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식에서 아들에게 안수하고 있다.
‘교회 기본권’ VS ‘헌법위배’ 8:7로
교단안팎 “신사참배 버금”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은 7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심리를 갖고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국은 결의무효 소송 심리에서 무기명 투표 끝에 8대 7로 이 같이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동남노회비대위(위원장 김수원 목사)가 서울동남노회의 청빙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후 9개월 만이다. 법적 공방은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위임식이 열린 이후 계속 이어졌다. 김 목사는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 원로 목사의 아들이다.
이날 변론에선 김하나 목사 청빙이 교회와 교인의 기본권 행사라는 입장과 예장통합 교단 헌법 내 세습금지법을 위배한다는 입장이 맞섰다. 비대위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교단 헌법 2편 28조 6항을 들어 청빙이 적법치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빙 지지 측에선 관련 조항의 ‘은퇴하는’이라는 문구를 들어 김삼환 목사가 2015년 은퇴한 뒤 이뤄진 김하나 목사 청빙은 적법하다고 변론했다.
변론에 앞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국의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로회신학대 등 예장통합 총회 산하 6개 총학생회도 공동성명서를 내고 세습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명성세습’과 관련 총회 재판 동안 법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해 달라는 외침이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이어졌다. 교단 총회장부터 목회자, 교인, 신학생, 교수, 시민단체와 일반 언론까지 명성교회 세습은 불법이라고 했다. 목회자 530여 명이 반대 성명을 냈고, 교단 산하 신학교 교수 120여 명도 김하나 목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해외한인장로회(KPCA) 캐나다 동노회도 올해 봄 노회에서 한국 통합교단의 명성교회 세습논란에 대해, KPCA총회가 반대성명서를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청원을 채택, 총회에 헌의해 지난 5월 도미니카에서 열린 KPCA 제43회 총회에서 세습반대 성명을 채택해 한국통합측에 전달토록 한 바 있다.
장신대에서는 세습 직후인 2017년 11월 14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세습 반대 기도회가 열렸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예장통합 총회 회관 앞에서는 김동호·방인성 목사부터 시작해 손봉호 교수, 정주채 목사, 박득훈 목사 등 교계 원로들이 릴레이 피켓 시위를 했다. 이후에도 장신대 학생회, 장신대 교수 모임 등이 돌아가며 거의 매주 세습 반대 기도회를 열었고, 총회 재판국 심리 날짜가 정해지면 ‘공정 재판 촉구 기도회’라는 이름으로 연합 기도회를 지속적으로 열었다. 재판 선고 전날인 8월6일에도 2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지막 기도회가 열렸다. 설교를 맡은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은퇴)는 “만약 총회 재판국이 세습을 용인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신사참배에 버금가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 때문에 청빙무효 재판 결과와 관련, SNS에는 교수와 목회자들을 비롯한 여러 목소리들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예장통합 전국노회장협의회 회장 박은호 목사(정릉교회)는 “총회 기관의 질서와 권위가 무너지게 생겼다. 총대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노회장협의회는 지난해 12월, 명성교회 세습의 본질은 “맘몬 숭배, 하나님 신앙을 이용한 기복신앙과 번영신학에 있다”며 세습 철회를 요청하는 성명을 냈었다. 박 목사는 “성명을 낼 당시 서울동남노회를 제외한 전체 67개 노회 중 70%가 명성교회 세습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법을 어겨 가면서까지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에 총회가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회 한 관계자도 9월 정기총회가 명성교회 문제로 시끄러울 것으로 봤다. 그는 “총대 전반적으로 대형 교회 세습에 대한 반감이 크다. 2013년 98회 총회에서 84% 찬성으로, 그것도 명성교회 예배당에서 통과시킨 법이다.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최근 불거진 재판국원 향응 수수 의혹 건까지 더해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사 학자인 옥성득 교수(UCLA)는 재판 결과가 알려진 뒤 ‘통합 목사직 사직’을 선언했다. 그는 “이 판결이 부당하므로 항의하며, 다음 총회 헌법에 따라 예장 통합측 목사직을 ‘자의 사직’할 것”이라며 “세습 인정 판결로 장로교회는 80년 전 신사참배 결의보다 더 큰 죄를 범했다”고 밝혔다. 옥 교수는 “당시는 일제의 강제로 결의했으나, 오늘 통합측 재판국은 자의로 결정했기에 통합 교단 최대 수치의 날이자 가장 큰 불의를 범했다. 통합 교단은 오늘자로 죽었다”며 “그러나 언젠가 통합 총회가 재를 덮어쓰고 회개하여 오늘의 결의를 무효로 돌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주여, 통합 교회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라고 발표했다.
또 김운용 교수(장신대)는 “신사참배를 결의했던 부끄러운 이름을 기억하듯, 역사는 당신들의 이름을 기억하리라”며 “역사의 주인께서 하나님의 교회를 욕되게 한 당신들의 행위를 심판하시리라. 아 부끄럽다!”고 썼다.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는 “세습 반대 신학교수 서명운동에 두 번이나 동참한 입장에서 허망하고 서글프다. 이제 총대들의 거룩한 반란을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며 “통합 교단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려면 총대들이 돈이나 권력에 매수되지 않고 대대적으로 봉기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비둘기처럼 순결한 명분을 지키려면 뱀과 같이 교활해야(phronimos) 한다”는 소회를 전했다.
김근주 교수(느헤미야)는 “명성교회 세습조차 그 부당함을 바로잡지 못하는 통합 측, 교회에 아무런 피해도 잘못도 하지 않은 동성애에 대해서는 교단 차원의 결의에, 학생들 징계까지 했지만, 막상 최대 쪽수 교회의 탐욕스러운 짓거리 앞에서는 맥없이 굴복한다”며 “앞으로 추악한 명성교회와 비겁한 통합 측은 복음의 수호 운운하며 또 얼마나 약자를 괴롭히고 짓밟는 일에 게거품을 물며 나설런지. 가히, 통탄할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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