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는 일인 것 같다. 하루하루 몸도, 기억력도, 활력도, 창조성도 다운그레이드(downgrade)되는 느낌이다. 어느 날 아내와 산책하면서 백번 아니 천 번을 들었을 익숙한 교인의 이름이 서로의 머리에 맴돌기만 하다가 끝내 누구의 입에서도 그 이름이 나오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와서야 교우 주소록을 보고서 “아!” 하면서 탄식을 동시에 터트렸다. 이런 자신을 보면서 어떻게 나 자신을 계속해서 갱신해 가면서 나의 버전을 업그레이드(upgrade)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게 된다.
코카콜라는 지금으로부터 131년에 세상에 나왔다. 사람 나이로 하면 131살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코카콜라하면 ‘오래 되었다.’‘낡았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새롭다.’‘젊다.’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코카 콜라라는 액체는 131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여전히 브랜드 가치로 세계 1위이다. 이렇게 된 것은 이미지를 끊임없이 갱신하면서, 가치를 계속 업그레이드하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모든 존재의 조건이 계속해서 다운그레이드 하는데 어떻게 존재의 버전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요즈음 내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이 고민에 대해서 뾰족한 답은 나에게 없지만, 나름대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실천하고 있는 두 가지를 조심스럽게 나누어 보려고 한다.
먼저 몸을 끊임없이 갱신해 가는 것이다. 몸이 다운되면 정신도, 영혼도 다운되고, 몸이 쳐지면 삶이 쳐진다. 그래서 끊임없이 몸의 버전 업그레이드를 목숨 걸고 해야 한다. 밥 먹듯이 운동을 해야 한다. 아니 밥을 굶어도 운동을 굶어서는 안 된다. 예수님 말씀처럼 ‘마음은 원이로되 몸이 약하다.’ 마음이 문제가 아니다. 항상 몸이 문제다. 몸은 정직하다. 절대 거짓말 하지 않는다. 성실한 몸 관리,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하나 존재의 버전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대체로 전반전의 삶은 성취 중심의 삶, doing 중심의 삶이었다. 이제 후반전은 존재 중심의 삶, being 중심의 삶으로 나가야 한다. 자신의 존재를 붙들고 씨름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외적 장식보다 내적 성장에 더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불필요한 욕심 버리고 사람들에게 보이는 겉 사람보다는 나와 그분만이 아는 속사람에 더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 존재의 버전을 조금이라도 업그레이드시켜 나가야 한다. 매일 0.01%라도 좋아지는 내가 된다면 업그레이드는 시간 문제이다. 그러면 존재의 조건은 다운그레이드 되더라도, 존재의 버전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되지 않을까?
1920년생, 현재 연세가 만 97세, 그러나 아직도 존재의 버전을 업그레이드 하시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김형석 교수님이 쓰신 책 ‘백년을 살아보니’에 나오는 글로 주제넘고 어설픈 나의 이야기를 마치는 것이 좋겠다. “사람이 나이 들수록 나무가 높이 자라듯이 지혜롭게 자라야겠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세상 사물을 대할 때 좀 더 높은 위치에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 고영민 목사 - 이글스필드 한인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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