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을 반대하는 텔아비브 시민들의 시위.

아랍 반발‥ ‘화약고’ 건드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의 판도라 상자를 기어코 열려고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중동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의 이런 통화는 그가 이르면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할 것이라는 추측 속에서 이뤄졌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가 이 문제에 관한 그의 생각이 “아주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에 아랍 지도자들은 예루살렘으로 미국 대사관 이전은 위험스런 반향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그런 조처는 전 세계 무슬림들을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나라는 아직 없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모두에게 성지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전쟁 때 동예루살렘을 점령하고는 예루살렘 전체를 자신들이 수도로 삼겠다고 했으나, 중동 국가 및 국제 사회의 반발로 실질적인 조처는 이뤄지지 못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을 국제도시로 만들자는 입장이다.
살만 국왕은 미 대사관의 이전이나 이스라엘 수도로 예루살렘 인정은 “전 세계 무슬림들의 격렬한 반발을 낳을 것이다”고 트럼프에게 경고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만약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이슬람 정파 하마스는 미국 대사관 이전 등은 “모든 금지선”을 넘는 것이다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요르단 정부는 각각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과 압둘라 국왕이 트럼프로부터 대사관 이전 의향을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 정의길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