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안보팔이들의 심통

● 칼럼 2018. 3. 21. 14:45 Posted by SisaHan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되면서 한반도가 역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곧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던 험악한 위기가 맴돌다 하루 아침에 평화무드로 급변했으니, 다들 이야기 하듯 ‘격세지감’이란 말이 실감날 뿐이다.
정세분석가들은 한국정부가 끈질기게 대화와 설득노력을 편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외교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한다. 또 예측불허의 인물 김정은과 트럼프의 돌출과 파격성, 영웅심리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어느 쪽이든 통크게 결단하면서 남북과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기운이 감돌게 된 것은 분명하다. 전세계 지도자들과 언론들이 긍정적인 기대를 표하는 것도 평화의 희망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그동안 남북대치를 조장하며 ‘안보장사꾼’이라는 별칭까지 붙은 수구세력들은 당황한 나머지 ‘안보 쇼’라는 둥 헐뜯으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멈춰 세우려 용을 쓰고 있다. 역시 북핵 위기를 호재로 짭짭한 ‘안보팔이’와 군국주의 망령에 젖어있는 일본의 아베 정부 정도가 탐탁치 않은 표정을 드러냈다. 한국의 수구세력과 아베정권이 ‘위안부 합의’에 이어 남북 화해에도 딴쭉걸기로 서로 죽이 맞으니, 그 본색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커진다.
돌이켜 보면 지난 10년의 철저한 남북간의 단절과 힘겨루기가 남긴 것은 감정대립의 격화와 엄포대결, 위기와 신경전의 에스컬레이트로 인한 피로감 외에 달리 무엇이 있었던가 싶다. 계속 압박하고 조이면 무너져 망하고 흡수통일이 되겠지 하는 참 허망한 기대감 말고는 평가할 만한 소득이 없었다. 오랜 남북대결의 역사에서 반복된 압박과 제재의 악순환이 교훈을 남겼는데도 소위 보수정권은 그런 단선적 논리에 매몰돼 강박일변도의 대북정책을 가속했다. 그 결과는 북핵과 탄도미사일 고도화라는 결말로 드러나며 위기를 키웠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북한 리스크만 커져가는 아이러니에 국민들만 피곤해졌고 오히려 위기에 무뎌지는 학습 역효과까지 나타났다.


물론 남북간, 또 북미간에 정상회담이 열린다 해서 무조건 평화시대가 도래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간의 깊어진 감정의 골과 불신을 고려한다면 단숨에 우정의 다리를 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의 돌변한 대화공세에 경계심을 표하며 주의를 경고하는 시각도 이해해야 한다. 저들의 벼랑 끝 전술에 번번이 당했던 기억, 시간벌기식 대화전략에 기만당한 사례들이 그런 우려를 부추기고도 남는다. 사실 북한의 외교와 대남전술은 만만치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저들은 항상 체제위기를 안고있는 정통성 없는 세습정권이다. 생존을 배수진 친 독재권력, 거기에‘외교 일꾼’들은 길게는 20년 30년씩을 외길로 매달린 전문‘기술자’들이다. 지난날 남북간 회담장 취재의 경험을 돌아보아도 남측의 대표나 실무자들은 정권교체에 따라, 혹은 근무 기간에 따라 얼굴이 바뀌지만, 북측은 거의 변함없는 같은 인물들이 회담장에 나오곤 했다. 그러니 오가는 언사나 담판에서 항상 녹록치 않은 상대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들을 외면하고 ‘철의 장막’에 가둔 채 압박만 하는 것이 최선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깨우치고 가르쳤다. 지난 10년의 대북강박이 부른 전쟁위기를 우리 모두가 보았다. 설령 저들에게 교활한 속셈이 있다고 해도,‘만나야 별을 보든 뽕을 따든’뭔가 할 수 있는 법이다. 폭탄을 쥔 인질범을 무조건 자폭으로 내몰아서는 안되는 거와 같다. 만나서 들어보고 으르고 달래다 보면 돌파구가 보일 것이다. 단지 정상 간의 만남을 예약한 것 뿐인데도 대결과 대치가 대화와 화해로,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것을 보고있지 않는가. 설령 ‘쇼’라고 해도 거기에 평화와 통일의 염원이 담겼다면 적대와 전쟁 공포보다 백 배는 낫다. 단단히 채비하고 지혜롭게만 대처한다면 만남을 꺼리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거나 비겁한 일인 것이다.
더구나 남과 북은 한핏줄 한 뿌리의 같은 민족이다. 당연히 하나가 되어야 한다. 통일이 되어야 한민족이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하고 국제사회에서 명실상부한 선진대국으로 자리매김할 수가 있다. 벌써 70년이 넘었다. 통일을 위해 씨름하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


그런데 ‘통일은 대박’이라고 큰소리치던 지난 정권의 후예들이 통일의 첫걸음이 될지도 모를 정상대화를 무조건 비틀고 반대하는 속셈은 무언가. 그들은 미국을 신주단지처럼 받들더니 이제는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선언하자 놀란 나머지 미국마저 믿을 수 없다는 식이다. ‘뼛속까지’물들었다는 사대주의를 청산하겠다는 바람직한 신호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그저 놀부 심통인지, 나라와 민족의 장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전혀 없이 몽니를 일삼는 저들의 말로를 지켜 볼 일이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