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우리의 소원은

● 칼럼 2018. 3. 21. 14:47 Posted by SisaHan

우리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다닐 때는 자주 불렀던 노래였다. 이 노래를 부르노라면 어린 마음에도 왠지 숙연해지며, 마치 우리 손으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듯이 그리고 그 일이 가능한 것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곤 했다. 그리고 특히 이곳 토론토에서는 작곡가인 안병원 선생님께서 사셨던 연유로 모임이 끝나면 ‘고향의 봄’을 같이 부르기도 했지만 선생님께서 직접 나오셔서 지휘하면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 노래를 부르기를 잊어버렸다. 아마 우리 살아 생전에 통일이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일까? 통일의 날은 가까워지기는커녕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지난 10년 보수정권 아래서 남북간의 소통이 단절된 채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북한은 핵실험을 가속하여 경쟁의 면으로 치달았고 남한 정부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통일이나 북한과의 대화를 논할 게재가 아니었다. 한때는 조금만 말을 잘못하면 종북으로 몰아 부치던 때도 있었다.


오히려 요즘 들어서는 통일이 된다기보다 전쟁이 나지 않을까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것도 무시무시한 핵전쟁이… 만약에 핵전쟁이 나면 승자도 패자도 없이 둘 다 파멸 당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북한이 핵개발에 집중을 하고 미국에 대륙간 탄도탄을 발사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미국이 나름대로 선제공격을 할지 모른다는 설이 지난 연말까지 심각하게 제기된 상황이었다. 한국신문 보다 이곳 신문에서 더 심각하게 다루어 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평화의 올림픽으로 기억될 평창올림픽도 끝나고 패럴림픽이 열리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안한 눈초리로 지켜 보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남도 아닌 우리의 야당 정치인들이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부르며 틈만 나면 꼬투리를 잡아 꼭 망하기를 바라는 듯한 발언들을 서슴없이 해댔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동계 올림픽은 흥행하기 힘든 올림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물론 경제적인 손실은 나중에 다시 계산해 보아야 할 일이지만 큰 탈없이 세계의 언론들이 칭찬하는 올림픽으로 끝났고 뒤늦게라도 우리 국민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올림픽으로 끝난 점이 다행이라는 이야기다. 사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무관심했고 남의 일 보듯 한 것도 사실이다.

신년사로 김정은이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발표를 했을 때, 나의 솔직한 느낌은 그것이 진심일까 하는 의심이었다. 한마디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의 전쟁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림픽이 끝나면 연기되었던 한미군사 훈련이 재개되고, 북한은 그걸 빌미 삼아 다시 원점으로, 냉전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 나의 추측이었다. 그러나 사태는 의외로 빨리 돌아가 특사가 파견되고 남북간의 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런다고 곧 통일이 된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시점에서 북한이 원하는 것은 남북회담 보다는 북미회담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들의 체제 보장을 원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미국의 군사적인 위협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강도 높은 경제적인 압박에 체제유지의 한계를 느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들은 미국의 압박에 의한 중국의 경제적인 압력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현실이다.


북미정상회담이 꼭 성공리에 이루어져 그 반사이익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남한과의 평화관계를 유지한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이 있을 수가 없다. 어차피 통일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질 수 없으며, 한쪽이 다른 한 쪽을 쉽게 통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먼저 서로 적대감을 버리고 평화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아직도 통일의 길은 멀지만, 이 번 일을 기회로 잊혀진 통일의 노래를 부르며 통일의 불씨를 살렸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우리의 소원은…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