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지난 7일 마스크를 쓴 채 수업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가을학기도 온라인으로”
트럼프는 “반드시 학교 열어야” 주지사들 압박
중국 선양시, 환자 재발에 개학 일정 연기
유럽도 학생들 분산된 시간표 짜서 개학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전세계가 개학 문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아이들을 계속 집에 붙들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다시 학교로 보내자니 백신과 치료제도 없는 바이러스 감염과 재확산이 두렵다. 세계 곳곳에서 ‘불안한 개학’을 둘러싼 논란과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48개 주와 워싱턴디시의 초·중·고교와 대학들은 지난 3월부터 원격수업으로 대체하고 있다. 미국 최대 4년제 공립대인 캘리포니아주립대는 12일 가을학기 수업의 거의 전부를 원격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학은 23개 캠퍼스에 걸쳐 학생 수가 48만명에 이른다. 다른 학교인 캘리포니아대(학생 수 30만)도 가을학기에 캠퍼스를 열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등교 개학은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어 경제활동 등을 정상화한다는 가장 가시적이며 상징적인 조처다. 이 때문에 조속한 정상화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부 내 보건 전문가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트럼프는 13일 백악관에서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 등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당신들이 절대적으로 학교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이 전날 상원 청문회에서 학교 문을 여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 데 대해,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답변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는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다시 열기를 원한다. 학교들이 닫혀 있으면 우리나라가 복귀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문을 열자는 쪽은 “이 상태가 지속되면 집에서 가르쳐주는 부모가 없는 빈곤층 아이들이 1년 동안 배울 수 없게 된다”(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고 주장한다. 젊은층의 코로나19 치명률이 낮다는 점도 이유로 든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무증상인 채로 가족에게 전파해 ‘세컨드 웨이브’(2차 폭증)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코로나19와 연관성이 의심되는 어린이 괴질이 유럽과 미국으로 번지는 점도 우려한다.
미국의 각 주와 지역들은 각자 상황에 맞춰 대처하고 있다. 감염자가 적은 몬태나주는 지난 7일부터 지역별로 학교 문을 열 수 있도록 했다. 문 손잡이 소독과 손세정제 제공, 운동장 출입 금지 등이 수반된다. 반면, 미국 내 최악 감염지인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13일, 학교 재개 일정에 대한 질문에 “8월, 9월에 우리가 어떤 상황일지 모른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상황이 비교적 안정된 나라들도 마음을 못 놓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의 경우, 수도 베이징이 4월27일 고3을 시작으로 다음달 8일까지 초등학교 1~3학년을 제외하고 전면 개학에 들어간다. 최대 피해 지역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6일 고3 수험생만 먼저 등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랴오닝성 선양시는 13일 하루 신규 확진자 2명이 나오자 15·18일로 각각 예정했던 중·고교 개학을 다시 연기했다.
유럽의 개학 실험도 제각각이다. 독일과 헝가리는 학년말 시험을 보는 고학년부터 개학에 들어갔다. 독일의 일부 고등학교에는 운동장에 학생들이 직접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설치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음성 판정을 받으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다.
프랑스는 가정 내 방치·학대 우려가 큰 유치원생과 저학년부터 등교시켰다. 네덜란드는 지난 11일부터 학년별로 분산된 시간표를 짜 학교 문을 다시 열었다. 덴마크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4월 중순부터 학교를 다시 열었는데, 수천명의 부모들이 감염을 두려워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 워싱턴 베이징/황준범 정인환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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