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위터 이용자 게시물 분석 결과

내내 압도하던 공포슬픔에 자리 내줘

부정 감정 비중, 40%대서 60%대로 껑충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하며 사람들의 감정 상태도 변화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의 폭발적인 감염력에 놀라 `멘붕'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씩 진정돼 가고 있을까?

이탈리아 인공지능 업체 엑스퍼트 시스템(Expert System)이 지난 3월 이후 영어권(영국과 미국) 트위터 이용자들의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애초 공포에 짓눌렸던 마음이 최근 슬픔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은 오히려 더 확산됐다. 이들 지역은 한 달 이상 강력한 전국적 봉쇄 조처가 지속되고 있어 사람들이 받는 감정 스트레스가 한국에 비해 훨씬 더 심한 편이다. 따라서 사회적 격리를 제외하곤 이동과 생활이 자유로운 한국에 이 지역의 조사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팬데믹 사태 장기화에 따른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정 흐름을 들여다보는 데는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엑스퍼트는 코로나19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들여다보기 위해 트위터 4~6만개의 게시물을 24시간 간격으로 분석했다. 코로나 퇴치를 위해선 개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감정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분석 대상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해시 태그(#coronalockdown, # covid19, #stayathome )가 포함된 게시물이었다.

 부활절이 감정 변화 계기로긍정 감정 대상은 의료진

엑스퍼트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람들의 감정 분포 상태를 보여주는 감정지도를 일일 단위로 만들었다. 4월 초 감정지도에선 공포(fear)가 압도적이었다. 이어 슬픔(sadness), 불안(anxiety) 차례였다. 월트 메이요 엑스퍼트 대표는 초기엔 하루빨리 정상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강해, 사회적 격리 지침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강한 질책이 많았다고 말했다. 417일 조사에서도 공포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의료진을 향한 사랑, 희망을 포함한 긍정 감정도 하루 사이에 21.6%에서 23.9%로 늘어났다.

메이요 대표는 부활절(412)이 긍정 감정을 자극하는 전환점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부활절을 계기로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우자거나 의료진을 격려하고, 과학을 신뢰하는 표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긍정 감정에선 희망(hope)1위였으며, 이어 사랑(love)2위였다. 긍정 감정을 표현하는 대상은 주로 의료진이었다.

 ■슬픔은 사태 장기화 따른 미래 걱정 반영

그러다 22일 조사에선 공포가 1위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슬픔이었다. 엑스퍼트는 여기서 슬픔은 감염자가 받는 고통에 대한 슬픔, 외출하지 못하고 집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것에 대한 슬픔, 가족과 친구를 만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슬픔, 실직에 따른 슬픔을 모두 포괄한다고 밝혔다. 엑스퍼트는 슬픈 감정이 번지는 것은 전국적 봉쇄 조처가 장기화하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공포심에서는 벗어났지만 전체적인 감정 분포에서 부정 감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부쩍 높아졌다. 4월 초 이후 40%대에 머물던 부정 감정은 22일 조사에서 62.4%로 껑충 뛰었다. 긍정 감정은 1주 사이에 23.9%에서 17.2%, 중립 감정은 33.6%에서 20.4%로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추세와 대응에서 아직 별다른 반전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 곽노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