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종말' 우려 속 국제연구진 해마다 0.92%씩 감소 보고
도시화가 주원인…수질개선으로 수서곤충은 증가
곤충은 거미와 함께 지구 생물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생물 다양성의 핵심 동물이다. 또 꽃가루받이, 유기물 분해, 다른 동물의 먹이 공급 등 생태계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종 다양성 못지않게 곤충의 양 자체가 관심사인 이유다.
최근 지구의 곤충 양이 급속하게 줄어든다는 연구가 잇따르면서 ‘곤충 종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불을 지른 연구는 2017년 발표된 독일 자연보전구역에서 27년 동안 곤충 양의 75% 이상 줄었다는 내용이었고, 이후 곤충 감소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벌레가 사라진다, 기후변화의 새 재앙인가). 그러나 과학계 일부에서는 이런 내용이 일부 지역의 실태를 지구 전체로 확대하여 해석했으며, 언론의 선정적 보도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이뤄진 곤충 풍부도에 관한 장기연구를 총괄한 최대 규모의 메타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로엘 반 클린크 독일 통합 생물 다양성 연구 센터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25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육상 곤충의 양은 해마다 평균 0.92%씩 줄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30년 동안 지구의 곤충 양은 약 24% 줄어든다.
연구자들은 1925∼2018년 사이 41개국 1676개 지점에서 수행한 166개 장기연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대개 1980년대 중반부터 20년쯤 계속해 곤충 풍부도를 조사한 연구였다.
연구결과 곤충 감소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곤충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10년에 25%씩 줄어들었다’던 기존 연구결과처럼 재앙 수준으로 급감하지는 않았다.
나비, 메뚜기, 개미 같은 육상 곤충 양은 연간 0.92% 줄었다. 주 연구자인 반 클린크 박사는 “연간 0.92%라면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30년 뒤면 곤충이 24% 줄어들고, 75년 뒤 50% 감소한다”며 “곤충은 조용히 사라지기 때문에 한 두 해에 변화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마치 어릴 때 살던 집에 찾아가 그곳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깨닫고 깜짝 놀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 센터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곤충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미국 서부와 중서부, 독일 등 유럽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도시화였는데, 서식지 감소, 빛 공해, 화학물질 오염이 곤충의 감소를 불렀다.
흔히 자동차 앞유리에 부닥쳐 들러붙는 곤충의 변화를 통해 곤충의 감소를 실감한다(자동차 앞유리 보니…과연 곤충 줄었네). 이번 연구에서도 그런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자의 하나인 조너선 체이스 생물 다양성 연구 센터 교수는 “실제로 날아다니는 곤충은 평균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곤충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토양, 나무숲, 물속 등에 산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날아다니는 곤충을 비롯해 토양, 나무숲, 초지 곤충이 모두 줄어들었지만, 이례적으로 더 풍부해진 곤충도 있었다. 물속에 사는 하루살이, 깔따구 등 수서곤충은 연간 1.08%씩 늘었다. 30년에 걸쳐 38%가 늘어난 셈이다.
연구자들은 물에 사는 곤충이 늘어난 이유는 강과 호수 등의 수질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체이스 교수는 “수질개선을 위한 제도적 조처가 물에 사는 곤충의 증가를 불렀다는 사실은 전반적인 곤충 집단의 감소추세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곤충은 한살이 기간이 짧고 여건이 좋아지면 개체수가 급속히 늘어난다. 클린크 박사는 곤충을 사람이 물속에 억지로 잠기게 한 나무토막에 비유했다. “나무토막은 떠오르려고 하지만 우리가 억지로 눌러 가라앉히고 있다. 우리가 누르는 힘은 누그러뜨리면 나무토막은 곧 떠오를 것이다. 수서곤충의 예는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조홍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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