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출’ 가능성을 주장한 중국 우한 국가생물안전실험실(우한 연구소).
트럼프·폼페이오, 중국
우한 연구소 코로나19 유출 의혹 주장
<워싱턴포스트> <폭스뉴스> 등 ‘연구소→인간 전염’ 가능성
보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 있는 생물학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의혹이 미국 등에서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이번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공식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처음 퍼진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래됐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다는 질문에 “우리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상황을 놓고 아주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중국 책임론을 주장해왔으나, 중국의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래됐다는 언급을 구체적으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6일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 정보기관들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의 연구소에서 유출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마크 밀러 합참의장이 이를 확인했다고도 전했다.
밀러 의장은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지 미국 정보기관들이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것에 우리가 상당한 관심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고, 우리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철저히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증거로 봐서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이나, 이 시점에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하겠다”며 “우리는 확실한 것을 모른다”고 여지를 남겼다.
미 당국자들이 코로나19 유출지로 의심하는 곳은 우한 국가생물안전실험실(이하 우한 연구소)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14일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이 쓴 ‘국무부 전문이 박쥐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우한 연구소의 안전 문제를 경고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 ‘코로나19 우한 연구소 유출’ 의혹에 다시 불을 지폈다.
신문은 미 국무부 외교전문이 우한 연구소의 안전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 이 연구소에 과학 관련 미국 외교관들이 몇차례 방문한 뒤 본국에 이 연구소의 미흡한 안전 상태를 보고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박쥐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이 연구소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형태의 새로운 바이러스 대유행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있어, 미국이 더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외교전문으로 인해 우한 연구소나 우한의 또다른 연구소가 현재 코로나19 대유행의 근원지인지를 놓고 미 정부 내에서 새롭게 논란이 벌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우파 방송 <폭스 뉴스>는 16일 “코로나19는 우한 연구소에서 감염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코로나19가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기원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점증한다”고 전했다. 방송은 코로나19 유출과 관련해 “생물무기로서는 아니지만, 바이러스를 파악하고 퇴치하는 노력이 미국의 능력과 비슷하거나 능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중국의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복수의 소식통들이 “코로나19 발발과 관련해 중국 당국의 초기 대응을 자세히 보고받았고, 관련 자료들도 봤다”고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코로나19는 “아마 가장 값비싼 정부의 은폐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가 이 연구소에서 연구되다가 박쥐에서 인간으로 감염됐다”고 전했다. 최초 인간 감염자는 이 연구소 직원이었고, 곧이어 우한 시민들에게 전파됐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15일 <폭스 뉴스>에 출연해 우한 연구소의 코로나19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발원했음을 알고 있다. 우리는 수산물시장에서 몇마일 떨어진 곳에 우한 연구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전히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의혹에 불을 지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동식물이 거래되는 우한의 수산시장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진 곳’으로 추측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 근처에 있는 우한 연구소를 바이러스19와 연관시킨 것이다. 폼페이오는 “중국 정부가 공개하는 것이 정말로 필요하다”며 “그들은 협조하겠다고 말한다. 그들이 협조하는 최선의 방법들 중 하나는 전 세계가,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되게 됐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라고 다그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파이낸셜 타임스>와 회견에서 중국이 코로나19에 잘 대처했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중국에서 일어났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확실히 존재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질문과 관련해, 나는 바이러스 발생 등을 포함한 내용을 매우 깊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고 더 빨리 멈출 수는 없었는지 같은 어려운 질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우한 연구소 등 중국의 생물학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될 가능성은 적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애초 미국의 음모론자들은 중국이 생물학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성됐다는 주장을 했다. 과학계에서는 코로나19의 디엔에이(DNA) 등을 살피면, 인위적으로 이 바이러스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폭스 뉴스>의 보도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했으나, 중국 연구소의 부주의로 인간에게 전염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학계에서는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연구소들의 국제적 안전장치를 감안하면, 이럴 가능성 역시 극히 희박하다고 본다.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연구소들은 ‘생물안전도’(BSL)라는 엄격한 국제적인 기준을 따라야 하고, 우한 연구소도 예외가 아니다.
이 생물안전도는 4단계로 구분되는데, 우한 연구소는 가장 강도가 높은 생물안전도4를 따른다. 이런 기준에 따라 운영되는 연구소에서 연구중인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실수로 유출되거나, 작업자에게 감염될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 또 우한 연구소는 미국의 자금 지원 및 미국 연구소들의 지원을 받고 있어, 투명성도 확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과거 중국의 연구소에서 실수로 사스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있어, ‘휴먼 에러’(실수)에 의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출 가능성을 100% 부정만 할 수도 없다. 리처드 이브라이트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박쥐 바이러스들은 중국의 여러 곳 연구소에서 채집되고, 연구된다”며 과거 실수로 인한 코로나 바이러스 유출 사례들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3~2004년에 싱가포르, 대만, 중국에서 연구소의 사고로 사스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된 사례가 4차례 있었다고 상기시켰다.
2017년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우한 연구소에서 병원체가 유출될 우려를 담은 연구 자료가 발표되기도 했다. 또 우한 연구소에서 일한 화난이공대의 샤오보타오 교수는 지난 2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기원했을 것”이라며 우한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가끔 박쥐들에게 물렸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하지만 샤오 교수는 자신의 주장은 이미 나온 논문이나 기사에 기반한 것으로 직접적인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논문을 철회했다. < 정의길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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