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감동 드라마’…남북 셀카에 “올림픽 정신 보여줘”
2024 파리올림픽이 12일 폐막했다. 대한체육회가 내건 목표(금메달 5개, 종합 15위)를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훌쩍 넘은 데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다.
의구심을 확신으로 뒤집은 선봉장에는 ‘총·칼·활’이 있었다. 사격·펜싱·양궁에서 금메달 10개가 나왔다. 양궁 김우진은 대회 3관왕(개인·혼성·단체)에 오르며 올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5개)로 우뚝 섰다. 사격에선 2007년생 16살 반효진(여자 공기소총 10m)이 한국 여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되면서 역대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메달리스트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고 흘린 눈물은 금빛 메달 못지않게 빛났다. 늘 환하게 웃어 ‘스마일 점퍼’라는 별명이 붙은 우상혁은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7위를 한 뒤 펑펑 울었다. 메달을 못 따서가 아니다. 슬럼프에 빠져 좌절하던 그에게 손 내밀어 이끌어준 김도균 감독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서도 스포츠여서 가능했던 훈훈한 장면은 희망을 안겼다.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임종훈·신유빈(동메달)이 북한(은메달)·중국(금메달) 선수들과 셀피(셀카)를 찍는 장면에 전세계인들은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며 감격했다. 복싱 여자 54㎏에서 임애지와 함께 나란히 동메달을 딴 북한의 방철미는 기자회견에서 처음엔 냉랭했다. 하지만 둘이 서로 안아줬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임애지가 “비밀로 하겠다”고 답하자 방철미는 미소를 보이며 분위기를 데웠다. 이제 웃음과 눈물, 감동을 뒤로하고 4년 뒤를 기약한다. 2028년 올림픽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다. < 파리=장필수 기자 >
이념·가치 둘러싸고 분열…‘세계 축소판’ 파리올림픽
17일 동안의 여정을 마친 2024 파리올림픽은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 속에서 열렸다. 파리 시내는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가득했고, 실제 대회 기간 통신망과 철도가 공격을 받기도 했다. 큰 사고 없이 대회를 마쳤지만, 개회식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이념과 가치를 둘러싸고 갈수록 더 분열하는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 올림픽이었다.
파리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단의 출전을 불허했지만, 가자지구를 공격한 이스라엘의 참여는 허가했기 때문이다. 서구 언론을 중심으로 2022 카타르월드컵 등이 열릴 때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던 것에 대한 반작용까지 더해져 아랍·중동권에서 비판 목소리가 특히 컸다.
아랍·중동권에서는 올림픽이 보편적 가치를 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서구적 가치만을 대변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어느 때보다 혁신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던 대회 개회식은 성적 다양성에 대한 포용 등의 메시지를 담았는데, 무슬림은 이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여기에 프랑스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히잡을 쓸 수 없다는 점까지 알려지면서 사실상 무슬림을 배제하는 대회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이유로 일부 무슬림은 에스엔에스(SNS)에서 대회 보이콧 운동까지 벌였다.
개회식 등에서 파리올림픽이 보여준 가치에 대해서는 서구권에서도 그동안 정치적 올바름을 비판해왔던 이들을 비롯해 우파와 가톨릭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대통령궁) 대변인을 통해 “국제 올림픽 운동이 체면을 잃고, 때로는 변태에 가까운 유사 자유주의적 표현의 희생자가 됐다”는 논평을 냈다. 이처럼 이번 대회는 세계가 점점 더 복잡한 양상의 문화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런 논란의 정점은 여자 복싱에 출전한 알제리 이만 칼리프(25)와 대만 린위팅(28)에 대한 공격이었다. 국제복싱협회(IBA)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선수가 엑스와이(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두 선수가 여성임을 명확하게 확인했고, 이후 국제복싱협회 검사의 신빙성에 대한 의혹도 커졌지만 논쟁은 멈추지 않았다. 서구권에서는 각종 정치인과 유명인이 이 문제를 쟁점화했고, 아랍·중동권에서는 서방이 아랍 여성(칼리프)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올림픽은 앞으로도 점점 더 이런 갈등이 드러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조금이라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엄격히 금지해왔다. 하지만 2021년 열린 도쿄 대회를 기점으로 성평등, 인종차별 반대 등에 대한 목소리에 대해선 보편적 가치라는 이유로 조금씩 빗장을 풀었다. 이를 두고 여러 집단에서 ‘왜 우리 목소리는 보편적 가치가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이준희 기자 >
‘파리 폐막식’ 날아다닌 톰 크루즈…올림픽기 넘겨받고 LA 앞으로
“빰 빰 빠밤, 빰 빠 빠밤∼”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가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무대가 됐다.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스다디움 지붕에 나타난 것이다.
밝은 조명이 그가 선 곳을 비추자 관중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크루즈는 관중들을 내려다본 뒤 지상으로 내려오는 대담한 스턴트를 선보이며 올림픽기를 넘겨받고 오토바이를 타고 스타디움을 빠져갔다. 이후 대형 화면에 나타난 그는 대서양을 넘어 엘에이(LA)의 랜드마크인 할리우드 간판 앞에 도착했다.
2024 파리올림픽이 4년 뒤 엘에이 올림픽을 기약하며 11일(현지시각)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폐막식은 각국 선수단이 자국 국기를 들고 차례로 입장하며 막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태권도 박태준(남자 57㎏ 금메달)과 복싱 임애지(여자 54㎏ 동메달)가 폐막식 기수를 맡아 행진했다. 북한 선수단 기수는 리세웅과 김미래가 맡았다.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0㎏에서 동메달을 딴 리세웅은 인공기를 힘차게 흔들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스타디움 내 대형 스크린에서는 북한 선수단이 휴대전화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폐막식은 올림픽이 잊힌 미래에서 온 탐험가가 차례로 오륜을 발견한다는 내용의 공연을 시작으로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스타드 드 프랑스 공중에 오륜이 완성되는 순간, 동그란 지붕을 타고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고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후 프랑스의 ‘국민 밴드’ 피닉스의 공연이 열렸고, 수많은 선수단이 단상 주변에 모여 축제를 즐겼다.
2024 파리올림픽은 올림픽 최초로 여자 마라톤 메달 시상식을 폐회식에서 했다. 역대 올림픽 폐막식 시상식의 주인공은 남자 마라톤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남자 마라톤을 여자 마라톤보다 일찍 시작했고, 여자 마라톤을 폐막식 당일 치렀다. 42.195㎞를 완주한 영웅들은 주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 앞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부터 메달을 받았다. 금메달은 시판 하산(네덜란드), 은메달은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 동메달은 헬렌 오비리(케냐)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대회를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도와준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각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과 휠체어를 탄 장애인 자원봉사자들이 단상에 올랐고, 관중들과 선수단의 축하를 받았다.
파리올림픽은 이날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역대 올림픽 중 최초로 센강에서 선수들을 태운 크루즈들이 행진하는 방식의 야외 개막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고, 약 1만500여명의 선수가 32개 종목 329개 메달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메달 순위 8위로 대회를 마쳤다. < 파리=장필수 기자 >
[국가별 메달 수]
1 |
USA
|
|
40 gold medals | 44 silver medals | 42 bronze medals | 126 total medals |
2 |
CHN
|
|
40 gold medals | 27 silver medals | 24 bronze medals | 91 total medals | |
3 |
GBR
|
|
14 gold medals | 22 silver medals | 29 bronze medals | 65 total medals | |
4 |
FRA
|
|
16 gold medals | 26 silver medals | 22 bronze medals | 64 total medals | |
5 |
AUS
|
|
18 gold medals | 19 silver medals | 16 bronze medals | 53 total medals | |
6 |
JPN
|
|
20 gold medals | 12 silver medals | 13 bronze medals | 45 total medals | |
7 |
ITA
|
|
12 gold medals | 13 silver medals | 15 bronze medals | 40 total medals | |
8 |
NED
|
|
15 gold medals | 7 silver medals | 12 bronze medals | 34 total medals | |
9 |
GER
|
|
12 gold medals | 13 silver medals | 8 bronze medals | 33 total medals | |
10 |
KOR
|
|
13 gold medals | 9 silver medals | 10 bronze medals | 32 total medals | |
11 |
CAN
|
|
9 gold medals | 7 silver medals | 11 bronze medals | 27 total medals | |
12 |
NZL
|
|
10 gold medals | 7 silver medals | 3 bronze medals | 20 total medals | |
13 |
BRA
|
|
3 gold medals | 7 silver medals | 10 bronze medals | 20 total medals | |
14 |
HUN
|
|
6 gold medals | 7 silver medals | 6 bronze medals | 19 total medals | |
15 |
ESP
|
|
5 gold medals | 4 silver medals | 9 bronze medals | 18 total medals | |
16 |
UZB
|
|
8 gold medals | 2 silver medals | 3 bronze medals | 13 total medals | |
17 |
IRI
|
|
3 gold medals | 6 silver medals | 3 bronze medals | 12 total medals | |
18 |
UKR
|
|
3 gold medals | 5 silver medals | 4 bronze medals | 12 total medals | |
19 |
SWE
|
|
4 gold medals | 4 silver medals | 3 bronze medals | 11 total medals | |
20 |
KEN
|
|
4 gold medals | 2 silver medals | 5 bronze medals | 11 total medal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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