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 시절 재판 개입의혹

재판부, 대리인에 주권면제 설명 요구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으로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의혹을 받았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재판이 4년만에 열렸다.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4(재판장 김정곤)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20161월 소송이 제기된 뒤에도 일본 정부는 소장 송달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법원행정처가 공시송달 절차를 밟은 끝에 소 접수 4년만에 첫 재판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소송에 앞서 20138월 일본 정부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냈지만 일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201510월 사건을 재판부로 이송해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20161월 정식 재판으로 회부됐다. 201512월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한일 위안부 합의를 타결하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시점과도 맞물린다.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강원 변호사는 “(식민지 시절) 일본의 행위는 반인권적 불법행위 및 국제범죄에 해당해 주권면제(국가면제)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권면제론은 한 주권국가의 행위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 법원에서 국내법을 적용해 판결할 수 없다는 국제법상 원칙이다. 그러나 피해자 쪽은 반인권적 범죄행위에도 주권면제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도 피해자 쪽에 주권면제를 반박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독일의 전쟁범죄에 대한 손해배상을 이탈리아 법원에 청구한 페리니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이탈리아 법원이 배상 판결을 내리자 여기에 불복한 독일은 유엔 최고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는데, 당시 다수 판사들은 국가면제 원칙에 따라 독일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판결 내용을 요청하며 국제사법재판소에서도 의견이 나뉘었던 걸로 안다. 소수의견의 논거가 피해자 쪽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당시 나온 소수의견 중에는 국가면제의 범위는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사건의 특징과 상황을 고려해 국가면제 인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해 반인권적 범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론이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들이) 어떤 경위로 위안부로 동원됐는지, 언제부터 위안부 생활을 했는지 등에 관한 자료가 필요하다며 관련 자료도 함께 요청했다.

이 소송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개입해 재판의 결론을 기각이나 각하 쪽으로 결론지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은 사건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맺은 박근혜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국정운영 협조 사례로 활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안부 합의 직후인 20161월 행정처는 위안부 손배 판결 관련 보고(대외비)’ 문건을 만들어 1심 재판의 결론을 국가면제이론에 따른 각하(소송 청구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로 정했다. 각하 결론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청구권 소멸로 기각해야 한다는 대안 논리도 준비했다. 행정처가 소송 패소논리를 개발하고, 일본이 소송에 응하지 않는 사이 원고로 나섰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절반 이상은 숨을 거뒀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15(재판장 민성철)에서도 길원옥 할머니 등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 장예지 기자 >

일본 변호사들 한국법원에 "일본 위안부 책임 물어달라"

위안부 피해자 손배 소송에 '국가면제 이론' 반박 의견서

일 사법절차에선 청구 사실상 봉쇄, 한국의 판단이 책임 물을 최후 수단

일 정부의 국가면제주장에 반박 일본 법원 조직적 패소 판결 정황 짚어

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들이 우리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본 변호사들이 국내 소송만이 일본으로부터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최후의 법적 수단임을 호소하는 의견서를 제출해 힘을 보탰다. 이들은 한국 법원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재판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며 소송 각하를 주장하는 일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일본 변호사연합회 소속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와 도쓰카 에쓰로 변호사는 최근 길원옥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민사15(재판장 유석동)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22<한겨레>가 입수한 의견서를 보면, 이들은 일본 법원과 정부가 피해자들이 일본 사법체계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원천 차단하고 있으므로, 한국 법원에서의 판단이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받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 법원의 판결로 자국의 법적 책임을 강제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론을 들어 우리나라에서 제기된 소송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201612월 처음 소송이 제기됐지만 일본 정부는 소장 송달부터 거부해 재판은 3년 가까이 멈췄고, 일본 외무성은 국가면제 원칙에 따라 소송을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만 전했다. 법원행정처의 공시송달 결정으로 지난해 11월에야 첫 재판이 열렸고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 쪽에 국가면제 이론을 극복할 수 있는 주장을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가 주문한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일본 변호사들이 의견서를 통해 밝힌 것이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한국에서의 재판권을 부정하는 일본이 자국 내에서 제기된 전후 보상 재판에 대해서도 조직적으로 배상 책임을 피해온 점을 지적했다. 도츠카 변호사는 일본 최고재판소의 독립된 두 재판부가 2007년 중국인 위안부 사건과 니시마츠건설의 중국인 강제징용 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패소판결을 내리면서 판결문에 적시된 이유가 상당 부분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인 위안부 판결 전문 16개 항 중 니시마츠 사건과 문장이 같은 부분이 12개 항에 이른다“(이는) 최고재판소의 방침이 어딘가에서 결정되고, 재판부는 그에 따른 사무처리를 할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두 재판부는 전쟁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은 모두 연합국과 일본이 맺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의 틀안에서 해결됐다며 피해자 개인이 재판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시했다. 이런 판단은 그 뒤 피해자들의 배상받을 길을 막는 논리로 확립돼 모든 재판의 패소 근거로 사용됐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이를 두고 최고재판소가 더 이상 전후보상재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판결을 끌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고재판소 조사관이었던 세기 히로시의 저서 <절망의 재판소>도 인용하며 도쿄지법에서 이뤄진 중국인피해자 전후 보상재판에서 재판장들이 비밀리에 회합을 갖고, 각하 또는 기각을 전제하며 심리를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에서 똑같은 소송을 제기한다면 패소할 것이 확실하다. 일본의 현 사법절차에서 외국인의 전쟁·식민지 피해자의 청구가 인정될 여지가 없고, 피해자의 재판청구권도 박탈된 점은 한국의 법정에서 일본의 주권면제 주장을 인정할지 판단하는 데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

2016년부터 피해자를 대리해 온 이상희 변호사는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금전적 배상을 넘어선 일본의 인정과 사과다. 일본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기 위해 재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법원이 일본의 국가면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면 위안부 피해자들은 우리나라에 있는 대사관 등 일본 재산을 강제집행할 권리를 갖게 된다. 520일 열리는 재판에서는 국가면제이론 관련 변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 뒤 증인신문과 피해자 법정진술 등을 거치면 912월 중 판결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4일에는 이옥선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이 제기한 또 다른 일본 정부 대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열린다. < 장예지 기자 >



20191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맨 왼쪽)할머니가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맞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손배 소송에 '국가면제 이론' 반박 의견서

일 사법절차에선 청구 사실상 봉쇄, 한국의 판단이 책임 물을 최후 수단

 일 정부의 국가면제주장에 반박 일본 법원 조직적 패소 판결 정황 짚어

                        

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들이 우리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본 변호사들이 국내 소송만이 일본으로부터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최후의 법적 수단임을 호소하는 의견서를 제출해 힘을 보탰다. 이들은 한국 법원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재판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며 소송 각하를 주장하는 일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일본 변호사연합회 소속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와 도쓰카 에쓰로 변호사는 최근 길원옥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민사15(재판장 유석동)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22<한겨레>가 입수한 의견서를 보면, 이들은 일본 법원과 정부가 피해자들이 일본 사법체계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원천 차단하고 있으므로, 한국 법원에서의 판단이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받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 법원의 판결로 자국의 법적 책임을 강제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론을 들어 우리나라에서 제기된 소송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201612월 처음 소송이 제기됐지만 일본 정부는 소장 송달부터 거부해 재판은 3년 가까이 멈췄고, 일본 외무성은 국가면제 원칙에 따라 소송을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만 전했다. 법원행정처의 공시송달 결정으로 지난해 11월에야 첫 재판이 열렸고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 쪽에 국가면제 이론을 극복할 수 있는 주장을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가 주문한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일본 변호사들이 의견서를 통해 밝힌 것이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한국에서의 재판권을 부정하는 일본이 자국 내에서 제기된 전후 보상 재판에 대해서도 조직적으로 배상 책임을 피해온 점을 지적했다. 도츠카 변호사는 일본 최고재판소의 독립된 두 재판부가 2007년 중국인 위안부 사건과 니시마츠건설의 중국인 강제징용 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패소판결을 내리면서 판결문에 적시된 이유가 상당 부분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인 위안부 판결 전문 16개 항 중 니시마츠 사건과 문장이 같은 부분이 12개 항에 이른다“(이는) 최고재판소의 방침이 어딘가에서 결정되고, 재판부는 그에 따른 사무처리를 할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두 재판부는 전쟁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은 모두 연합국과 일본이 맺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의 틀안에서 해결됐다며 피해자 개인이 재판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시했다. 이런 판단은 그 뒤 피해자들의 배상받을 길을 막는 논리로 확립돼 모든 재판의 패소 근거로 사용됐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이를 두고 최고재판소가 더 이상 전후보상재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판결을 끌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고재판소 조사관이었던 세기 히로시의 저서 <절망의 재판소>도 인용하며 도쿄지법에서 이뤄진 중국인피해자 전후 보상재판에서 재판장들이 비밀리에 회합을 갖고, 각하 또는 기각을 전제하며 심리를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에서 똑같은 소송을 제기한다면 패소할 것이 확실하다. 일본의 현 사법절차에서 외국인의 전쟁·식민지 피해자의 청구가 인정될 여지가 없고, 피해자의 재판청구권도 박탈된 점은 한국의 법정에서 일본의 주권면제 주장을 인정할지 판단하는 데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

2016년부터 피해자를 대리해 온 이상희 변호사는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금전적 배상을 넘어선 일본의 인정과 사과다. 일본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기 위해 재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법원이 일본의 국가면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면 위안부 피해자들은 우리나라에 있는 대사관 등 일본 재산을 강제집행할 권리를 갖게 된다. 520일 열리는 재판에서는 국가면제이론 관련 변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 뒤 증인신문과 피해자 법정진술 등을 거치면 912월 중 판결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4일에는 이옥선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이 제기한 또 다른 일본 정부 대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열린다. < 장예지 기자 >



출처: https://sisahan.com/4311?category=14136 [시사 한겨레 ⓘ한마당]

20191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맨 왼쪽)할머니가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맞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손배 소송에 '국가면제 이론' 반박 의견서

일 사법절차에선 청구 사실상 봉쇄, 한국의 판단이 책임 물을 최후 수단

 일 정부의 국가면제주장에 반박 일본 법원 조직적 패소 판결 정황 짚어

                        

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들이 우리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본 변호사들이 국내 소송만이 일본으로부터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최후의 법적 수단임을 호소하는 의견서를 제출해 힘을 보탰다. 이들은 한국 법원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재판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며 소송 각하를 주장하는 일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일본 변호사연합회 소속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와 도쓰카 에쓰로 변호사는 최근 길원옥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민사15(재판장 유석동)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22<한겨레>가 입수한 의견서를 보면, 이들은 일본 법원과 정부가 피해자들이 일본 사법체계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원천 차단하고 있으므로, 한국 법원에서의 판단이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받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 법원의 판결로 자국의 법적 책임을 강제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론을 들어 우리나라에서 제기된 소송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201612월 처음 소송이 제기됐지만 일본 정부는 소장 송달부터 거부해 재판은 3년 가까이 멈췄고, 일본 외무성은 국가면제 원칙에 따라 소송을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만 전했다. 법원행정처의 공시송달 결정으로 지난해 11월에야 첫 재판이 열렸고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 쪽에 국가면제 이론을 극복할 수 있는 주장을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가 주문한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일본 변호사들이 의견서를 통해 밝힌 것이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한국에서의 재판권을 부정하는 일본이 자국 내에서 제기된 전후 보상 재판에 대해서도 조직적으로 배상 책임을 피해온 점을 지적했다. 도츠카 변호사는 일본 최고재판소의 독립된 두 재판부가 2007년 중국인 위안부 사건과 니시마츠건설의 중국인 강제징용 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패소판결을 내리면서 판결문에 적시된 이유가 상당 부분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인 위안부 판결 전문 16개 항 중 니시마츠 사건과 문장이 같은 부분이 12개 항에 이른다“(이는) 최고재판소의 방침이 어딘가에서 결정되고, 재판부는 그에 따른 사무처리를 할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두 재판부는 전쟁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은 모두 연합국과 일본이 맺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의 틀안에서 해결됐다며 피해자 개인이 재판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시했다. 이런 판단은 그 뒤 피해자들의 배상받을 길을 막는 논리로 확립돼 모든 재판의 패소 근거로 사용됐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이를 두고 최고재판소가 더 이상 전후보상재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판결을 끌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고재판소 조사관이었던 세기 히로시의 저서 <절망의 재판소>도 인용하며 도쿄지법에서 이뤄진 중국인피해자 전후 보상재판에서 재판장들이 비밀리에 회합을 갖고, 각하 또는 기각을 전제하며 심리를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에서 똑같은 소송을 제기한다면 패소할 것이 확실하다. 일본의 현 사법절차에서 외국인의 전쟁·식민지 피해자의 청구가 인정될 여지가 없고, 피해자의 재판청구권도 박탈된 점은 한국의 법정에서 일본의 주권면제 주장을 인정할지 판단하는 데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

2016년부터 피해자를 대리해 온 이상희 변호사는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금전적 배상을 넘어선 일본의 인정과 사과다. 일본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기 위해 재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법원이 일본의 국가면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면 위안부 피해자들은 우리나라에 있는 대사관 등 일본 재산을 강제집행할 권리를 갖게 된다. 520일 열리는 재판에서는 국가면제이론 관련 변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 뒤 증인신문과 피해자 법정진술 등을 거치면 912월 중 판결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4일에는 이옥선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이 제기한 또 다른 일본 정부 대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열린다. < 장예지 기자 >



출처: https://sisahan.com/4311 [시사 한겨레 ⓘ한마당]

20191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맨 왼쪽)할머니가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맞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손배 소송에 '국가면제 이론' 반박 의견서

일 사법절차에선 청구 사실상 봉쇄, 한국의 판단이 책임 물을 최후 수단

 일 정부의 국가면제주장에 반박 일본 법원 조직적 패소 판결 정황 짚어

                        

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들이 우리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본 변호사들이 국내 소송만이 일본으로부터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최후의 법적 수단임을 호소하는 의견서를 제출해 힘을 보탰다. 이들은 한국 법원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재판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며 소송 각하를 주장하는 일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일본 변호사연합회 소속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와 도쓰카 에쓰로 변호사는 최근 길원옥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민사15(재판장 유석동)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22<한겨레>가 입수한 의견서를 보면, 이들은 일본 법원과 정부가 피해자들이 일본 사법체계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원천 차단하고 있으므로, 한국 법원에서의 판단이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받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 법원의 판결로 자국의 법적 책임을 강제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론을 들어 우리나라에서 제기된 소송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201612월 처음 소송이 제기됐지만 일본 정부는 소장 송달부터 거부해 재판은 3년 가까이 멈췄고, 일본 외무성은 국가면제 원칙에 따라 소송을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만 전했다. 법원행정처의 공시송달 결정으로 지난해 11월에야 첫 재판이 열렸고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 쪽에 국가면제 이론을 극복할 수 있는 주장을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가 주문한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일본 변호사들이 의견서를 통해 밝힌 것이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한국에서의 재판권을 부정하는 일본이 자국 내에서 제기된 전후 보상 재판에 대해서도 조직적으로 배상 책임을 피해온 점을 지적했다. 도츠카 변호사는 일본 최고재판소의 독립된 두 재판부가 2007년 중국인 위안부 사건과 니시마츠건설의 중국인 강제징용 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패소판결을 내리면서 판결문에 적시된 이유가 상당 부분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인 위안부 판결 전문 16개 항 중 니시마츠 사건과 문장이 같은 부분이 12개 항에 이른다“(이는) 최고재판소의 방침이 어딘가에서 결정되고, 재판부는 그에 따른 사무처리를 할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두 재판부는 전쟁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은 모두 연합국과 일본이 맺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의 틀안에서 해결됐다며 피해자 개인이 재판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시했다. 이런 판단은 그 뒤 피해자들의 배상받을 길을 막는 논리로 확립돼 모든 재판의 패소 근거로 사용됐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이를 두고 최고재판소가 더 이상 전후보상재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판결을 끌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고재판소 조사관이었던 세기 히로시의 저서 <절망의 재판소>도 인용하며 도쿄지법에서 이뤄진 중국인피해자 전후 보상재판에서 재판장들이 비밀리에 회합을 갖고, 각하 또는 기각을 전제하며 심리를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에서 똑같은 소송을 제기한다면 패소할 것이 확실하다. 일본의 현 사법절차에서 외국인의 전쟁·식민지 피해자의 청구가 인정될 여지가 없고, 피해자의 재판청구권도 박탈된 점은 한국의 법정에서 일본의 주권면제 주장을 인정할지 판단하는 데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

2016년부터 피해자를 대리해 온 이상희 변호사는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금전적 배상을 넘어선 일본의 인정과 사과다. 일본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기 위해 재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법원이 일본의 국가면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면 위안부 피해자들은 우리나라에 있는 대사관 등 일본 재산을 강제집행할 권리를 갖게 된다. 520일 열리는 재판에서는 국가면제이론 관련 변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 뒤 증인신문과 피해자 법정진술 등을 거치면 912월 중 판결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4일에는 이옥선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이 제기한 또 다른 일본 정부 대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열린다. < 장예지 기자 >



출처: https://sisahan.com/4311 [시사 한겨레 ⓘ한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