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과 대담에서 "당해보니 알겠더라"
"우리사회 정서적 내전…서로 제거하려 해"
"뒷골목 건달 패싸움처럼 가족들까지"
"과거엔 총칼 독재…지금은 영장 든 검찰 독재"
"윤석열, 불필요한 언동이 한반도 위기 불러"
"국민 기본생활 보장하는 게 지속 성장의 길"
"사실은 제가 워낙 이분(김대중 대통령·DJ)의 정책이나 삶의 여정이나 미세하지만, 많이 닮았고 결국 그 길을 또 가게 될 것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북스'에 출연해 <김대중 육성 회고록>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국 김대중의 길을 또 가게 될 것"
"정서적 내전 상태…서로 제거 원해"
이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5번의 죽을 고비, 55번의 가택연금, 6년의 감옥 생활, 777일의 국외 망명 등을 겪은 모진 탄압의 피해자이면서도 정작 대통령이 되고서도 보복에 반대하고 용서와 화해, 포용을 실천한 것을 두고 "과거엔 큰 정치인으로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언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최근엔 진심이었겠구나, 그래야 되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직접 많이 당해보니까"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한 이 대표의 진단은 엄중했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가 정서적으로는 거의 내전 상태를 향해 가는 것 같다.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 제거하고 싶어 한다. 그런 것들이 저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나타나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복에 반대했다. 이 대표는 "똑같이 되돌려주기 시작하면 나중에 감당을 어떻게 하느냐. 사람들은 내가 당한 피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에스컬레이트가 되면 끝이 없다. 그럼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윤석열 정권의 행태와 관련해 그는 "잔혹한 권력 행사라는 게 지금은 욕망 때문이지, 보복 감정은 사실 없는 거다. 정치 보복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고 정치 탄압, 정치 폭압이다"라면서 "이게 보복으로 발전할 수 있고. 보복 감정까지 더해지면 정말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정치의 가장 기본은 적정선에서 존중, 인정, 타협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뒷골목 건달들의 패싸움처럼. 가족들까지 불러다가 말이다. 이건 사람사는세상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군복에 총' 군사독재, 당사자 물·전기 고문
'양복에 영장' 검찰독재도 역시 인격체 파괴
이 대표는 "과거엔 군복에 손에 든 게 총과 대검인 군사독재였다면, 지금은 양복에 영장으로 바뀐 검찰독재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엔 사람을 압박하는 방식이 물을 먹이고 전기로 지지고 당사자만 집중적으로 했다면, 지금은 영장과 공권력을 가지고 이 사람의 주변을 파고, 그 주변의 주변을 파고, 그 주변의 주변의 주변을 파고. 하나를 잡으면 그 사람을 잡고 다음 사람을 잡고, 결국 타깃을 잡는 데 실제로 성공하고 있다. 그 과정에 저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검찰을 활용한 윤 정권의 '이재명 죽이기'와 관련해 이 대표는 "믿음이 없으면 견디기 힘들다. (그러나) 내가 법정을 쫓아다녀도 월급 받고 하는 일이다. 제가 겪는 어려움이란 견뎌낼 만한 것이다"라면서 "근데 견딜 수 없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세상에 무수히 많다. 온 가족 끌어안고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실제로 실행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집요하게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한 인격체를 파괴해 가면서 자기 욕망을 채워나가고 권력을 유지하는 본질은 군사독재와 똑같다"면서도 "어쩌면 지금이 더 어렵다. 그때는 불법, 부당함이 외부로 드러났다. 지금은 합법을 가장했다. 남의 일처럼 느낌이 잘 안 온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독재 같지 않은 독재, 쿠데타 같지 않은 친위쿠데타"라면서 "시스템과 제도를 활용해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진행되고 있고, 성공한다면 우리 사회 체제는 매우 위험한 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렇든 윤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국민이 승리할 것으로 믿느냐는 질문에 "승리할 것이라기보다는 승리해야 된다.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석열의 극단적 적대적 잦은 설화 비판
"안 해도 될 일을 하는 것은 정말 문제"
윤석열 정권의 외교와 관련해 이 대표는 "지금 워낙 국제 이해관계가 첨예해 우리 대한민국은 특히 외교가 중요한 상황이다. 외교를 잘하면 나라에 살길이 생기고 외교를 잘못하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면서 "국익 중심이 아니고 균형적이지도 실용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물론 국제적인 충돌이 있고. 진영이 갈라져 충돌이 격화되고 있긴 하다"면서 미국-중국 간 패권 경쟁에 '낀' 한국의 옹색한 처지를 인정하면서도 "결국은 불필요한 자극, 불필요한 언동 이런 것들이 점점 우리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북한, 중국, 러시아, 북한을 상대로 한 윤 대통령의 극단적이고 적대적인 잦은 설화를 겨냥했다.
이 대표는 "결국 한반도 평화 위기로 다가오고 외교 실패로 다가오니까 기업들의 경제영토가 줄어들고 해외 활동 영역이 좁아지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면 한국에 대한 투자와 평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라며 "해야만 해서 할 수 없이 하는 것이지, 안 해도 될 일을 하는 것은 정말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시민언론 민들레 기사('재정 펑크내고…남의 나라 민주주의 증진에 혈세 펑펑. 2024년 10월 10일)를 거론한 뒤 "저번에 싱가포르 가서 1억 달러를 기부했다는 보도를 보고 국회나 국민이 과연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일일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 서 대담하던 유시민 작가는 "자기 돈을 넣지, 아크로비스타를 팔아서"라고 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외교는 목숨을 건 거래"라면서 "관계가 악화될 염려가 있으면 부딪히면 서로 손해이기 때문에 더 조심하고 존중해야 한다. (윤 정권의 대북 초강경 대응을 염두에 둔 듯) 지금 부딪히는 걸 감수하겠다는 것인지, 그 이상인지 잘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과 관련해 이 대표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것도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문화국가를 준비했다"며 "지금 전 세계 한류의 씨앗을 그때 뿌렸고 세계적 정보통신 국가, 그것도 광통신망 구축에 투자해서...지금 그 열매를 가지고 우리가 누리는 데 이제 한계에 다다라 있다. 지금은 씨뿌리는 사람이 없다"라고 개탄했다.
포용 성장, 국민 기본생활 보장 역설
'사이다 이재명' 퇴색 비판에 "오해"
DJ의 대중경제론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포용 성장에 대해 이미 공통의 인식이 있다.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공평하게 누릴수록 더 오래 더 많이 더 크게 성장한다. 경제의 안정성도 총량도. 자원의 낭비가 적기 때문이다. 대중경제론도 그 얘기다. 그 당시 상황에 맞게 얘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독재 방식도 하나의 유용한 개발 정책이라고 한다. 그러나 끝이 안 좋다"면서 "포용 성장이 지속 성장의 유일한 길이다"라고 말했다.
DJ 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에 대한 반발에 대해 "국민의 기본적인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게 그 사회가 지속적으로 함께 잘 사는 길인데 이걸 낭비로 보는 것이다"라며 "그 돈으로 차라리 더 생산성 있는 데에 써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소수의 강자 중심의 사회로 간다.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론 실제로 효율적이지 못하다"라고 강조했다.
다수 제1야당의 대표가 된 이후 '사이다 맛 이재명'이 퇴색했다는 지적에 그는 "변한 게 아닌가 하고 요즘 저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민주당은 수권정당이고 국정을 책임지는 축이기 때문에 현실을 또 놓치면 안 된다. 그렇다고 지향과 가치에 너무 매몰될 수 없고, 균형잡기에 노력하고 있다. 지향과 가치를 중시하는 소위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과격한 주장, 아주 바른 얘기로만 할 수 없는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의 무게가 점점 커지니까 현실에 점점 더 천착하게 된다"라고 소회를 털어놨다. 이에 유 작가는 "권한과 역할이 큰 사람은 그 큰 권한과 역할에 맞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그렇지 않은 대통령 때문에 난리 아니냐"라고 말했다.
"지금은 동반자 시대…난 지도자 아냐"
노무현엔 "너무 많은 것 되돌아가 버려"
이 대표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정치 역사와 관련해 "박정희(전 대통령) 등 지배자들의 시대, 김대중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지도자의 시대, 지금은 동반자의 시대가 열리는 것 같다"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세상이 정말 많이 변해서 대중이 세상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게 촛불혁명으로 증명됐다. 민주당도 처음엔 다 웃었지만, 일상적으로 당원 중심 정당이란 엄청난 변화를 만들었다. 대중이 실제로 주체가 되어가고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사회로 온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저는 지도자가 아니다. 스스로 그렇게 불리기도 싫고 말하기도 싫다. 결국은 세상의 이런 흐름을 잘 쫓아가거나 함께 잘 가주면 된다"고 말했다.
노무현 센터 방문 소감을 묻자 이 대표는 "약간 슬픈 것도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되돌아가버렸다.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서 우리가 만든 성취고 전진인데 거의 순식간에 되돌아가는 현상을 위의 우리 어르신께서 보면 얼마나 슬플까"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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