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은 것이 가장 큰 것을 이긴다
물질만능 소비주의 환경파괴 주도한 나라들 휘청
맑아지고 깨끗하고 편해진 환경 생명중시 되새김
#왕관 모양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제왕들의 나라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14일 현재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보면 지구 최강자 미국이 단연 1위다. 콜럼버스를 앞세워 아메리카 대륙을 삼켰던 스페인이 2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한 이탈리아가 3위다. 1·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도 유럽 최강으로 우뚝 선 독일이 4위, 나폴레옹의 프랑스가 5위, ‘세상의 중심’(중화)임을 자처한 중국이 6위,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 7위다. 일본도 상승 추세다. 하나같이 힘없는 나라들과 민초들을 식민으로 삼아 영광을 누렸던 제국들이다. 또한 근현대 발전이란 이름으로 물질만능 소비주의와 환경 파괴를 주도한 다국적 기업의 나라들이기도 하다.
#실은 욕망의 제국에 신음한 것은 제3세계인들만이 아니었다.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죽어간 더 많은 생물이 있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2018년 보고서를 보면 지난 60년 동안 절반이 넘는 동물 종의 개체 수가 60%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육지에 사는 생물 다양성이 1990년 이후 최고 20% 줄었고, 양서류의 40%, 산호의 33%, 바다 포유류의 33%가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밝혔다. 1970년대 이후 발견된 40여종의 신종 감염병의 60% 이상이 동물로부터 전염됐다. 이는 멸종해가는 동물들이 내지른 최후의 단말마다. 이 책임에서 한국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국도 1인당 생태개발지수가 세계 20위, 세계인들이 모두 한국인들처럼 소비한다면 8.5배의 지구가 필요하니, 한국도 이미 남 욕할 처지는 한참 지났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꿨다. 21세기 말이면 평균기온이 현재보다 3.5도 더 상승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에도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공장이 멈추고, 대부분의 항공편도 운항을 중단했다. 연간 2천만명의 관광객 때문에 살 수가 없다는 현지 거주민들의 아우성에도 관광객이 늘어만 가던 이탈리아 베네치아도 적막해지고, 수상택시 곤돌라의 운행도 중단됐다. 그러자 지저분하던 강물이 맑아져 물고기가 모여들었다. 인도 동부 오리사주의 해변엔 멸종위기종인 올리브바다거북 수천마리가 찾아와 알을 낳았다. 인도 북부 도시에선 그동안 대기오염에 가려 보이지 않던 설산이 웅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발 공장의 가동 중지로 우선 한국인들도 숨쉬기가 한결 편해졌다. 그러나 앞으로 필요한 더 큰 변화는 ‘언젠가는 주는 대로 되돌려받는다’는 인과의 법칙에 대한 각성이다.
#본래 인간과 같은 다세포 생물엔 세포가 이상증식을 하지 않게 조절하는 프로그램이 내재해 있다. 이 프로그램이 고장 나 무한증식하는 게 바로 암이다. 다른 나라와 국민, 생물이야 죽든 말든 암적인 욕망이 키운 슈퍼파워에 가장 작은 것, 바이러스가 반기를 들었다. 남이야 어찌 됐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반공동체적 이기심으로 무장한 정복자들은 그동안 약한 나라와 국민을 먹잇감으로 삼았지만, 가장 작은 바이러스는 그 개인주의와 황금만능 생명경시주의로 비만해진 골리앗을 먹잇감으로 삼았다.
야생에서 누구도 당할 수 없는 제왕인 사자를 거꾸러뜨리는 것은 결국 사자충이란 작은 벌레다. <화엄경>에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란 말이 있다. 미세한 티끌 속에도 세상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미세한 바이러스 하나가 세상의 흥망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어 어일미진중(於一微塵中) 견유삼악도(見有三惡道)라고 한다. 미세한 티끌 가운데 ‘삼악도’, 즉 우리가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지옥 등이 있다는 것이다. 조화와 배려와 절제를 무시한 암적인 욕망 뒤엔 지옥이 펼쳐진다는, 인과의 법칙을 코로나가 보여주고 있다. < 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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