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 촛불집회 “32만명”…지난주보다 대폭 늘어
시민들, 이재용 영장 기각에 분노 “삼성공화국 맞다”
행진 중 종각 삼성타워 앞에서 이재용 구속 퍼포먼스
“재벌이 몸통이다! 이재용을 구속하라!”
함박눈이 내렸던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종각 삼성타워 앞에서 촛불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하는 퍼포먼스가 열렸다. 이 부회장의 가면을 쓴 연기자가 수갑을 찬 채 삼성타워 앞에서 보신각사거리에 있는 모의 철창 안으로 들어가는 퍼포먼스였는데, 마치 실제로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환호하는 시민들이 몰려 정작 연기자가 한동안 철창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질 정도였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13차 주말 촛불집회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은 대통령 퇴진 구호를 넘어 ‘재벌 총수 구속’을 요구하는 열기로 가득찼다. 주최 쪽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연인원 32만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밝혔다. 영하의 추위에 함박눈까지 쏟아지는 날씨여서 주최 쪽은 집회 전날 “촛불은 아직 목적지에 닿지 않았다”며 ‘촛불 혁명 완수 호소문’을 발표할 정도로 참가자가 줄어들 것을 걱정했는데, 정작 지난 주말 촛불집회(주최 쪽 추산 13만명)보다 곱절 이상 많이 모였다. 지난 19일 법원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온 것이다.
가족과 함께 나온 전보흔(53)씨는 “430억을 박근혜, 최순실한테 갖다 바친 이유를 온 국민이 다 아는데, 어떻게 이재용만 구속이 안되냐. 정말 삼성공화국이 맞다”며 “우리나라 가장 큰 병폐가 재벌 문제인데, 이번에 재벌 개혁을 못하고 불평등 계속되면 대통령 퇴진해도 아무 의미 없다”고 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한 사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삼성전자의 하청노동자이자 민주노총 삼성전자 서비스지회 조합원인 이우신씨는 무대에 올라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해 뇌물죄 면죄부를 줬다. 그리고 법원은 또 우리들이 삼성전자 직원이 아니라고 판결해 삼성의 불법파견에도 면죄부를 줬다”고 비난했다. 이씨는 “우리는 삼성전자 본관에서 면접을 보고, 삼성전자에서 6개월 동안 교육을 받고, 삼성전자가 준 옷을 입고, 삼성전자에 접수된 수리 의뢰를 받고, 삼성전자에서 지시과 감독을 받는데, 왜 우리가 삼성전자 직원이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항의하며 전날부터 법원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퇴진행동 법률팀의 김상은 변호사는 “삼성이 최순실에게 준 430억 중 횡령액이 90억이 넘는다. 횡령액 50억이 넘으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당연히 도주의 우려가 된다. 이게 상식이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상식이 왜 이재용에게만 통용되지 않는 것이냐”며 “그동안 법원이 재벌의 온갖 추악한 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면죄부를 줘온 것이 지금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구속영장 기각은 촛불을 죽은 권력인 박근혜 탄핵에 가둬두겠다는 사법부의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촛불은 이미 박근혜 탄핵을 넘어 재벌 총수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녁 7시30분부터 시작된 행진은 청와대가 있는 청운동 방향, 헌법재판소가 있는 안국역 방향, 그리고 재벌기업들의 사옥이 있는 도심 방향 세 군데로 진행됐다. 많은 시민들은 도심방향 행진을 하며 종로 에스케이(SK) 본사, 종각 삼성타워, 명동 롯데호텔 앞에서 재벌 총수 구속과 처벌을 요구했고, 삼성타워 앞에서는 이 부회장을 구속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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