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없이 개최된 집회 현장, 지지 시민·취재진 몰려들어 열기

주변에선 우파단체 맞불집회도, 유튜브 생중계 1500여명 댓글 응원

“5년간 이곳에서 평화·인권 배워참석 시민들 초심으로한목소리

                  

‘1439. 주최 정의기억연대’. 거센 바람이 불자 평화의 소녀상 위에 놓인 노란 팻말이 툭 떨어졌다.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가 열린 13일 낮 12,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부실 회계보고 등으로 입길에 오른 탓에 집회 분위기는 한층 무거웠다. 코로나19 확산 뒤 수요집회는 온라인 중계로 진행돼 왔지만 이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은 정의연을 지지하기 위해 모인 이들과 취재진, 항의하는 우파단체 회원 등 백여명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발언에 나선 시민들은 정의연을 지지하는 동시에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전국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인 대학생 이태희씨는 “5년 동안 저는 이 장소에서 김복동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의 목소리를 통해서 평화와 인권이 무엇인지 배웠다. 이 자리에 참석하는 수많은 시민과 주최하는 여러 단체를 통해서 연대란 무엇인지 배웠다“(최근의) 악의적인 공격과 혐오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강력히 원하고 정의연 운동과 할머니의 목소리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원 활동가라는 이판수씨도 수요집회는 피해자와 정의연만의 행사가 아니다. 세계 모든 평화시민이 함께 연대하는 자리라며 수요집회를 주관하는 피해자와 정의연의 작은 불화가 28년간 함께 일궈온 우리 평화공동체에 큰 상처를 줬다. 하지만 아무도 탓하지 말고 부디 처음으로 돌아가라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정의연 쪽은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후원금 사용처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경과보고에서 개인적 자금 횡령이나 불법 유용은 절대 없다. 매년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 문제없다는 의견을 받아왔다. 국세청 시스템 공시 입력 과정에서 약간의 실수가 있지만 국세청 재공시 명령에 따라 바로 잡도록 하겠다악의적 왜곡보도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다수 회계사에게 검증도 받겠다. 일본군 위안부문제 종결을 시도하는 악의적인 의도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여성인권운동단체인 정의연에 대한 폄훼를 멈춰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피해자 지원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정의기억연대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과 함께 정부 지원에서 소외된 피해자들 지원을 위해 모금을 하고 부족하나마 피해자 지원 활동을 했다. 정부 역할을 민간이 한 것이다라며 국내 최초의 미투 운동인 일본군 성노예제 고발 활동을 분열하고 훼손하는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우리 사회에 역사 왜곡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폄하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연대를 촉구했다.

유튜브 생중계 역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1500여명이 영상을 시청하며 댓글로 정의연을 지지했다. “할머니들과 함께 한 30년의 세월은 기사 몇 줄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사랑합니다.”(나비) “진실은 승리한다.”(알밤) “그동안 코로나 사태로 관심에서 멀어졌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관심갖고 후원하겠습니다.”(Love Love) “응원합니다. 이번에 정의연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이제서야 후원하게 돼서 미안합니다.”(kh kim) “바위처럼 지켜내자 수요시위.”(Kwangil Yoo) “언론의 행태를 보고 어이가 없어서 후원 시작합니다.”(dongkeun song)

이날 수요집회 현장 주변에선 우파단체들도 맞불집회를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파단체 턴라이트는 죄 지으면 벌 받아라. 윤미향 당선자 사퇴하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회계불투명 공익단체 해체하라는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낮 1시께 수요집회가 끝날 때까지 항의를 이어갔다. 집회가 끝나고 모두가 떠난 자리엔 평화의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35명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만이 남아 옛 일본대사관 앞을 지키고 있었다. < 전광준 기자 >

시민단체 위안부 졸속합의 정당화 시도 멈추라

참여연대·아베규탄시민행동 등 실체없는 의혹 제기비판 잇따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사용처 의혹 등을 두고 보수진영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사회에서 악의적 왜곡을 멈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13일 성명을 내어 정의연에 대한 실체 없는 의혹 제기,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경계한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참여연대는 이러한 실체 없는 의혹 제기가 정의연 활동에 흠집을 내는 것은 물론, 그 배후에 2015년 한-일 간의 졸속 합의를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과거로 되돌리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와이엠시에이(YMCA) 6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아베규탄시민행동도 성명을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28년 동안 수요시위를 통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사죄와 배상을 끊임없이 외쳐왔다도대체 누가 이 수요시위를 훼손하려 하는가. 전쟁범죄 역사를 지우려는 일본 아베 정부와 그에 부역하는 친일, 반인권, 반평화세력들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이 노리는 것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바라는 시민들을 호도하여 역사정의운동, 평화운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강재구 김영동 기자 >

부산 시민단체 위안부운동 훼손하는 정치공세 멈추라

친일 정치인·언론 왜곡 앞장, 정의연 공격은 민주시민 공격

13일 부산 동구 초량동 평화의소녀상 근처에서 부산 시민단체들이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정치권 등의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언론 왜곡보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3일 부산 동구 초량동 평화의소녀상 근처에서 부산 시민단체들이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정치권 등의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언론 왜곡보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 시민단체들이 보수 정치권과 언론에 일본군 위안부운동을 훼손하는 정치공세와 왜곡보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 등 4개 시민단체는 13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근처에 있는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사용처 의혹에 대한 일부 정치권과 보수 언론의 공세와 왜곡보도가 도를 넘었다. 일본군 위안부운동 정신을 훼손하고 분열시키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일본군 위안부운동은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에 대항하는 대표적 운동이자 여성인권운동, 여성평화운동의 상징이다.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30여년 동안 전 세계에 평화비가, 서울·부산 등 전국 곳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하지만 일본은 단 한 번도 사죄하지 않았고, 오히려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을 일삼고 있다. 여기에 친일 정치인과 친일 언론 등이 정의연 기부금 사용처 의혹과 관련해 사실 확인도 없이 의도적 왜곡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30여년 동안 이어진 일본군 위안부운동에 흠집을 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또 정의연은 우리 사회가 잊고 외면했던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일본군 위안부운동에 앞장서 왔던 정의연에 대한 공격은 이 운동에 동의하고 지지해온 전 세계 모든 여성과 민주적 시민을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은주 부산시민행동 공동대표는 먼지털기식 마녀사냥에 언론 적폐가 나서고 있다. 보수 정치권도 진상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치졸한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이들의 배후세력이 의심된다. 피해자와 역사, 국민을 분열시켜 일본군 위안부운동을 약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순애 부산여성회 공동대표는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은 모든 국민의 바람이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가 있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연은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언론 보도 등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 김영동 기자 >

침묵 깬 이용수 할머니 “30년 성과 폄훼·소모적 논쟁 그만

일본 범죄 인정·사과 재촉구하며 기성언론 억측·편가르기지적

성금 사용처 등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에 문제를 제기했던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정의연이) 낸 성과에 대한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지난 7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연의 회계 문제 등을 짚으며 수요시위 불참을 선언한 뒤 처음으로 밝힌 공식 입장이다.

이 할머니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라는 이름으로 입장문을 올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종 논란과 향후 바람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이 할머니는 입장문 들머리에서 가해국인 일본의 공식적 범죄 인정과 사과, 진상규명과 법적 배상금,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촉구하며 이를 통해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신을 비롯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연 등이 견지해온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할머니는 또한 최근 언론이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와 정의연의 활동 방식을 놓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기성 언론의 근거 없는 억측과 비난, 편가르기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기자회견 이후 촉발된 논란엔 비판적이었지만, 정의연을 향해 지난 30여년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나타난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현시대에 맞는 사업 방식, 책임 있는 집행 과정, 투명한 공개를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간 졸속 합의와 관련해 정부의 대민 의견 수렴 과정과 내용, 정대협 관계자들의 정부 관계자 면담 시 대화 내용 등 관련 내용이 조속히 공개돼 우리 사회의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머니는 이어 양국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일 양국의 미래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학생들 간 교류와 공동행동 등 활동이 좀 더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요시위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학생들 고생시키고 푼돈만 없애고 교육도 제대로 안 된다며 수요시위 불참 선언을 했던 것과는 다소 결이 달라졌다. 이 할머니는 우리 사회 공통의 가치인 인권과 평화, 화해와 용서, 연대와 화합을 이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며칠 전만 해도 정의연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던 이 할머니가 입장문을 내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함께했던 이들의 분열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었다. 정의연을 향해 투쟁 과정의 오류를 극복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인권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전쟁범죄에 희생된 여성 인권의 보편적 문제를 다뤄온 정의연의 활동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할머니가 수요시위 불참 선언 등 거센 어조로 정의연을 비판한 데는, 정의연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기보다는 2015년 졸속 합의와 그 이후 계속된 교착 상황 때문에 생긴 상처와 답답함이 깔려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티에프를 꾸려 2015년 합의의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조사했으나 양국 정부 간 공식 합의였던 만큼 파기하고 재협상을 밀어붙이기는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이 할머니와 가까운 최봉태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장)13<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15년 합의 이후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도 이 할머니가 분노한 원인이라며 “30년 가까이 싸워왔는데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 김소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