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선생 서거 40주기였던 2015817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장준하공원에서 아들 호권씨가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발령 자체가 위법78천만원 배상

양승태 대법원의 과거사 배상 판례에 반기 잇따라

                 

유신헌법을 반대하다 긴급조치 1최초 위반자로 수감된 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고 장준하 선생의 유족들이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긴급조치는 발령 자체가 위법이라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재판장 김형석)는 고 장준하 선생의 자녀 5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이들에게 약 78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긴급조치 발령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나온 대법원 판단을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2015년 대법원은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 국민 전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에 대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는 그에 대한 수사, 재판, 형의 집행을 당연히 예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발령행위 자체만을 판단하여 정치적 책임만을 진다고 할 수 없고,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이는 정의관념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긴급조치는) 국민들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해 행한 것이라며 긴급조치 1호 발령행위와 그에 따른 장 선생에 대한 수사, 재판, 징역형 집행은 모두 헌법에 반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장 선생은 1973년부터 유신헌법 개정을 위한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하는 등 헌법개정 운동을 벌이다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제기부터 형 확정까지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고, 당시 법원은 장 선생에게 징역 15년 및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장 선생은 형 집행 도중인 197412월 병보석으로 풀려났지만 1975년 산에서 숨진 채 발견돼 타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장 선생의 장남 호권씨는 재심을 청구해 39년만인 2013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판결을 비롯해 양승태 대법원의 과거사 배상 판례에 반기를 든 하급심 판결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권정호 변호사(법무법인 향법)“(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긴급조치 발령행위에 대해 정치적 책임만 있다고 보았지만, 긴급조치 발령으로 수사가 시작되는 등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법기관의 존립 의미가 없다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긴급조치 사건도 많아 사법부의 전향적 판결이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 장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