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파병’ 다른 반응 이례적
특수부대 아닌 참관단 가능성
미·나토, 미 대선 의식했을수도
윤 정부 ‘국내 정치 이용’ 의심도
북한이 1만2천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다고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밝힌 가운데 미국과 서방은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다만, 파병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 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관련 질문에 “만약 사실이라면 그런 움직임은 우려스럽다”면서도,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각) 국정원 발표 관련 질문에 “현재까지 우리의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라고 했다.
그동안 한·미 정보당국이 군사위성 등으로 북한군 움직임을 밀착 감시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하게 정보 공조를 해온 것을 고려하면, 이는 이례적이다. 한국 발표를 과장됐다고 보거나, 정보 평가를 달리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나토의 한 고위 관리를 인용해, 특수부대가 아니라 러시아에 지원한 북한제 무기를 다룰 참관단이 배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북한 파병이 다음달 5일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 ‘공식 확인’을 미루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참전을 공식화할 경우, 미국과 나토로선 그에 대응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일 수 있다. 앞으로 미국과 나토는 북한 병력이 직접 전투에 투입될지 후방 지원에 집중할지에 따라 ‘북한군 참전’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전세계가 북한군 파병 사실을 아직 공식 확인한 건 아니다”라며 “당연히 우리는 그렇게 발표하지만 나라마다 입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뒤이어 국정원이 ‘북한군 참전 확인’ 보도자료를 낸 것을 두고 북한 정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워낙 사안이 엄중하기 때문에 진행된 일”이라고 반박했다. 통일부는 2016년 2월10일 국정원에서 넘겨받은 정보로 ‘북 리영길 총참모장 2월 초 전격 숙청’이란 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는데, 석달 뒤 엉터리 정보로 판명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발표 뒤 예상된 여론 악화를 국정원이 물타기하려다 벌어진 ‘정보 참사’였다.
한편, 시엔엔(CNN)은 19일 우크라이나 문화 및 정보정책부 산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입수했다며 보급품 지급을 위한 설문지 복사본을 보도했다. 설문지엔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러시아어와 함께 한글로 적혀 있다. 전날인 18일 센터는 러시아 극동 ‘세르기옙스키 훈련소’에서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군 장비를 지급받는 영상을 입수했다며 이를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공개했다. 27초 분량의 영상에는 “넘어가지 말거라” 따위의 목소리도 담겼다.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이날 채널에이(A) 인터뷰에서 “조만간 북한의 (부대)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탈환하려고 애를 쓰는 쿠르스크 지역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권혁철 정의길
김원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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