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길 50여년만에 완전 개방

● Hot 뉴스 2017. 6. 27. 07:45 Posted by SisaHan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앞줄 오른쪽 둘째)씨와 시민들이 26일 저녁 8시 청와대 춘추관 앞에 있는 철문이 열리자 박수를 치고 있다. 밤시간에 통행이 제한됐던 청와대 앞길이 이날부터 24시간 개방됐다.

26일 저녁 8시 정각 청와대 춘추관 앞에서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과 시민들이 외쳤다. “5, 4, 3, 2, 1.” 청와대 앞길을 막고 서 있던 철문이 열렸고 탄성이 터졌다. 49년 만에 청와대 앞 밤길이 열리는 자리를 찾은 시민 200여명은 “속이 시원하다”, “새시대가 왔다”고 외쳤다.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미리 신청한 시민 50명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63)씨와 유홍준 광화문대통령공약기획위원회 총괄위원장 등과 함께 청와대 춘추문부터 경복궁 신무문까지 길을 따라 걸었다. 신무문 앞에 설치된 간이 무대에 오른 김씨는 “원래 저녁 8시면 통행이 막혀서 적막했는데 오늘은 활기가 넘쳐서 좋다”며 “작은 변화지만 권력이 막아섰던 국민의 길, 광장의 길을 다시 국민께 돌려드려 기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박수치며 “문재인 대통령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막혔던 청와대 앞길이 26일부터 24시간 전면 개방됐다. 개방되는 지점은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건물인 춘추관과 청와대 정문 앞의 분수대 광장을 동서로 잇는 ‘청와대로’다. 그간 새벽 5시30분(동절기는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만 개방됐다. 해가 완전히 진 뒤부터는 경호상의 문제로 일반 시민의 통행을 제한해왔다.

종로구 삼청동에 사는 ‘청와대 이웃’ 최준(41)씨도 이날 밤 산책길에 나왔다. 그는 “그간 청와대는 비밀스럽고 어두운 이미지가 있었다. 이번 개방은 역사적 공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장귀석(68)씨는 “민주화 운동을 같이 하던 동료들과 개방행사를 한다기에 와봤다”며 “과거에도 청와대가 궁금해 주변에는 많이 와봤는데 매번 검문에 막혔다. 이번에 처음 이 땅을 밟게돼 감개무량하고 한을 푼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2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청와대 앞길 개방 조처에 대해 “열린 청와대를 구현하는 조처의 하나”라며 “시민의 야간 경복궁 둘레길 통행이 자유로워져 서울의 대표적인 산책길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방 시간대에도 시민들을 불편하게 했던 경찰의 검문도 완화됐다. 이날 새벽 5시30분께 빗속에서 경찰관들은 청와대 주변 5개 이동식 검문소 장비를 없앴다. 그 자리에는 교통 초소만 남았다. 일부 보안 시설을 제외하면, 인왕산 정상에서 청와대 주변 촬영도 자유로워졌다.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시민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섬기는 쪽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앞길은 전면 통제되다가 1993년 2월 김영삼정부의 ‘권위주의 철폐 정책’ 일환으로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개방됐지만, 야간개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 앞길이 활짝 열리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시민들이 청와대 앞을 이전보다 더 자주 찾게 될 전망이다. 청와대 앞길이 부분 개방된 1993년 2월에도 청와대 앞은 시위의 공간이었다. 당시 언론은 “청와대 앞 집단민원 시위가 1993년 600여건 벌어져 92년 7건에 견줘 크게 늘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1993년의 풍경은 2017년에도 반복되고 있다. 30일 총파업을 예고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미 청와대 정문 앞 100m 인근에 천막을 설치하고 ‘근로시간 단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하지만 경호실 관계자는 대통령 경호 우려에 대해 “그간 대한민국 경호 역량은 많은 발전을 해왔다. 현재 청와대가 갖춘 경호 역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들은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말했다.

<허재현 정유경 기자, 김진완 최소연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