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에서 목사가 자기 딸을 때려죽였다는 뉴스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중학생 딸을 죽이고도 그 시신을 11개월이나 집에 방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며칠을 분노와 슬픔, 그리고 두려움으로 마음이 평안하지가 않았다. 딸을 죽이고 시신을 방치한 후에도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신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쳤을 것을 생각하니 얼마나 사람이 무서운지 모른다. 48세의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이면서 독일유학 후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어느 신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또한 2권의 신학서적을 펴낸 엘리트로서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끔직한 일을 저질렀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교회연합회가 회개하는 마음으로 <성명서>를 냈다. 그리고 그가 다니던 신학교에서도 성명서를 냈고 그가 속한 교단의 교단장도 사과의 성명서를 냈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렇지 않아도 목사들과 교회가 비난받는 시대에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 받는 일이 벌어졌으니 이것은 보통 사건이 아님에 틀림없다고 본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한 마디로 가정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는 1남 2녀를 둔 행복한 가장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2007년 독일 유학중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년 후에 7살 연하의 미녀와 재혼하면서 풍파가 일기 시작했다. 아들이 가출해버렸다. 한 살 아래 딸은 독일에 있는 아는 사람에게 보내졌다. 막내딸은 계모의 친정에 보내졌는데 계모 여동생에게 매를 맞으며 지냈다. 그러다가 아버지 집에 들어 왔다가 아버지와 계모의 폭력에 의해 숨을 거둔 것이라고 한다. 가장 안전한 곳, 가장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가정이다. 그런데 그 가정이 가장 두려운 곳, 무서운 곳이 되고 말았다.


지금 한국의 가정이 깨어지고 있다는 소식들을 들으면서 걱정이 된다. 가정은 사회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이다. 가정이 든든히 설 때 사회가 든든히 선다. 가정이 행복할 때 그 사회의 미래가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직접 만드신 가정은 작은 천국을 경험하며 살라고 주신 첫 번째 기관이다. 복을 받고, 복을 만들어 내고, 또 복을 후대에 계속 전하도록 주신 장소이다. 이 가정이 아담과 하와로 인해 깨어진 후로 계속 가정은 도전을 받아 왔다. 그 깨어진 가정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두 번째 기관인 교회를 만들어 주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 값으로 세우신 교회를 통하여 깨어진 가정을 회복시키도록 하신 것이다. 그런데 그 교회를 통하여 가정을 지키도록 가르쳐야 할 목사가 가정을 깨뜨렸으니 이 얼마나 충격적인 일이 아닌가!


이 뉴스를 듣고 마음이 아파할 때 내가 오래 전에 세미나에 참석했던 시카고 Willow Creek Community 교회의 빌 하이블(Bill Hybel)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목사님이 교회를 개척하고 부흥이 되면서 교회 건물을 건축하게 되었다. 어느 날, 건축하는 일에 바쁜 하이블 목사님에게 사모님이 이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유는 남편이 너무 바빠서 가정에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격을 받은 목사님은 아내를 달래고 나서 당회에 휴가를 가고 싶다고 청원했다. 그것도 장기간의 휴가를 허락해달라고 한 것이다. 당회원들이 반대를 했다. 지금 교회 건축을 하고 있는 중인데 담임 목사가 휴가를 간다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자 빌 하이블 목사님은 정색하며 사표를 내겠다고 했다. 가정을 지키지 못하는 목사가 무슨 교회를 지을 자격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말이 당시 나에게는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고 마음에 깊이 새기게 되었다. 한국교회는 가정을 희생시키면서 목회를 하는 것이 진정한 목회자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딸을 죽인 그 목사님도 가정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 우선적으로 가정부터 지켜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우리 이민자들의 가정은 더욱 취약하다. 하나님이 주신 가정을 가장 행복한 곳으로 지키기 위해 오늘도 하나님 앞에 엎드린다.

< 강성철 목사 - 우리 장로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