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글마당] 낚시

● 교회소식 2017. 12. 20. 14:31 Posted by SisaHan

낚시는 어려서부터 틈나는 대로 즐겼던 취미였지만, 정작 낚시의 재미에 빠지게 된 것은 4~5년 전 부터 입니다. 아내도 몇 번 따라 다니다가 어느 사이 손맛(?)에 빠져서 나보다 더 적극적인 낚시광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내일은 낚시 가자’를 결정하기가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특별히 올해는 연어낚시와 송어낚시에 깊이 빠져서 틈나는 대로 낚시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낚시를 하는 여자분들이 거의 없다보니 아내는 항상 낚시터에서 주목을 받게 됩니다. 부부가 함께하는 모습을 부러워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제 제법 낚시를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갈 때마다 또 다른 낚시의 비법들을 배우게 됩니다. 아마도 내년 쯤이면 우리만의 노하우도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낚시에도 ‘도’가 있습니다. 가까이 낚싯대를 드리우다 보니 서로 얽히지 않도록 해야하고, 직선이 아닌 사선으로 낚싯줄을 던져도 안됩니다. 한 사람에게 물고기가 낚이면 주변 분들은 모두 낚싯줄을 거두어 들여서 그 물고기를 건져 올릴 때까지 기다려 줍니다. 그런데, 낚시터가 쓰레기로 조금씩 더럽혀 지는 것이 보여서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우리들이 가는 곳은 언제나 깨끗하게 되고, 서로 조심하며 또 다른 분께서도 봉투를 준비하시고 청소를 하십니다. 그렇게 한여름과 가을을 보내면서 나름 낚시에 대한 철학이 생겼습니다. 3일 4일 연속으로 하루 종일 앉아 입질 한번 받아보지 못한 날도 있습니다. 너무 큰 연어가 계속 낚여서 팔힘이 없어서 낚시를 던지면서도 또 잡힐까 봐 겁이 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날은 그저 기다리는 것입니다. 바로 ‘낚시는 기다림’이라는 것을 알 때가 되면 ‘진정한 낚시꾼’이 되어서 하루종일 기다려도 지루하지가 않게 됩니다. 소풍날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여행날짜를 잡아놓고 기다리던 때가 생각납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과 만날 날이 정해질 때의 그 기다림이 생각납니다. 기다림은 설레임 입니다. 기다림은 기쁨이며 희망입니다.

어느 덧 한해를 마무리하는 날이 되었지만, 저는 새해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기에 설레임과 기쁨으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나 같은 죄인을 기다려 주셨던 주님을 생각해 봅니다. 주님께서도 설레임과 희망을 품으시고 저를 기다려 주셨을 것 입니다. 연일 공치는 낚시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물고기들이 입질을 하고 여기저기서 환호하며 즐거워 하는 소리가 낚시터를 가득 채울 때가 있습니다. 조금씩 낚시를 더 배워가는 즐거움도 있지만 맑은 공기 마음껏 마시며 한 마리의 물고기를 기다리는 재미는 어디에 비교할 수 없습니다. 아내는 낚시를 나가면서 어떤 형태로든 점심을 몇 인분 준비하여 나갑니다. 자주 뵙게 되는 한국분들에게 같이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주로 김밥을 많이 준비하는데 5~6인분을 준비 합니다.

새벽같이 낚시터에 나오신 분들에게는 반가운 점심이 되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가까이서 낚시를 하시던 ‘A’선생님께서 저희 교회 이름을 물으시고, 아직 한 번도 나가보지 않았던 교회를 나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드디어 ‘A’선생님 부부께서 첫 출석 하신 날, 찬양을 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물고기를 낚으러 다니면서도 사람의 마음까지 낚을 수 있는 이 기쁨은 누가 주신 은혜일까요??.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가장 큰 선물을 허락하여 주셨습니다. 기다림은, 언제나 우리에게 가슴 떨리는 선물을 준비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 마가복음 1장 17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 정훈태 - 동산교회 장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