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성기능장애 일으킬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무심코 주고받는 영수증·번호표를 통해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BPA)’가 인체에 흡수될 수 있, 성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있다.

■ 비스페놀A가 어떻게 영수증에?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에서 쓰이는 영수증은 거의 ‘감열지’ 영수증이다. 감열지란 열을 가하면 색이 드러나도록 약품 처리한 종이다. 이 약품에는 염료와, 색을 선명하게 보이게 하는 ‘증감제’, 색을 내게 하는 ‘현색제’ 등이 들어가는데, 바로 비스페놀A가 현색제로 사용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영수증에는 ‘비스페놀A’가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비스페놀A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결론내린다. 서울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는 “독성이 다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성인병과 어린이 성장발육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체내에서 호르몬 교란 물질로 작용해 성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유방암이나 성조숙증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 영수증 한 장엔 얼마나 많은 비스페놀A가 있나?
영수증 한 장에는 얼마나 많은 비스페놀A가 들어 있을까?  대략 영수증 무게의 1~2% 수준의 비스페놀A가 포함돼 있다.

미국 ‘환경연구단체’   EWG (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연구 결과를 보면, 영수증 한장에 있는 비스페놀A의 양은 캔 용기나(캔 용기 내부 코팅에 비스페놀A가 사용됨), 아기 젖병에서 나오는 양보다 250~1000배 가량 많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비스페놀A가 입이 아니라 손을 통해서도 몸속에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스위스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Transfer of bisphenol A from thermal printer paper to the skin) 감열지를 5초만 손에 잡고 있어도, 약 0.2~6 마이크로그램(μg)의 비스페놀A가 피부를 통해 침투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하루 종일 영수증을 만지고 구기는 계산원들은 그만큼 더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비스페놀A가 몸에 들어 갈때 유해한 수준인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성균관대 이병무 교수는 “(영수증을 통한 비스페놀A 유입량이) 인체에 유해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보였지만, 서울대 홍윤철 교수는 “일상생활 가운데서 소량을 접한다고 해도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 외국은 사용하지 않는 추세
논란이 커지자, 일부 국가에서는 비스페놀A가 들어간 영수증을 금지시키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비스페놀A를 독성 물질로 공식 규정하기도 했다. 미국의 코네티컷주, 뉴욕주는 2013년 10월부터 감열지 영수증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도 비스페놀A가 들어가지 않는 영수증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도 현재 비스페놀A가 들어가지 않는 감열지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30% 이상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널리 쓰이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한국에서도 비스페놀A가 들어간 젖병이 금지되기는 하지만, 감열지 영수증에 관한 논의는 아직 활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