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 정용일 기자
김장겸체제서 선임된 이사 6명
1인당 3억2천만원가량 추정
김장겸 전 <문화방송>(MBC) 사장 체제에서 선임된 문화방송 이사들이 억대 규모의 ‘특별퇴직위로금’을 요구하며 사퇴를 거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12일 문화방송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승호 신임 사장이 취임한 뒤 문화방송 이사들은 거취에 대한 입장을 묻는 회사 쪽에 ‘특별퇴직위로금 지급 보장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2월 김장겸 사장이 취임한 이후 △백종문 부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이주환 드라마본부장 △이은우 경영본부장 △김성근 방송인프라본부장 △윤동열 미디어사업본부장 등 모두 7명의 이사를 선임했는데, 이 가운데 백종문 부사장은 김장겸 사장 해임 다음 날 사직서를 제출해, 나머지 이사 6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특별퇴직위로금’은 퇴직금과 별도로, 임기 만료 전에 퇴임하는 임원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문화방송의 ‘임원 퇴직연금 지급 규정’에 따르면, 임원이 된 지 3년 미만인 경우에 △회사사정으로 인해 임기 만료 전에 퇴직하거나 △재임 중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임원에 한해서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잔여 임기 1년당 연봉의 90%를 지급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엄기영 당시 문화방송 사장이 사퇴하면서 함께 물러난 이사들도 특별퇴직위로금을 지급 받은 바 있다. 현재 문화방송 이사 6명의 특별퇴직위로금 규모는, 문화방송 임원 기본 연봉이 1억8천만원 가량(2016년 기준)인 점과 이들의 임기가 김장겸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임기가 오는 2020년 2월까지였던 점을 고려하면, 1인당 3억2천만원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6명 모두에게 지급할 경우, 회사가 지출해야 할 퇴직위로금은 20억원가량이다.
문화방송 이사 임면권 및 특별퇴직위로금 지급 권한을 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다수 이사진은 이 같은 위로금 지급에 부정적이라, 법정싸움 등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1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이진순 이사는 문화방송 기존 이사들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위로금은 오히려 기존 이사진이 엠비시 구성원들, 국민, 시청자들에게 줘야 한다. 그동안 공영방송 엠비시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엠비시를 바닥까지 추락시키는 데 일조한 이사들의 거취 문제는 명확한 진상 규명과 그에 따른 문책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가 접촉한 일부 이사들은 “특별퇴직위로금은 엠비시 규정에 명시된 것은 물론 상법상으로도 귀책사유가 회사에 있는 경우엔 손해를 배상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있는 만큼, 법과 절차에 따라 지급 받는 게 맞다고 본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가운데 한 이사는 “(최승호) 새 사장이 취임한 뒤 면담 한 번 한 적 없다. 사표를 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거취를 어떻게 결정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문화방송의 위상 추락에 대한 책임 여부를 묻는 <한겨레> 질문에 대해서 또 다른 이사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고, 회사가 승진을 명해서 했을 뿐”이라며 “(엠비시의 위상 추락에 대해선) 다른 의견들도 있는 걸로 안다”고 답했다.
이처럼 이사들이 특별퇴직위로금 지급을 언급하며 사퇴를 미루면서, 최승호 새 사장이 들어서고 나서도 조직개편, 인사발령 등 기본 업무가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기존 이사진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지난 11일 새 이사로 선임된 변창립, 조능희, 정형일, 구자중, 김종규, 박태경 등 신임 본부장들은 사장실 옆 회의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오는 13일로 예정된 문화방송 이사회에서는 기존 이사진과 새 이사진 등 모두 13명의 등기 이사가 모여 인사와 조직개편을 논의하는 기묘한 풍경이 펼쳐질 예정이다.
< 김효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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