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예수와 오늘의 교회

정해빈 목사 (알파한인연합교회)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교단에 속한 분당두레교회에서 목회하시다 최근에 은퇴하신 박철수 목사님, 책을 많이 쓰시고 공부를 많이 하신 목사님께서 몇 년 전에예수는 좌파다라는 글을 신문에 쓴 것을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박 목사님은 예수님의 사역과 공생애를 살펴볼 때 굳이 표현하자면 예수님은 좌파이셨고 진보적인 분이셨다고 말했습니다.

예수님은 정치∙경제적으로는 로마의 식민지 치하에서 신음하고, 종교적으로는 예루살렘 성전 체제로부터 억압받던 갈릴리 지역에서 대부분 활동하셨고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는 죽어서 가는 천당이 아니라, 이 땅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죽어서 가는 천당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을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 나라는 하나님께서 만드시지만 우리들의 헌신과 참여가 동반되어야 하는 나라입니다. 예수님은 율법의 세부 조항을 만들어서 안식일법과 정결법을 가지고 일반 백성을 억압하던 종교 지도자들을 비판하셨고, 갈릴리를 통치하던 헤롯 왕과 로마 제국을 비판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과 조건없는 식사를 하셨고, 그들의 질병과 아픔을 치유하셨습니다. 갈릴리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일하셨고, 그 결과 로마와 예루살렘 성전 지배자들의 폭력에 의해 잔인하게 십자가에서 처형당하셨습니다. 예수님이 폭력에 의해 처형당하셨기 때문에 우리 기독교인들은 누구보다도 정치, 경제, 종교의 폭력에 반대하고 하나님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서 일해야 할 것입니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예수를 구세주로 고백하는 오늘날의 교회들이 대부분 정치, 경제,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소위 보수주의, 근본주의, 복음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신앙을 어떻게 표현하든 그 내용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늘날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메시지는 교회성장, 개인경건, 성공과 리더쉽, 긍정적인 사고, 위로와 축복, 월간 잡지 [좋은 생각] 같은 곳에서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보수적인 교단들이 모였다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선출과 관련된 비리로 세상의 지탄을 받고 있고, 세계 최대 교회라는 어느 교회는 목사와 부인과 자식들 사이의 가족 분쟁으로 시끄럽고, 대부분의 한국 대형교회 목사들은 자식들에게 교회를 물려주었습니다. 오늘날 예수님이 우리 곁에 계신다면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라고 말씀하실까요? 교회성장, 개인경건, 성공과 리더쉽, 긍정적인 사고, 위로와 축복, 좋은 인간관계 같은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비전을 갖지 못한 교회를 보면서 무엇이라고 말씀하실까요? 전세계 인구를 기독교인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복주의, 배타주의 선교를 하는 교회를 보면서 무엇이라고 말씀하실까요?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 생명과 평화를 위해 일하는 교회, 경제 불평등으로 인한 빈부격차, 전쟁과 폭력, 환경 위기로 인해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교회, 불의를 비판하고 고난받는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는 예언자의 정신과 제사장의 정신을 가진 교회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갈릴리 예수의 정신이 살아있는 교회가 바른 교회일 것입니다. 이 세상에 예수의 정신을 완벽하게 따르는 교회는 없겠지만 갈릴리 예수의 마음을 가슴에 품고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자비로우시고 진실하시고 모든 생명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교회, 고난받는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연대하는 교회, 지역 사회를 사랑으로 섬기고 봉사하는 교회,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않으며 정의를 위해 일하는 교회, 문화와 종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회, 보수주의가 아니라 진보주의 입장에 서있는 교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지구를 아름답게 가꾸는 교회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럴 때 교회는 세상을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고 사람들은 교회를 통해 새로운 꿈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교회,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교회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