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3기 13차 회의가 22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 만인대회당에서 개막한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전인대 대표단의 박수를 받으며 개막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중 양회 “안보 심각한 도전 받아” ‘홍콩 패싱’ 직접 보안법 제정 뜻
시민들 “일국양제 죽었다” 시위 예고, 트럼프 이어 미 국무부, 엄중 경고
지난해 민주화 시위가 들끓었던 홍콩을 겨냥해 중국이 홍콩 입법회(의회)를 우회해 ‘홍콩 보안법’ 제정이란 칼을 빼들었다. 홍콩 시민사회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는 죽었다’고 선언하고, 대규모 시위를 벼르고 있다. 미국도 강력 대응하겠다고 나서면서, 홍콩 사태가 미-중 갈등의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2일 오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중국 의회) 개막식에서 업무보고에 나서 “홍콩과 마카오에서 ‘일국양제’ 원칙을 지키되, 국가 안보를 위한 법률과 집행 체계를 만들어 이들 지역이 헌법상 책임을 다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왕천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홍콩 안전 보호를 위한 법률 제도와 집행기구 수립’(홍콩 보안법) 초안을 공개했다. 왕 부위원장은 “국가 안보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일국양제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도전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법에 따라 이 같은 행위를 방지, 중단,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전문과 7개 조로 구성된 초안 4조는 “중앙정부는 국가안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때 국가안보 관련 기관을 홍콩에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의 공안기관이 홍콩에 설치되고, 공안요원이 활동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어 5조는 홍콩 행정장관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을 중앙정부에 정례 보고하고, 국가안보 위해 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입법 절차를 담은 6조 3항에선 전인대 상무위가 홍콩 보안법을 입법한 뒤 이를 기본법 부칙 3조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홍콩에서도 법적 효력이 있는 중앙정부의 ‘전국성 법률’을 명시한 기본법 부칙 3조에는 국가·국기에 관한 결정과 국가휘장에 관한 명령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기본법 18조는 전인대 상무위가 홍콩 정부 등의 의견을 구한 뒤 부칙 3조에 포함된 법률을 증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콩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도 보안법 제정·발효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홍콩 야권과 시민사회는 홍콩 입법회를 우회한 보안법 제정 소식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홍콩방송>(RTHK)은 타냐 찬 공민당 입법의원의 말을 따 “오늘은 홍콩 역사상 가장 슬픈 날”이라며 “일국양제는 없고, ‘일국일제’만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홍콩 정치 전문가 장쿤양은 “보안법이 시행되면 홍콩 시민사회와 민주화운동은 탄압을 받아 철저하게 파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전했다.
민간인권전선 쪽은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 단체 지미 샴 공동대표는 성명을 내어 “50만명이 모여 국가보안법(2002~2003년)을 막았고, 200만명이 모여 송환법(2019년)을 막아냈다”며 “홍콩의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와 법치를 지키기 위해 200만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중국이 실제 입법에 나선다면 “매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도 따로 성명을 내어 “홍콩인들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은 보안법 제정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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