 임무를 방기하는 일이다. 지금 논란이 되는 학교 무상급식에 드는 재정이 연 2조원 정도라고 한다. 그 열 배가 넘는 돈을 허공에 날려버린 정부를 그냥 눈감아준다면 도대체 국회가 존재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가 날린 수십조원의 공기업 투자액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에겐 국민보다 전직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더 중요한지 묻고 싶다.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태도를 바꿔, 자원외교 국조를 연장하고 증인 채택에 성역을 두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피 같은 돈이 더는 밑 빠진 독에 투입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데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 그게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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