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치매 환자 안락사 기준 완화

본인에게 최종 확인 못한 안락사 시행한 의사에 무죄

최초로 안락사 허용한 네덜란드에서 안락사 기준 정립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허용한 네덜란드가 치매 환자에 대한 안락사 기준도 완화했다. 의사가 치매 환자의 최종 동의를 받지 못했더라도 환자가 사전에 동의한 문서에 따라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네덜란드 대법원은 21일 치매 환자에게 최종 확인을 받지 못하고 안락사를 시행한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기존 안락사 관련법은 안락사 직전 환자 본인의 최종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의사는 201664살 여성 치매 환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았지만, 안락사 시행 직전 환자의 최종 동의 여부를 묻는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의사는 중증 치매 환자가 사전에 작성한 문서에 따라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다환자 역시 치매가 중증으로 진전돼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게 되기 전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안락사의 기준을 새로 정립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네덜란드는 2002년 엄격한 조건하에서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적으로 허용했다. 환자가 참을 수 없고, 끝없는 고통을 겪어야만 하고, 적어도 의사 2명의 안락사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번 사건의 환자는 4년 전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자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에 안락사를 원한다는 문서에 동의했다. 이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요양원에 들어갈 시점이 되자, 의사는 환자의 동의서에 따라 안락사가 시행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른 2명의 의사도 동의했다. 의사는 커피에 진정제를 타서 환자의 의식을 잃게 한 뒤 안락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환자가 도중에 깨어나, 그의 딸과 남편이 환자를 붙잡은 상태에서 안락사가 이뤄지며 논란이 됐다. 환자 가족들은 이후 의사의 결정을 지지했고, 하급심도 의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 정의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