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8일의 두 번 째 쿠바 여행을 마치고 돌아 왔다. 쿠바의 맑은 하늘은 달도 별도 눈 시리게 밝은 빛을 발하게 만들었다. 샛별은 마치 큰 다이아몬드를 하늘에 콕! 박아 놓은 듯 보였고, 달이 너무 밝아 렌즈에 빛이 반사되어 선명한 달의 모습을 담을 수 없게 만들었다.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다. “우리의 눈은 낮에 더 멀리 볼 수 있는가? 밤에 더 멀리 볼 수 있는가?” 당연히 밝은 낮에 우리들은 사물을 더 확실하게 구분 할 수 있다. 그러나,그 빛이 너무 밝아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있다. 낮에는 볼 수 없는 별들이 밤에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러니 밤에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의 눈도 하나님의 걸작 중의 걸작이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그림으로, 사진으로 표현들 해보지만 직접 보이는 그 아름다움만큼을 절대 표현 할 수 없다. 아주 예쁜 꽃만 보아도 눈에서는 눈물이 나온다. 눈은 보아 온 결과를 축적하여 사물과 행동을 평가하게 되므로 가능한 많은 것을 보아야 더욱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바로 안목을 높이는 일이다.
안목이 좋으면 더 멀리 볼 수 있게 된다. 그것을 우리는 ‘안목이 넓다’라고 말 한다. 가시거리가 넓고 깊은 사람이 되려면 많은 지식과 지혜가 함께 하여야 하므로, 우리의 눈은 정말 중요한 기관인 것이다.
여행 중에도 똑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보는 눈이 있고, 별로 눈에 띄는 것이 없는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이 너무 많아 눈에 담기에 바쁜 데, 어떤 이는 그저 생각없이 사물들을 훑어보는 것으로 시간을 채우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들의 눈은 어차피 가시거리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가까이 보고자 현미경을 만들었고, 더 멀리 보고자 망원경을 만들었다. 현 시대의 과학이 최첨단이라 하지만, 지금의 변화하는 속도를 보아서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참으로 예측하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일까, 요즘에도 사주를 보고 궁합을 보는 젊은이들이 있다 하니,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눈으로 보는 거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거리까지 내다보기를 원하는 것이다. 눈으로 착하고 아름다운 것들만 보였으면 좋겠지만, 세상이 모두 그렇지가 아니하다.
문득 예수님의 눈을 생각해 보았다. 예수님께서 이 시대를 보시는 눈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예수님의 눈에는 사물보다는 내면을 더 잘 들여다 보는 눈을 가지셨다고 생각해 본다. 우리들도 겉 모습 만을 보는 눈이 아니라 그 겉모습 속에 감추인 보화를 찾아내는 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쿠바의 남루한 모습 속에 감추인 그들의 슬픈 사연도 함께 공감하면서, 자연을 사랑하고 잘 지켜내고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냈을 때 느끼는 기분은 참으로 짜릿한 기쁨이었다. 가시거리만을 따지자면, 사실 눈을 뜨고서는 멀리 보지 못한다. 눈을 감았을 때에야 우리는 한없이 넓은 세상과 미래, 그리고 지나온 과거,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리운 내 고향 산천까지 볼 수 있게 된다. 가끔 한 번씩 눈을 감고 내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꺼내어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만이 누릴수 있는 하나님의 기막힌 선물을 누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내 눈이 볼 수 있는 가시거리는 한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시간을 잠시 누려 보았다.
< 정훈태 - 동산교회 장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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