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승격된 예루살렘 미 영사관을 경비하는 이스라엘 경찰.

팔 평화협정 교착, 중재역 미국 위상 약화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미국이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한데 이어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의 14일 예루살렘 이전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특히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은 유대교뿐 아니라 이슬람교의 성지로도 꼽히는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자국 수도로 주장해왔다.


미국이 예루살렘에 자국 대사관을 세우는 것은 친이스라엘 정책의 강화를 의미하고, 팔레스타인과 미국, 이스라엘의 갈등을 키울 공산이 크다. 안그래도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중동의 평화중재자로서 미국의 위상은 약화했다.
작년 12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발표한 뒤 팔레스타인은 미국과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에 대한 지원 삭감을 발표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팔레스타인은 응하지 않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지난 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미국은 정직한 평화중재자로서 역할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할 당근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예루살렘 대사관 개관으로 팔레스타인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과 미국의 대화가 중단된 가운데 다른 해결책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팔레스타인은 아랍권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다.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여러 차례 내는 데 그쳤고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아랍국가들은 정세 안정과 경제 회복 등 국내 현안에 집중하느라 팔레스타인 문제에 신경 쓸 여지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구나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친미국가들은 이스라엘과 가까워지는 형국이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되면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