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류희림 연임 당일 저녁 위원장 호선까지 ‘속전속결’
최민희 “류희림 친위 쿠데타…위법 호선 책임 끝까지 묻겠다”
기자들 피해 택시로 전력 질주 후 현장 벗어난 류희림 위원장

 
 
▲ 방심위원장 호선 후 나가려다 노조와 대치하고 있는 류희림.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 다른 차를 준비시키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박재령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임기 종료 다음 날 바로 방심위원장으로 호선됐다. 예고되지 않은 기습 회의에 문까지 걸어 잠궈 ‘밀실 의결’이라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현장을 찾은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류희림 친위 쿠데타”라며 “위법성을 국회에서 끝까지 묻겠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23일 오후 6시50분 임시회의를 6시52분 홈페이지에 공지한 뒤 이날 임명된 윤석열 대통령 추천 몫 류희림·강경필·김정수 위원(6기)과 국민의힘 추천 몫 김우석·허연회 위원(5기) 5인이 류희림 전 위원장을 다시 위원장으로 호선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5기 방심위원장으로 지난 22일 임기를 끝냈는데 하루만에 6기 방심위원 임명에 이어 6기 방심위원장까지 순식간에 호선 절차를 마쳤다. 

이날 회의는 ‘기습’으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밀실’로 진행됐다. 오후 6시40분경 갑작스런 회의 소식을 알게 된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회의가 열리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 19층 회의실로 올라갔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노조가 회의실 앞을 지키고 있자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계단으로 내려갔고 노조가 뒤를 쫓아갔다.

위험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차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김준희 지부장이 막아섰고 위원장 차가 멈추지 않아 치일 뻔 했다. 결국 류희림 위원장이 탄 차는 주차장을 벗어나지 못했고 현장에 도착한 최민희 의원과 노조 등이 출구를 봉쇄하는 ‘대치’ 국면이 10분가량 이어졌다. 

 
 

류희림 위원장은 차를 탄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며 여기 앞이 막혀 있으니 다른 차를 준비시키라 했고 신고까지 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대치가 이어지자 류희림 위원장과 강경필, 김정수 위원으로 추정되는 2인이 차에서 내렸고 류희림 위원장은 최민희 의원과 함께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으로 향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계속된 기자들의 질의에도 ‘보도자료로 나갈 것’이라며 답을 피했지만 최민희 의원이 어떤 상황인지 설명하라고 지속적으로 다그치자 “위원장 호선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어 통과시켰다”며 “제가 (위원장이) 됐다”고 말했다. 왜 문을 걸어 잠궜냐고 최 의원이 이어 묻자 “외부에서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정상적 회의를 해야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 23일 기습 호선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기자들과 방심위 직원들을 피하다 택시를 발견하고 전력질주 후 현장을 벗어나는 모습. 촬영=박재령 기자 
▲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최민희 의원과 류희림 방심위원장. 사진=박재령 기자
 

결국 류희림 위원장은 최민희 의원과 대로변까지 함께 걷다가 갑자기 달려 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첫 번째 시도 때는 막아서는 인원 탓에 실패했지만 두 번째 시도에선 택시를 타는 데 성공했다. 류 위원장은 빠져나가기 전 최민희 의원에 “방심위는 하루하루 멈추면 안 되는 중요한 기관”이라며 “방심위 업무를 하는데 ‘쿠데타’라고 말씀하시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최민희 의원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류 위원장이 뭐가 그리 급했는지 19층 문 걸어 잠그고 ‘셀프 위원장 호선’을 강행했다”며 “오늘 방심위에서 벌어진 ‘류희림 친위 쿠데타’, 국회에서 책임을 묻겠다. 오늘 5기 방심위원 2인(김우석·허연회)이 6기 위원장 호선에 참여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법적 책임도 끝까지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은 방심위원 추천을 안 할 것”이라며 “해도 대통령이 추천(위촉)하겠나”라고 말했다.

김준희 지부장은 “류 위원장이 몰래 계단으로 도망가는 것 같아 따라 내려와 차 앞에서 잠시 얘기를 하자고 했더니 거의 치일 뻔했다”며 “CCTV 영상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강경필 변호사, 김정수 국민대 교수를 대통령 추천 몫으로 방심위원에 임명했다. 강경필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및 검사장 출신으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미래통합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김정수 국민대 교수는 KBS PD 시절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3부작을 제작했다. < 박재령 기자 >

류희림, 최민희 따돌리려 대낮의 도주극?

최민희 과방위원장 “방심위원장 누가 됐어요?” 류희림 “제가 됐습니다”

 
 
 

23일 류희림 방심위원장 호선이 밀실 논란 속에 강행되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류희림 위원장의 차량을 막고 경과를 따져 물었다.

류희림 위원장 = 여러분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 = 아니 무슨 일을 하셨는지만 저에게 얘기하세요.
류희림 위원장 = 위원장 호선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어가지고 위원장 호선을 통과시켰습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 = 누가 됐어요?
류희림 위원장 = 제가 됐습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 = 그렇게 급하셨어요?
류희림 위원장 = 아니요. 근데...
최민희 과방위원장 = 왜 문은 걸어 잠그셨어요?
류희림 위원장 = 외부에서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자리를 피하려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을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기자들이 따라붙었다. 최민희 위원장이 계속 따라붙으며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류희림 위원장은 어느 순간 속도를 높이다 방향을 틀어 도로로 달려 자기 쪽으로 오는 택시를 잡았다. 하지만 택시 탑승이 막혔고, 이내 다시 도로로 달려가 택시에 탑승했다. 이후 최민희 위원장은 즉석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민희 위원장= 류희림 위원장이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19층 방심위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셀프 위원장 호선을 강행했습니다. 그리고 뭐가 또 그렇게 겁이 났는지 도망치다가 차를 난폭하게 몰아서 노조 위원장과 노조원이 다칠 뻔했어요.

지금 오늘 방심위에서 벌어진 류희림 친위 쿠데타, 저희가 국회에서 끝까지 책임 물을 것이고. 오늘 5기 방심위원 두 사람 허연회, 김우석 2명이 6기 체제의 위원장 호선에 참여한 겁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류희림 위원장은 이진숙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어 있고 출석하겠다고 과방위 행정실에 통보한 상태입니다. 내일 국회에서 하나하나 낱낱이 따져 묻겠습니다.

기자 = 5기 방심위원이 6기 위원장을 호선한 것이 위법하다라는 말씀이시죠?

최민희 위원장 = 네. 방심위는 합의제 심의 기구입니다. 그래서 방심위 구성은 9명의 위원인데 3명이 대통령이 추천해서 위촉하고요. 그리고 과방위에서 3명을 위촉합니다. 그리고 국회의장이 여야와 협의해서 3명을 위촉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위원회 구조는 여야 합의를 기초로 위원이 위촉돼야 한다는 의미예요. 그런데 지금 류희림 위원장은 본인이 위원장 되는 게 너무 급해서 대통령 추천 몫 3명, 그 다음에 5기에서 국힘이 추천한 2명으로 위원장 호선을 하는 불법적 행위를 저지른 겁니다.

영상엔 최민희 위원장과 류희림 위원장의 차량 대치 장면부터 설전 장면, 류희림 위원장이 최민희 위원장을 따돌리고 택시를 타고 가는 장면, 최민희 위원장 기자회견까지 생생하게 담겨있다.  < 김용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