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들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비방 다반사
소녀상 철거 주장하며 인증샷 찍는 '챌린지'까지

야권, '위안부 피해자법' 개정에 적극 나서 주목
피해자 명예훼손, 소녀상 모욕시 처벌 조항 신설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 지지…예술인 성명도
전시유랑단 "21대 국회 땐 좌절, 이번엔 반드시"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라는 단체는 전국의 소녀상을 찾아다니며 '소녀상 철거 챌린지'를 벌이고 있다. 사진=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페이스북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래 소위 뉴라이트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포진하고 친일매국 세력이 사회 곳곳에서 본격적으로 준동하는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하는 일까지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극우단체 회원들이 수요집회에 몰려가서 "위안부는 사기" "거짓말쟁이"라고 소리치며 욕설까지 섞어 조롱하는가 하면, 전국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다니며 '철거'라고 쓰인 봉지나 마스크를 씌우고 인증샷을 찍는 '소녀상 철거 챌린지'까지 벌이는 자들이 활개치는 실정이다.

이는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짓밟는 행위인데다, 나아가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확대·재생산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하게 금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관련 법규가 미비해 단속과 처벌의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웠다. 현행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약칭 '위안부 피해자법'은 보호 및 지원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어 위안부 피해자들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따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3당인 조국혁신당 등 야권에서 법 개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지난 13일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은 물론 '평화의 소녀상' 훼손·제거를 금지하고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위안부 피해를 '일제에 의하여 강제로 동원되어 성적(性的) 학대를 받으며 위안부로서의 생활을 강요당함으로써 입은 피해'로 규정하고 이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앞서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도 지난 6일 같은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역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을 금지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상징물에 대한 모욕 금지' 조항을 신설해 평화의 소녀상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汚辱)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점이 두드러진다. 서 의원과 김 의원의 개정안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야권과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한 관련 시민단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라는 단체는 전국의 소녀상을 찾아다니며 '소녀상 철거 챌린지'를 벌이고 있다. 사진=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페이스북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라는 단체는 전국의 소녀상을 찾아다니며 '소녀상 철거 챌린지'를 벌이고 있다. 사진=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페이스북
 

본격적인 법 개정 움직임에 예술인들도 힘을 보탰다. '전시유랑단' 소속 작가들은 28일 위안부 피해자법 개정을 적극 지지하며 법안 통과를 강력히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시유랑단은 화가들을 주축으로 한 참여 예술인들의 모임으로 '展示'가 아닌 '戰示'라고 표기해 거리에서 예술로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명칭에 담고 있다. <굿바이展 in 서울> <관동대지진 100년 만의 통곡, 아이고展> 등을 개최했던 '칠대삼 창작자 집단'이 전신이다.

전시유랑단은 성명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고 평화의 소녀상을 공격하는 극우 단체들을 규탄하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의 새로운 법안 제정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일부 극우 단체들은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며, 예술작품인 평화의 소녀상을 공격하는 등 극단적인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선 명백한 혐오와 차별의 표현이며, 피해자들의 상처를 다시 한 번 들쑤시는 가해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러한 법안들이 발의됐으나 입법 과정에서 좌절된 사실을 상기하며, 이번에는 반드시 이 법안이 통과되어야 함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특히 여성가족부의 입법 취지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강제동원'의 범위와 '유포' 행위의 처벌 문제를 이유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제는 이러한 법적·기술적 논의를 넘어서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 제2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며 "전시유랑단 작가 일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그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 법안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 정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성명서에 참여한 전시유랑단 소속 작가는 다음과 같다.

김순흥 이정헌 임그린 김영미 고경일 박철웅 민정진 박서연 박성은 김성태 레오다브 박성완 전종원 노주일 김서경 김운성 김사리 아트만두 이호 이구영 오종선 백영욱 설인호 유준 홍재승 노호룡 권동희 박재동 클로이 초이 김영식 이하 정민주 김우성 김화순 김종도 김동범 최성욱 주홍 하전남 유진숙 임진순 조아진

 

'관동대지진 100년 만의 통곡, 아이고展' 포스터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