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적 역사인식’…독립기념관까지 점령

● COREA 2024. 8. 10. 08:2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윤석열 정부, 과거사 뭉개기 심각… 광복절은 "친일절?"

주요 역사기관 단체에 뉴라이트 친일 인사 중용해 포진

 

광복절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의 심각한 ‘항일 독립운동사 지우기’가 민족 자존심을 후비고 있다. 친일적 역사인식으로 논란을 빚는 뉴라이트들이 윤석열 정부의 학술·보훈기관 요직에 잇따라 중용되면서다.

지난 7월 식민지근대화론 역사서술로 논란이 된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필자 김낙년 동국대 명예교수가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취임한 데 이어, 광복절을 앞둔 8월6일엔 광복회가 뉴라이트라고 반발한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이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됐다. 최근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보여준 윤석열 정권의 ‘굴종적 대일관’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친일 인사 중용’ 논란의 중심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다. 최근 후보자 공모에서 독립운동가 후손은 탈락하고 친일적 인사가 복수로 추천됐다고 주장한 이종찬 광복회장은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사가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대통령실을 정면 겨냥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관장 임명에 대해 “독립기념관의 설립 목적과 존재 이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광복회는 이사·지부장 긴급연석회의를 열어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강력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0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김 관장 임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독립운동 유관단체들이 김 관장 임명에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그를 ‘일제 강점기가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뉴라이트 계열로 보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저서 ‘끝나야 할 역사전쟁’에서 “(친일 청산 작업이) ‘역사적 공과’를 따지지 않고 ‘친일행위’와 ‘반민족행위’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들이 ‘역사인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형석 관장 논란에 대해 “독립기념관 이사회가 구성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1순위로 제청한 후보자를 임명했을 뿐”이라고 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김 관장은 뉴라이트와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광복회 등은 김 관장 임명이 윤 정권의 대일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취임 뒤 윤 대통령은 일본을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로 규정하면서 식민지배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 요구는 접어둔 채 ‘미래’만을 줄곧 강조해 일본을 대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 곳곳에 유사한 대일관을 지닌 인사가 다수 포진한 것도 과거사 뭉개기란 비판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과거 뉴라이트 학자들의 싱크탱크인 ‘뉴라이트 싱크넷’ 운영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도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다. 지난 2월에 임명된 박이택 독립기념관 이사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산실’로 지목받는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장 출신이다. < 이승준·권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