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변호사로 한해 수십억 수입… ‘먹고살려고’ 국회대책비 썼다?
② 현금 3억 대여금고에 보관…은행원 출신 부인이 이자 포기?
③ 대여금고 소환 이틀 전 알아…목돈 출처 10년 동안 몰랐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1일 오전 경남도청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홍 지사가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자금 출처에 대해 제대로 소명을 못했다’는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이날 1시간가량 이어진 홍 지사의 해명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어 오히려 의문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지사는 2011년 7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낸 경선 기탁금 1억2천만원에 대해 아내의 비자금이라고 설명했다. 홍 지사는 변호사로 11년 동안 번 돈과 2008년 5월부터 1년 동안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하며 국회에서 받은 ‘국회 대책비’ 가운데 쓰고 남은 돈을 생활비로 아내에게 줬고, 아내가 이 돈으로 3억원을 모아 은행 대여금고에 현금으로 보관하다가 2011년 6월23일 한나라당 대표 경선 기탁금으로 내라고 1억2천만원을 자신에게 줬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국회 대책비’로 받은 돈을 생활비로 사용했다는 설명에 대해 기자들이 ‘공금 유용이 아니냐’고 묻자, 홍 지사는 “집에도 밥 먹고 살아야죠. (그것이 문제라면) 그건 별건으로 입건해서 수사하십시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홍 지사가 11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할 때 아내에게 한달에 2천만원가량 생활비로 줬다고 말한 점에 비춰, 국회 대책비를 ‘먹고살기 위해’ 생활비로 사용했다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이날 홍 지사는 “당시 판검사 출신은 1년에 20억~30억원씩 벌던 시절이다. (변호사로 활동할 때) 내가 그들만큼 돈을 벌지 못했지만 그 당시에 평생 먹고살 만큼 벌었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11일 경남도청 정문 옆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또 홍 지사는 아내가 비자금 3억원을 모아 은행 대여금고에 현금으로 보관한 것에 대해 “(아내는) 은행원 출신이다. 대부분 저축을 하거나 보험에 들지만 다 그렇게 해 놓으면 정치하면서 (내가) 수시로 빼가기 때문에 현금자산으로 자기가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편이 준 생활비를 왜 이자도 붙지 않는 대여금고에 현금으로 보관했는지 의문을 자아낸다. 조유묵 ‘마산·창원·진해 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떳떳한 돈이면 왜 대여금고에 넣어뒀겠나. ‘성완종 리스트’ 관련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홍 지사가 자해성 해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형사처벌을 피하려고 부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대신 도덕적 비난은 감수하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홍 지사는 아내가 은행 대여금고에 현금을 넣어둔 사실을 이번 검찰 소환조사 이틀 전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아내가 2004년부터 은행 대여금고를 사용했고, 여기서 경선 기탁금 1억2천만원과 아들 결혼식 비용 3천만원을 마련했는데, 남편인 홍 지사가 10년 넘게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점 역시 의문이다.
경남지역 한 법조인은 “개인자산이라고 하면 돈의 출처를 조사할 방법이 없고, 공직자가 재산등록을 하면서 부인 명의 재산 내역을 몰라서 누락하면 과태료 처분으로 끝낼 수도 있다. 검사 출신인 홍 지사가 이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지금 시점에 이를 공개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홍 지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받은 재판과 관련해 대전고법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심 때 전화를 걸어와 도움을 청했으나 거절했으며, 미국 출장 중에도 여러차례 전화를 걸어왔으나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 지사가 그동안 해명한 대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라면 왜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연거푸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는지도 의문이다.
<창원/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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