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힐링센터 매입 관련 의혹 해명
구매과정은?
“공동모금회와 협의해 경기도로…매각 통한 시세차익 고려 안해”
활용 안됐다는 지적?
“시민단체 등 이용…‘펜션’ 아니었다, 믿고 맡길 이 없어 아버지에 부탁”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17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한 경기도 안성 ‘치유와 평화가 만나는 집’(힐링센터)을 둘러싼 고가매입 의혹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힐링센터 부지를 위해 여러 곳을 알아봤지만 예산의 한계로 적절한 곳을 오랫동안 찾지 못하다가 해당 주택을 구매했다”며 “부동산 차익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 교육과 피해자 치유에 가장 좋은 장소를 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되돌아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며 사과를 하면서 “다만 지난 30년 넘게 활동하면서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려 한 적은 없다는 진심 만큼에는 귀를 기울여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경기도 안성 힐링센터 구매 과정은?
=처음에는 서울 마포구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근처에 힐링센터를 마련하려고 했다. 할머니들의 거처 역할 뿐 아니라 박물관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이 힐링센터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염두에 둔 주택도 있었다. 당시 여러 협의 끝에 현대중공업이 1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부하기로 했다. 그런데 10억원으로 애초 염두에 둔 곳은 물론 서울에서 마땅한 곳을 구매하기 어려웠다. 건물을 구매해야 10억원이 지급되는 구조라 추가 모금으로 장소를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공동모금회 쪽에 사정을 설명하니 담당자가 ‘공동모금회에서도 이렇게 큰 금액이 지정 기부된 적이 없으며, 사업이 추진되지 않을 땐 감사에서 지적될 수도 있어서 꼭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건물을 사야 사업비가 지급될 수 있다. 부지는 꼭 서울이 아니라 외곽이어도 무관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경기도 쪽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업 추진 단계마다 현대중공업·공동모금회와 협의해 일을 진행했다.
-힐링센터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적당한 곳을 구하기 위해 경기도에 안 가 본 곳이 없다. 경기 이천, 안양, 수원, 강화까지 갔다. 괜찮은 곳은 대부분 10억원이 넘었다. 그래서 나와 당시 사정을 잘 알던 남편이 주변에 추천을 부탁하고 다니기도 했다. 이규민 안성신문 대표(더불어민주당 당선자)도 그중 하나였고 이 대표 소개로 김아무개씨를 만나서 주택을 구입하게 됐다. 김씨는 그날 처음 봤다. 실제 가 보니 주변이 산이고 조용하고 집도 좋았다. 김씨가 자신과 부모가 함께 살기 위해 지은 집이라 벽돌과 벽지 등을 모두 좋은 재료로 튼튼하게 지어 건축비가 많이 들었다는 설명을 했고, 자재 등을 확인해 본 결과 사실이었다. 최초 그쪽에서 제시한 액수에서 더 깎아줄 수 있다고도 했다. 기존에 우리가 봤던 곳이나 사용 목적을 고려했을 때 비쌌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물론 지금 논란이 되듯 시세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는 있겠다고 본다. 다만 우리는 계속 활용할 것이었기 때문에 매각을 통한 시세차익을 고려하지 않았다. 힐링센터 목적에 적합하고 예산 내에서 집행이 가능하냐가 중요했다.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개소 이후 한동안은 할머니들과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할머니들과 청년들의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됐다. 그러다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가 발표됐고, 여기에 반대하는 싸움을 계속 이어가야 했다. 힐링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활동가가 없었다. 그렇다고 비워둘 수만은 없으니 ‘수요시위’ 등에 연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논의가 됐다. 평화를 위한 연대 강화 목적으로 힐링센터를 유지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다. 다만 그 횟수가 많진 않았다. 펜션처럼 사용한 것은 아니다. 연대하는 시민단체 회원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했을 땐 허락하지 않았다.
-부친이 힐링센터를 관리하고 한 달에 120만원가량을 받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활동가들이 직접 관리할 수 없으니 믿고 맡길 사람이 필요했다. 뾰족한 수가 없었는데 정대협 운영위원회에서 아버지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지는 당시 경기도 화성의 한 식품공장에서 공장장을 하고 있었다. 처음 부탁을 하니, ‘그럼 거기서 살아야 하는 거냐’고 물으면서 주저하더라. 그래서 ‘대안이 없다’고 말을 하니 ‘알겠다’고 하고 일을 맡으셨다. 처음엔 인건비가 120만원이었지만, 매각이 구체화한 2018년 이후부터는 관리비 50만원만 지급됐다.
-가족이 맡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건비를 제대로 책정해 정식 관리자를 뒀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사정이 뻔한 시민단체 형편에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는 곳에 인건비를 많이 쓸 순 없다고 생각했다. 월 120만원이었는데, 액수를 봐도 알겠지만 사익을 챙기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는 점만 부디 알아주면 좋겠다. 수원에서 일요일 출근해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열심히 일했고 지내는 환경도 열악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힐링센터 방 하나를 거주용으로 쓰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아버지였기 때문에 오히려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창고로 사용하던 컨테이너에서 머무시게 했다. 아버지에게는 못할 짓을 한 셈이다. 아버지는 힐링센터에서 일한 지 1년 만에 위암을 얻어 수술했다. 그 전해 건강검진에선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자식으로선 죄송한 마음이 컸지만, 따로 맡을 사람도 없어 그 뒤에도 계속 관리를 해왔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되돌아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희생만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더 철저했어야 했다. 이렇게 큰 논란이 된 것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만 30년 넘게 활동하면서 개인적 이익을 취하려 한 적은 없었다는 진심 만큼에는 귀 기울여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 정환봉 기자 >
“힘내세요” 편지에 빵이나 떡도 택배로 보내
정의연 관계자 “후원과 응원 계속 늘고 있어”
“수많은 억측과 오해로 얼마나 힘드실지 짐작됩니다. 정의기억연대를 위해 애쓰시는 직원분들 하나씩 드시고 힘내시라고 보냅니다.” 목포에 사는 김수혜씨는 이런 내용의 손편지와 함께 한약인 ‘경옥고’를 최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무실에 보냈다.
김씨는 편지에 “저는 그저 작은 금액을 후원하는 회원이지만 너무 안타깝고 걱정스러워 조금이나마 응원의 메시지라도 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의연의 후원금 사용처 문제 등을 놓고 보수진영의 공세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바라는 시민들이 정의연에 응원의 선물이나 기부금으로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빵이나 떡 등을 택배로 보내고 있다.
광주에 사는 한 시민은 ‘오월주먹빵’을 보냈다. 앞서 13일 아침엔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이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을 두드렸다. 그는 설명도 없이 활동가에게 봉투를 건넸다. 후원금이었다.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하려는 실무자에게 그는 “당신들을 믿으니 기부금 영수증은 필요 없다. 다음엔 찾아와서 식사도 사드리겠다”고 말하고 바로 건물을 빠져나갔다. 일주일여를 긴장 속에 보낸 실무자들은 그가 떠난 뒤 펑펑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신규 후원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정의연 후원계좌에는 “힘내세요”, “쫄지마세요”, “응원합니다” 등의 송금 메시지를 적은 기부금이 답지하고 있다.
14일 정의연 관계자는 “빠져나가는 후원자도 있고 새로 가입한 후원자도 있지만, 논란 이후에도 후원금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열린 수요집회에서도 “인터넷 후원방법을 모르니 직접 후원하겠다”며 현금을 건네려고 한 고령의 시민들도 있었다. 같은 날 정의연이 주최하는 수요집회 유튜브 생중계에도 “기부하겠다”는 댓글이 여럿 올라왔다. 여러 커뮤니티에도 ‘정의연 후원 인증 글’이 이어지는 중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일본 시민단체도 연대 성명을 내어 정의연에 힘을 실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전국행동)은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내용을 언급하며 “30년간 피해 인정과 진심 어린 사죄, 그에 기초한 배상, 꾸준한 진상규명과 교육 등 재발방지책을 요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목소리에 답하고 있지 않은 일본 정부야말로 피해자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 배지현, 도쿄/조기원 기자 >
일본 시민단체 “정의연 논란 책임은 일본 정부와 사회에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 성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일본 시민단체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논란과 관련해 “일본 정부와 사회에야말로 책임을 묻는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전국행동)은 13일 성명을 내어, “피해자를 몰아붙인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언급했다. 이어 “30년간 피해 인정과 진심어린 사죄, 그에 기초한 배상, 꾸준한 진상규명과 교육 등 재발방지책을 요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목소리에 답하고 있지 않은 일본 정부야말로 피해자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미향 당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가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사전에 알고서도 할머니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쪽에 대한 비판도 담았다. 전국행동은 “일부 내용만 윤 전 대표에게 알린 것이 (한국) 외교부가 말하는 사전 협의의 전부임은 당시 상황을 소상하게 공유했던 우리도 분명히 기억하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재일동포인 양징자씨가 대표를 맡은 이 단체는 정대협 시절부터 정의연과 연대하면서, 일본에서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전국행동은 “성폭력 근절과 평화 추구의 길을 함께 걸어온 정의연의 운동은 정의연만의 것은 아니다”라며 정의연의 운동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끝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 이행이라는 피해자들의 간절한 염원을 아직 실현하지 못한 일본 시민으로서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각국의 피해자, 사망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용수 할머니의 동지로서 함께 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 도쿄/조기원 특파원 >
한일 학생모임 “위안부 운동 30년 역사 지울까 두렵다”
한일학생·청년 80여명 정의연 지지성명 “현 상황이 운동 뒤흔드는 것 유감”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바라는 한일 학생 청년 모임이 후원금 사용처 문제 등의 의혹을 받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지지 성명을 냈다.
정의기억연대를 지지하는 한일 학생 청년 모임(한일청년모임)은 15일 오전 ‘81인의 한일 학생·청년 정의연지지 성명’을 내어 “한국과 일본에서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우리는 정의연을 둘러싼 억측과 힐난이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 30년의 역사를 지울까 두렵다”고 밝혔다. 최근 정의연은 후원금 사용처 등을 두고 ‘부실 회계처리’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일청년모임은 “정의연이 즉각 ‘모든 모금은 전부 집회를 위해 사용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미디어에 의해 정의연 활동 전반에 대한 모욕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며 “그런 억측이 마치 사실인양 퍼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본 성명을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의연은 우리에게 영감과 자극, 귀감이 되었다. 정의연의 발자취를 좇지 않았다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왜곡보도 등은) 위안부 운동 역사에 대한 무지가 낳은 왜곡”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이런 보도들이 운동의 존재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된 후에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주저했고, 일본에서는 가해국의 국민이 나서도 될지 두려웠다. 그러나 수요집회에서 하나돼 외친 구호가 우리들을 여기까지 이끌었다. 우리 활동의 원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정의연을 지지하고 함께하겠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 배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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