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음식 자체보다 속에 든 대장균 등 탓 배탈
지사제 신중히… 요리·섭취 전 손씻기 필수

덥고 습한 날씨에는 세균이 잘 번식한다. 그런데 우리 몸의 면역력은 떨어진다. 각종 감염질환에 걸리기 쉬운 이유다. 여름철 가장 흔한 질환이 장염이다. 세균성 장염 환자의 과반이 한여름인 6~8월에 생긴다. 장염을 예방하려면 음식을 만들거나 먹기 전에 손을 잘 씻어야 한다. 음식은 신선한 걸 챙겨 먹어야 한다. 기름진 음식보다는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나 통곡식이 좋다. 관련 전문의들은 설사가 나타났을 때 무조건 지사제부터 챙겨 먹지는 말라고 당부한다. 일단은 따뜻한 물을 충분히 마셔 탈수 현상을 막는 게 좋다.


냉면이나 얼음 먹다가도 식중독
냉면이나 얼음물, 찬 음료수 등을 먹다가 배탈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이들이 찬 음식 탓에 소장이나 대장 등 내장의 활동이 방해를 받아 배탈이 났다고 여긴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건강한 사람이 찬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내장 기관에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찬 음식 속에 든 대장균 등 탓에 배탈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찬 음식에는 세균이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냉면이나 얼음 등에서 대장균 등이 검출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여름철에 냉면이나 콩국수 등을 건강하게 먹으려면 육수 등을 만들 때 가열해서 조리한 뒤 신속하게 냉동시켜야 한다. 해동하면 곧바로 사용해야 한다. 이때 남은 것을 다시 얼렸다가 재활용하면 배탈을 부를 위험이 있다. 얼음을 얼릴 때에는 용기를 잘 씻어 사용해야 한다.
다만 냉면이나 찬 음료수 등을 피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평소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찬 음식이 대장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장염은 일주 내 거의 저절로 나아
장염은 약을 먹지 않아도 일주일 안에 대부분 저절로 낫는다. 특히 설사나 구토 등 관련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증은 탈수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수분과 전해질만 잘 보충해주면 된다. 이때 무조건 굶기보다는 따뜻한 물이나 죽 종류의 음식을 먹는 게 좋다.
설사를 무조건 멈추게 하는 것이 최고라 생각해 지사제를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오히려 장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설사는 몸속에 들어온 독소를 배출하는 회복의 한 과정인데, 이를 막으면 장염이 더 오래갈 수 있다.
심한 복통이 지속되거나 고열이 나거나, 설사에 고름이나 피가 섞여 있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만 잘 씻어도 식중독 70% 예방
음식을 만들 때 충분히 가열하면 세균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가열 이전에 세균 번식이 이미 진행돼 독소까지 만든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가열해도 이 독소는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충분히 익힌 뒤 먹어도 식중독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황색포도알균이 대표적이다. 황색포도알균이 만든 독소에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6시간 안에 구토·설사 등이 나타난다. 음식을 만들 때부터 세균에 오염되지 않도록 손을 잘 씻는 것이 식중독 예방에 더 효과적이고 필수적인 이유다. 요리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비누 등으로 20초 이상 손을 씻고, 손바닥은 물론 손등·손가락 사이, 손톱 밑까지 씻어야 한다. 음식을 먹는 사람도 손에는 각종 세균이 묻어 있으므로 같은 요령으로 손을 잘 씻어야 한다. 물수건 등보다는 손씻기가 세균을 없애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장 건강을 위해서는 현미·통밀·보리 등 정제되지 않은 곡류나 다시마·미역과 같은 해조류,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권장된다. 이런 음식들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 변비나 설사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수박·참외 등 당도가 너무 높은 과일을 많이 먹게 되면 오히려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여름밤에 많이 찾게 되는 치킨이나 라면, 맥주도 장 건강을 해치는 주범임을 명심해야 한다.
과한 운동은 몸 안의 수분을 너무 많이 배출해 변비를 일으킬 수 있지만, 덥다고 너무 움직이지 않아도 원활한 장운동을 막을 수 있다.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침저녁으로 가벼운 산책을 하면 장 건강에도 좋다.
<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