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1년 만에 북부로 전선확대…'두개의 전쟁' 불사
이스라엘 '제한적 지상작전'에 헤즈볼라도 드론 쏘며 반격
미, 중동에 추가 병력 …'보복 딜레마' 이란 개입 여부 촉각
이스라엘이 1일(현지시간)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상대로 북부 레바논 국경을 넘어 지상 작전을 시작하면서 중동에서 가자전쟁 1년만에 확전 우려가 최고조로 치달았다.
이스라엘은 국경 남부를 맞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지난해 10월부터 전쟁을 이어가는 와중에 국경 북부에서 이란의 가장 강력한 대리세력 중 하나인 헤즈볼라를 상대로도 전선을 넓히며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을 맹폭 중이다.
미국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폭주'를 사실상 저지하지 못한 채 중동 지역에 미군 수천 명을 추가 파병해 이란 견제에 나섰다.
이란은 '오른팔'인 헤즈볼라의 고전 앞에서도 일단은 직접 개입은 보류하는 모양새다.
이스라엘군은 1일 새벽 북부 국경을 넘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를 상대로 제한적, 국지적 지상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이 사실상 레바논에서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지상전을 개시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지상 작전에 앞서 전날 저녁 레바논 국경 접경지 일부를 '군사제한구역'으로 선포한 뒤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집중 포격을 가하며 정지 작업을 했다.
이후 1일 0시께 헤즈볼라는 레바논 국경지대 아다이시트, 크파르켈라 등 마을에서 이스라엘군이 국경을 가로질러 움직였다고 주장했으며,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이스라엘이 현재 국경 근처에서 제한적인 (지상)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달 23일 헤즈볼라를 상대로 '북쪽의 화살' 군사 작전을 선포하고 레바논 남부 등지에 연일 대규모 공습을 진행해왔다.
이후 지난 달 27일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를 표적 공습해 살해한 데 이어 나흘 만에 레바논 국경 너머로 진입해 군사 작전의 '다음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 개시 직후 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 북부로 발사체 10여개와 드론 등이 발사됐다고 이스라엘군이 밝히는 등 헤즈볼라 측도 반격에 나서며 양측이 공세를 주고받는 모양새다.
이스라엘군은 동시에 공군과 포병대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의 군사 목표물을 공습하면서 지상 작전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인 30일 하루에만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전역에서 95명이 죽고 172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밝혔다.
아직까지는 지상 작전이 제한된 지역에서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스라엘이 최근 북부 지역에 병력 수천 명을 집결한 데 이어 국경 근처로 탱크와 장갑차 등을 최소 120대 집결시키는 등 작전이 더 큰 규모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전했다.
즉각 미국은 지상전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이에 대비해 중동에 미군 전투기 등 병력 수천 명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레바논 지상전에 대해 "지금 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미국 시각으로 30일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중동 지역에 F-15E, F-16, F-22 전투기, A-10 공격기 등의 비행대대와 지원 인력을 파병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 레바논에 "추가 병력을 보낼 필요가 없다"며 파병 가능성을 일축했던 이란은 아직까지 구체적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란은 지난 달 27일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폭사하자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는다"라며 보복을 다짐한 상태다.
앞서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에 이어 나스랄라까지 '저항의 축'의 핵심 세력들이 연이어 이스라엘에 목숨을 잃으면서 이란 내에서는 보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들 사이에서는 이미 서방 제재로 고립된 경제가 전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라 이란 입장에선 현 상황이 딜레마에 빠져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상전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레바논에서 전쟁을 피해 인근 시리아 등으로 넘어가는 피란 행렬도 늘고 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전날 오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레바논을 떠나 시리아로 넘어간 난민 수가 1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유럽 등 각국도 레바논 내 자국민들 대피에 나섰다.
베이루트의 주레바논 미국 대사관은 전날 성명에서 레바논을 떠나려는 자국민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항공사들과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독일 당국은 레바논 주재 자국 대사관의 비필수 인력 및 가족, 몸이 좋지 않은 교민 등 110여명을 태운 비행기가 베를린에 도착했다고 밝혔으며, 프랑스도 레바논 내 자국민 대피를 위해 해군함 한 대를 레바논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캐나다와 영국 정부도 자국민 대피를 위한 항공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국들은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며 더 큰 확전을 막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달 29일 레바논을 방문한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확전 방지를 위해 레바논 당국자들과 만났다고 WP는 전했다.
바로 장관은 아직 휴전을 위한 "희망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도 중동지역을 위한 최선의 길은 외교라면서 미국 정부는 레바논 상황 및 가자지구 휴전을 위한 "외교적 해결책을 진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연합 임지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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