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출렁이고 있다. 호재는 없고 또 다른 돌발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분위기다.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으면서 관계 개선의 전기를 찾아 나가야 한다.
17일부터 28일까지 계속되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남북관계에서 악재임이 분명하다. 연례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지뢰 폭발 사건’ 등으로 남북 사이 긴장이 높아진 시기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부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나흘 동안의 민-관-군 합동 을지연습을 포함하는 대규모 훈련이기도 하다. 이 훈련의 취소를 요구해온 북한은 ‘군사적으로 최대한 거세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올봄 한-미 키리졸브 훈련 때처럼 동해 쪽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적잖다. 정부는 전시에 대비하자는 훈련이 실제 충돌을 부르는 모순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기관리를 강화하기 바란다.


북쪽이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 70돌 경축사를 거칠게 비난한 것은 유감스럽다. 경축사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김정은 정권의) 숙청 강행’ 등 북쪽을 자극하는 내용을 담은 것은 사실이다. 남북 협력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면서도 북쪽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제안은 부족했다. 하지만 경색된 태도는 남북이 다를 바 없다. 앞서 북쪽은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해 ‘(남쪽이) 조작한 모략극’이라고 강변했다. 북쪽은 이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서도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좋았던 적은 별로 없다. 지금은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계기가 고갈돼 간다는 점에서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북쪽은 내부 단합을 위해서라도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일인 10월10일까지 외부 위협을 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 내년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남북관계를 전환시키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할 이른바 골든타임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다음달 미국 의회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북한 관련 문제를 풀기 위한 동력은 더 떨어지기 쉽다.


북쪽의 말과 행동에 따라 좌우되는 남북관계는 생명력이 약하기 마련이다. 북쪽이 경색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비슷하게 대응해서는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남북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찾아야 한다. 돌발변수가 남북관계를 좌우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