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s 보도 여성 변호사 3분의 2 성희롱 피해
지난 연말부터 영국 정계와 구호단체를 휩쓴 성폭력 고발 ‘#미투 캠페인’이 법조계로 번지고있다. 여성 변호사 세명 중 두명이 로펌에서 성적 괴롭힘(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할 정도로 성폭력이 만연해 있으나, 피해자들이 실직할까봐 피해 사실을 함구하거나 비밀유지 계약에 서명하고 거액의 합의금을 받는 관행 탓에 그 동안 ‘봉인’돼 왔다는 조사가 나왔다.
일간 <더 타임스>는 영국 로펌에서 일하는 여성 변호사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3분의 2가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입수한 자료는 영국 법률 매체 <리걸 위크>의 지난해 10월 조사 결과인데, 로펌에서 일할 때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한 여성 변호사가 64%에 달했다. 이 가운데 51%는 두번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13%는 한번 경험했다고 답했다. <더 타임스>가 변호사 감시단체인 ‘상담변호사 규제기구’(SRA)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지난 2년간 한달에 한번 꼴인 총 21건의 성희롱 사건이 접수됐다. ‘낮은 신고율’을 감안하면 실제 성희롱은 훨씬 많으리라 추산된다.
<리걸 위크> 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성희롱은 남성 파트너 변호사의 ‘나쁜 손’에 의해 이뤄졌는데, 응답자 가운데 58%가 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부적절한 언어(43%), 부적절한 신체 접촉(35%), 과도하게 성적인 행동(9%)을 경험했다는 여성 변호사도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응답자는 “내가 저연차 변호사였을 때 로펌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파트너 변호사가 나를 더듬었다. 로펌에 알리지 않았는데, 그때 알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최고 등급의 공판변호사인 칙선변호사(queen’s counsel) 앤드류 번스는 “아마도 다음번 ‘고위급 폭로’ 대상은 런던시티의 변호사들이 될 것이다. 젊고 열정적인 시보 및 학생 공판변호사 훈련 때 영향력 있는 선임 변호사들과 장시간 가까이서 늦은 밤까지 일하는 환경은 성희롱의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번스 변호사는 특히 “시보들은 종종 술이 자유롭게 오가는 영업 술자리에 초대된다. 부도덕한 선임 변호사는 시보가 승진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 고소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성희롱의 길로 잘못 들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로펌 내부 성폭력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던 데는 ‘피해자 재갈 조항’으로 불리는 비밀유지 계약 영향이 컸다. <더 타임스>는 “런던시티에서 젠더 다양성을 홍보하는 한 선도적 로펌이 성희롱 문제가 제기되자 피해자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비밀유지 계약을 맺었다”며 “해당 로펌은 피해자가 상사에 의한 장기간의 성희롱 패턴을 모아놓은 모든 증거를 폐기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 전정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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