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이사를 했다. 2000년 캐나다에 와서 아홉번 째 집이요 이사로는 여덟 번째니 그만큼 캐나다 살이에 안착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싶다. 그래도 이번에는 한 집에 오래 산 편이다. 8년을 살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번의 이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사한 집이 전에 보다 작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세월이 그만큼 지나서 나도 아내도 몸이 느려진 탓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아내는 천식까지 심해져서 병원 응급실 신세도 하룻밤 져야 했다. 아내도 이젠 약해진 것이다. 아내에겐 참 미안했다. 그나마 교우들의 돕는 손길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지금도 이사한지 두 세달이 되어가는 데도 여전히 자기 자릴 잡지못한 짐꾸러미들이 여기 저기 널부러져 있는 것이 꼭 내 영혼의 방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삿짐을 싸고 나르고 풀고 하면서, 있는지도 몰랐던 짐들이 이곳 저곳에서 나오는데 그 양이 얼마나 많고, 또 그 내용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이던지, 참 보고 있기에 돕는 손길들 보기에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목사님은 짐이 왜 이렇게 많아요!?” 하며 돕는 분들이 그냥 한 마디씩 하는데, “목사님은 참 욕심도 많은 것 같아요”하는 것같아 스스로 불편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버릴 것은 버리면서 그간의 짐들을 정리해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죄가 더 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다』(로마서 5: 20)고 했던 바울의 고백처럼, 묵은 짐이 많은 곧에도 은혜는 있었다. 묵은 짐을 싸서 나르는 중에 내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으니,
“아! 내 속에 이렇게 묵은 죄가 많겠구나!”
“어딘 가 깊이 숨어 있어서, 그리고 오래 되어 이제는 익숙해 져서 있는 줄도 모르고, 있어도 안 불편한, 그래서 얼마든지 더 평안하고 자유할 수 있는 삶을 훼방하고 있는 이 묵은 짐과 같은 묵은 죄가 내 안에 있겠구나!” 하는 소리다.
아마도 그것은 좀 더 커지고 싶고, 좀 더 유명해지고 싶고, 좀 더 힘있어지고 싶어 하는 욕심이리라. 아마도 이런 야망은 소싯적부터 내 안에 자리잡고 어디를 가든지 내 등에 등딱지처럼 달라 붙어 따라 다니던 묵은 죄짐이지 싶다. 또 이 정도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좀 필요한 것이고 스스로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런 죄와 허물 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리고 이 짐들이 나의 삶을 고단케 했으리라 생각해 보니 작은 공간으로 옮기는 중에도 은혜가 있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새 부대를 준비할 때다. 선교 비전이라는 새 부대에 사리와 사욕이라는 묵은 죄짐이 교묘하게 끼어들지 못하도록 깨어 준비할 때다. 소유와 자기 의에 집착하여 결국 맛을 잃은 소금처럼 쓸 데 없어 밖에 버려지는 부끄러운 제자가 되지 않도록(누가복음 14: 33-35).
오늘 따라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줄 아는 사도 바울의 믿음이 부럽다. 그리고 기도한다. “나의 영혼에 주님의 빛을 비춰 주심으로 내 안에 묵은 죄들이 드러나게 하시고, 주님의 능력의 보혈로 깨끗하게 씻어 주소서.”
< 김진식 목사 - 몬트리올 한인연합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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