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 질병으로 관저 집무” 주장
박지원 “워커홀릭…휴일에도 집무실 근무”
“노 전 대통령, ‘김선일 피살’ 관저 보고” 주장
이라크 시차로 새벽보고가 불가피했던 당시 상황과
평일 낮 국내서 벌어진 사건을 비교하며 ‘물타기’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에서 “청와대 관저는 ‘제2의 본관’이다. 대통령의 일상은 24시간 재택 근무 체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령과 질병으로 관저에서 집무할 때가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측근들과 맞담배 피며 관저에서 ‘안방 정치를 했다”’고 주장하는 등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본질과 동떨어진 주장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가 10일 공개한 세월호 7시간 당일 행적 답변서는 ‘우연’으로 시작한다. “2014년 4월16일 대통령은 공식 일정이 없는 날이었다. 그날따라 신체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관저 집무실에서 근무하기로 결정했다.”
박 대통령 쪽은 그러면서 야당의 두 전직 대통령의 관저 생활을 걸고 넘어갔다. “역대 대통령들은 가족관계와 성향에 따라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달랐을 뿐 모든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했다”는 것이다. 관저에 머무는 것이 ‘기본’이고 청와대 집무실 행차가 ‘예외’인 박 대통령과, 관저 집무가 예외적이었던 두 전직 대통령을 억지로 비교한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 쪽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고문 등으로 몸이 불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노령과 질병으로 평소 관저에서 집무할 때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워커홀릭’이었다. 업무시간에는 철저하게 본관 집무실과 현장에 계셨고, 휴일에도 집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무리 자기 변명을 한다고 해도 전직 대통령에 대해 예우도 없이 사실을 왜곡하느냐”고 했다. 박 의원은 “다만 임기 말 10여개월을 남겨두고 신장투석 필요성을 의료진에서 권고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어떻게 일주일에 3일을 4~5시간씩 누워있느냐’며 거부했다. 이 때문에 외부행사나 대면보고를 일부 제한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 쪽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오전 10시 이전 회의나 저녁 회의, 휴일 업무를 대부분 관저에서 봤다”며 ‘당연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박 대통령에게도 이런 시간대의 정상적 관저 업무까지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대참사가 벌어진 평일 오전과 오후에도 ‘왜 관저에만 있었는지’를 묻는 것에는 모른체 한 것이다.
박 대통령 쪽은 또 2004년 6월 이라크 무장단체가 벌인 김선일씨 납치·피살 사건을 거론하며 “노 전 대통령은 당시에도 관저에 머물며 전화와 서면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라크와의 시차로 인해 당시 고 김선일씨의 시신이 발견된 시간은 밤 10시20분(한국시간)이었다. 확인과 보고 등을 거쳐 당시 외교통상부는 새벽 2시 긴급 기자회견을, 정부 역시 같은 시간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심야·새벽 보고와 회의가 불가피했던 당시 상황과 평일 대낮 국내에서 벌어진 사건을 같은 수준으로 놓고 ‘물타기’를 하려는 속셈이다.
박 대통령 쪽 주장에 대해 참여정부 관계자는 “공식 일정이 아닌 비공식 일정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이든 노무현 대통령이든) 관저에서 일하는 게 무슨 문제인가. 다만 공식 업무는 집무실에서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지금 세월호 7시간을 문제 삼는 것은 세월호 침몰이라는 중대 사안에서 청와대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저에 있었는지, 집무실에 있었는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무슨 일을 했느냐’를 묻고 있다는 것이다.
<김남일 이정애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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