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미래 논의” 러시아·호주·인도 포함 “G11” 거론
청와대 “사전 통보 못받아…미국과 협의” 회의는 가을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6월에서 가을로 연기하고, 회원국이 아닌 한국과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등 4개국을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4개국 추가 초청은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 미국이 동맹들을 향해 ‘반중국 전선’ 참여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나온 만큼, 청와대는 “아직 공식 통보받지 못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플로리다주에서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를 참관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현재의 G7 형식은 구식의 국가 그룹’이라며 한국 등 4개국을 새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7개국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적절히 대표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원하고, 인도를 원하고, 한국을 원한다. 또 어디가 있지? 멋진 나라들의 그룹”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G10이나 G11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요 7개국 정상회의의 회원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이다.
백악관 공보팀의 알리사 파라 전략커뮤니케이션 국장은 기자들에게,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하기 위해 전통적 우방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F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행사를 G10 또는 G11이라고 설명하면서 초청을 희망하는 다른 4개국 지도자들에게 그 주제에 대해 대략적으로 말을 꺼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이미 초청 의사를 전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G7 공식 초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나갈 문제”라며 “다만 사전에 통보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7개국 정상회의 개최 시기를 두고서는 오는 9월15일로 예정된 유엔 총회 개막 직전이나 직후 주말에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월3일) 미 대선 이후에 할 수도 있지만, 선거 전이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주요 7개국 정상회의의 의장국은 미국이며, 애초 6월에 열려고 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늦어졌다.
미 ‘반중 전선’ 확대…한국, G2 사이 ‘등거리 외교’ 시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9월께로 연기하면서 여기에 한국도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우리 정부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속에서 미국이 주요 7개국 회의를 ‘반중국 전선’ 결집에 활용한다면 한국의 참여가 한-중 관계에 큰 부담을 지울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께 ‘G7 회의’를 개최하겠다며 참가 규모도 우방국을 중심으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7개국’의 대표성을 지적하면서 “매우 구식 나라들 그룹”이라며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러시아, 인도 등 4개국을 새로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올해 G7 의장국이어서 G7 멤버가 아닌 국가들을 초청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올해에만 이처럼 한국 등을 초청해 확대된 회의를 하자는 것인지, 아예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없애고 주요 10개국 또는 11개국 정상회의체를 만들자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7개국 회의를 “구식”이라고 평가하면서 “G10이나 G11”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볼 때, G7을 대체할 새로운 회의체 신설 움직임도 배제할 수 없다.
주요 20개국(G20)에 속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G7에 참석해 코로나19 국제협력 등을 적극 활용할 경우 한국 외교와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는 긍정적인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한테 특별히 나쁜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이 G7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외교가에선 “이례적인 것은 맞다”는 분위기다. 한국은 2008년 G8(G7+러시아) 정상회의 때 처음 참가했으나 당시엔 옵서버 자격이었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미국으로부터 초청받거나 미국 쪽의 설명을 들은 게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중이 날카롭게 대치하는 와중에 미국 쪽에서 나온 제안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이번 G7 회의에서 중국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양쪽에 끼여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우리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미국이 추진하는 ‘경제번영 네트워크’(EPN)와 중국이 만든 홍콩보안법 등 한국은 미·중 양쪽에서 각각 ‘지지’와 ‘참여’ 압박을 받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 갈등이 생길 수 있으니 그 부분은 조정해가면서 미국 쪽과도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외교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국제지역학)는 “G7 참여 여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경제·안보·인권 등 미-중 관계 쟁점별로 원칙을 정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G7 회의에서 노골적으로 중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진다면 우리 정부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사이에 끼여 외교적 어려움이 크지만 G7이라는 세계적 행사를 적극 활용하자는 조언도 나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경제 대국들이 참여하는 G7은 우리에게 부담이자 기회일 수 있다”며 “미국 등은 한국의 입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중견국들이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쟁점들에 대해 국민들도 합의할 수 있는 원칙을 정하고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우리 입장을 명확히 밝힐 준비를 해야 한다”며 “G7이 앞으로 미-중 관계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김소연 서영지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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