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종단철도 향해…북쪽 문턱까지 동해선 잇는다
[정부, 남북 철도협력 다시 추진]
남북 오가는 철도 협력사업 당장은 제재 등에 현실성 낮아
철로 끊긴 ‘강릉~제진’부터, 삼척~포항은 2022년 목표 공사중
남북협력사업 승인땐 ‘예타’ 면제 경제성 장벽
넘고 신속 추진할 듯
정부가 남북 철도 연결 협력 사업을 다시 추진한다. 동해선 철도 남쪽 단절 구간 연결 사업을 우선 추진해, 남북 철도 연결과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현실화하는 마중물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 두돌인 27일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연다고 20일 통일부와 국토교통부가 발표했다. ‘동해북부선’은 강원도 강릉~제진 구간(110.9㎞)으로, 한반도 종단 동해선 철도 구간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단절 구간이다.
정부는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 앞서 23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 주재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승인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착공에 필요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2018년 12월 동해선
철도 남북공동조사단이 두만강 철교 위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은 형식논리로만 따지면 국내 기반 건설 사업이다. 하지만 그 함의와 잠재력은 크다. 이는 남북 정상이 2007년과 2018년 정상회담에서 거듭 확언한 남북 철도 협력 사업은 물론, 이를 통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과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 현실화의 필수 전제조건이어서다.
길게는 1992년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로 한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후 28년이 지났는데도 강릉~제진 구간 110.9㎞가 단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핵심 원인은 ‘경제성 미비’다. 역설적으로 정부의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 추진 발표를 강력한 남북 철도 협력 실행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배경이다.
한반도 종단 동해선 철도의 북쪽 구간은 비록 낙후하긴 했지만 모두 연결돼 있다. 두만강역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남양역에서 만주횡단철도(TMR)·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돼 유라시아대륙으로 달릴 수 있다. 동해선 남쪽 구간은 ‘동해남부선’(부산~포항)이 운행 중이고, ‘동해중부선’의 강릉~삼척(60.3㎞) 구간은 철로가 깔려 있고, 삼척~포항 166.3㎞ 미연결 구간(포항~영덕 구간은 2018년 1월25일 부분 개통)은 2022년 완공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남북 철도 협력 사업의 양대 축은 서쪽 경의선과 동쪽 동해선인데, 북쪽은 동해선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러시아나 중국 흑룡강성(헤이룽장성)에서 수출하는 물자를 두만강역에서 넘겨받아 동해안에 있는 철길로 날라다 주면 한해 10억달러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1994년 6월10일 벨기에 노동당 중앙위원장과의 담화)고 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부산항에서 동해선으로 시베리아철도와 연결하면 좋다”(2002년 4월 임동원 특사와의 담화)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극동 발전 전략인 ‘신동방정책’을 활성화하자면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의 연결이 관건이다.
정부가 4·15 총선 뒤 첫 대북 행보로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 추진을 꺼내든 데에는 여러 고려가 작용했다. 우선 남북을 오가는 철도 협력 사업은 유엔·미국의 고강도 대북 제재와 남북관계의 장기 교착 탓에 당장은 현실성이 낮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동해선 남쪽 단절 구간 연결에 우선 나서 한반도종단철도 연결과 관련한 ‘강력한 실행 의지’를 북한을 포함한 중·러 등 동북아 관련국에 밝혀 ‘연쇄반응’을 이끌어내고 싶다는 것이다.
둘째, 여권의 4·15 총선 압승으로 ‘경제성 미비’라는 걸림돌을 뛰어넘을 정치적 동력이 확보됐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2018년 4·27 판문점선언 직후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강릉~제진 단절 구간 연결 사업비는 2조3490억원으로 예상된다. 실제 건설사업이 이뤄지려면 국회의 예산 승인이 필수적이다. 민주당 주도의 21대 국회에서 예산 승인이 어렵지 않으리라는 게 정부의 예상인데, 총선 이후 이런 달라진 정치 상황 전망 또한 강력한 ‘대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한 경제활성화 기대도 깔려 있다. 앞서 강원연구원은 동해북부선 건설사업으로 생산 유발 4조7426억원, 부가가치 유발 1조9188억원, 고용 유발 3만8910명이 기대된다는 연구 결과를 2018년에 내놓은 바 있다. < 이제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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