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선거 자민당 참패, 일본정치 불안정 예고

● WORLD 2024. 10. 29. 01:2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자민+공명 60석 안팎 잃어 15년만에 과반 미달


자민당 정치자금 불법조성 비리 거센 역풍

집권 한달 이시바 총리 계속 집권 의지 피력

과반수 의석 미달인 ‘소수 여당’ 체제 가능성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7일 도쿄의 자유민주당(LDP)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투개표가 실시된 중의원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가 소집한 이번 조기 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은 과반수를 밑도는 의석을 얻어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2024.10.27. EPA 연합
 

27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이 확보한 의석이 의원 정수(465석)의 과반수(233석)를 밑도는 참패를 했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중의원 과반수 미달은 민주당 정권으로의 정권교체가 일어난 2009년 중의원 선거 이후 15년만의 일이다. 선거 전 자민(247석) 공명(32)의 의석 총수는 279석이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각각 191석(-51석), 24석(-8석)으로 총 215석(-59석) 밖에 얻지 못했다. 여당 성향의 무소속 당선자 등 비공천 당선자들을 영입하더라도 여당은 과반수를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비해 야당은 입헌민주당이 148석(+50석)을 얻었고, 국민민주당도 기존 7석에서 28석으로 4배나 의석을 늘렸다. 오사카 등 간사이 지방을 근거지로 한 제3당인 우파 일본유신회는 기존 44석에서 38석으로 6석이 줄었다.

 

각 당의 중의원선거 전과 후의 의석수 변화표. 맨오른쪽 칸이 선거전 의석수. 바로 왼쪽 칸 굵은 글자가 선거 뒤의 의석수. 맨왼쪽 칸은 자민, 공명,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공산, 국민민주당 순의 정당들. 아사히신문 10월 28일
 

거셌던 자민당 정치자금 불법조성 비리 역풍

자민당 파벌들의 정치자금 불법 조성 폭로사태 이후의 자민당 지지율 급락과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사퇴 뒤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정치자금 비리를 쟁점화하면서 연립여당 중의원 과반수 저지를 목표로 내세운 입헌민주당 등 야당이 의석을 대폭 늘렸다. 자민당 정치자금 비리로 인한 역풍은 예상대로 거세어서 정치자금 불법조성에 관여한 후보자 46명 중 9선 의원인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 등 28명이 낙선했으며,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이시이 게이이치 대표도 낙선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공식 집권해 이번 총선을 진두 지휘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책임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권 운용이 어려워지게 됐고, 투표일부터 30일 안에 소집되는 총리 지명선거를 위한 특별국회에서의 총리 선출과 이후 차기 내각(정권) 구성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도 과반수 미달이고, 대안 연립정권 구성을 주도하기 어렵다. 예전 민주당에서 함께 갈라져 나온 국민민주당은 자민당 정권과 협력한 적이 있는데다 이번 총선 뒤에도 다마기 유이치로 대표는 총리 경선에 나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를 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시바 총리 계속 집권 의지 피력

이시바 총리는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총리직 고수 의사를 피력하면서, 연립정권의 틀을 확대하거나 야당의 각외 협력(내각구성에 참여하지 않는 협력)을 통한 집권연장에 대해 언급하면서 “어떤 정책이든 함께할 수 있는지가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그가 자민당 내에서조차 다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시바 내각은 역대 최단명 내각으로 끝나게 된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교체야말로 최대의 정치개혁”임을 부각시킨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앞으로도 정권교체를 앞세울 것이고, 이는 내년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전략이기도 하다. 제3당인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 대표와 제4당인 국민민주당의 다마기 대표도 연립정권 참여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 정책마다 부분적으로 협력하는 각외 협력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자민+공명당도 야당인 입헌민주당도 다른 정당들과의 정권창출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중참 양원이 참여하는 총리지명선거는 1, 2위 득표자가 다투는 2차 결선투표 결과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제2당인 입헌민주당과 제3당인 일본유신회, 제4당인 국민민주당 등 야당은 1차 투표에서 각기 자당 당수(대표)에게 투표할 것이고, 2차 결선투표에서는 백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쪽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다수 득표자가 총리가 된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입헌민주당 대표가 15일 도쿄 외곽 하치오지에서 총선 유세를 하고 있다. 일본 총선은 오는 27일 치러졌다. 2024.10.15. AP 교도 연합
 

과반수 의석 미달인 ‘소수 여당’체제 가능성

그럴 경우 여당 의석이 과반수 미달인 ‘소수 여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 소수 여당 체제가 되면 예산안이나 중요 법안 등의 안건마다 야당과의 합의를 거치는 ‘부분 연합’ 형태의 정권 운용 형태가 되며, 그럴 경우 정권은 늘 불안정해지고 정책 추진력이 떨어진다.

1993년 중의원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는 비자민・비공산 8개 정당 및 정파들로 구성된 호소카와 모리히로 연립정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1994년에 8개월을 넘기지 못한 채 단명한 호소카와 정권 뒤를 이은 하타 쓰토무 정권은 사회당이 연립에서 빠져나가는 바람에 소수 여당이 돼 64일만에 무너졌다.

그 뒤를 이은 것은 자민당이 사회당, 신당 사키카케와 손잡고 꾸린 ‘자사사 연립정권’이었고, 그때 총리는 무라아먀 도미이치 사회당 대표가 맡았다. 자민당은 무라야마 총리가 1996년 1월 퇴진한 뒤 하시모토 류타로가 총리직을 맡으면서 다시 정권당으로 복귀했다.

사회당은 무라야마 대표 때 자민당과의 연립정권을 거치면서 당 정체성을 상실하고 이후 군소 야당으로 전락했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도 기존 1석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 민들레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