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KBS 기자들 “박장범 후보자, 물러나라”

● COREA 2024. 11. 9. 04:1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50기 막내부터 18기 최고참 기자 495명, KBS 추락 볼 수 없다는 절실함”
“내부 갈등 해소 위해 노력, 시청률·신뢰도 입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설명”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
 

KBS기자협회와 KBS전국기자협회가 박장범 사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공동 입장문을 냈다. 앞서 KBS에선 총 495명의 기자들이 실명을 밝힌 기수별 성명으로 박 후보자를 반대해왔다.

KBS기자협회·전국기자협회는 8일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50기 막내부터 18기 최고참까지, 서울은 물론 전국 각지의 KBS 기자 495명이 거의 동시에 한목소리를 냈다. 바로 박장범 후보자가 공영방송 KBS 사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 간부들은 천부인권처럼 편집권을 휘둘렀다. 박 후보자는 앵커의 권한이라며 후배들의 기사를 제멋대로 소개했고, ‘조그마한 파우치’라는 말로 KBS 뉴스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못을 박았다”며 “수신료 문제 해결을 위해선 시청자 신뢰 회복이 중요한데 회복은커녕 KBS 뉴스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사에 시청률 1위를 내주는 일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수도권만이 아니다.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과거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박 후보자가 앵커를 맡고 불과 1년 만에 일어났다. 신뢰도와 영향력 추락에 이어 회사 측이 금과옥조처럼 믿고 있던 시청률마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KBS 뉴스를 망가뜨리는 데 일조한 박 후보자가 공영방송 KBS의 수장이 된다면 회사를 더 큰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495명의 목소리로 모였다”며 “동시에 박 후보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어떤 모습에서도 공영방송 KBS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킬 모습은 찾기 어렵다는 냉정한 심판이자 평가”라고 박 후보자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KBS 인사청문준비단은 이 같은 기자들 비판에 “사내 기자들의 성명서에 대해 엄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후보자는 사내 통합과 내부 갈등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앵커를 맡은 이래 KBS 뉴스의 시청률과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청률과 신뢰도에 대한 입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설명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협회 편집위 “박장범 사퇴, 최소한의 예의”

“‘파우치’ 대담, 국민 정서 동떨어진  ‘용산 심기’ 살펴…

‘박장범  조직 내 신망’ 대통령실 평가는 황당무계”

 
 
▲지난 2월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 현장. 윤석열 대통령과 박장범 앵커. 사진=대통령실
 

KBS 기자들의 박장범 사장 후보자 비판 성명이 잇따른 가운데, 한국기자협회 편집위원회가 “KBS 구성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박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5일 기자협회보 ‘우리의 주장’에서 “방송 문외한이면서도 대통령과의 친분 덕에 지난해 11월 취임한 박민 현 사장의 연임이 유력해 보였다는 점에서 박 후보자의 사장 내정은 의외라는 게 KBS 안팎의 대체적 반응이었다”라며 “하지만 박 후보자가 사장 후보로까지 부상한 과정을 복기해 보면 이 정권의 권력을 누가 좌지우지하고 있는지, 정권이 공영방송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속내가 빤히 보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청문요청안에서 박장범 후보자에 대해 “뉴스9 앵커를 역임하며 언론인의 자질과 역량을 충분히 입증받았다”고 평가한 것도 지적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그가 맡은 KBS 9시 뉴스는 실상 기계적 중립조차 지키지 못했다. 북한과 안보뉴스 보도는 홍수처럼 쏟아졌지만 주요한 정치·사회적 현안들은 외면하거나 소홀히 취급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확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는 보도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실상 권력 비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임을 파악하는 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박 후보가 진행한 KBS 9시 뉴스의 일 평균 시청자는 168만 명으로 전임 앵커(247만 명) 시절보다 32%p나 줄었다”고 했다.

특히 지난 2월 박 후보자가 윤 대통령 신년 대담을 진행하며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파우치, 외국회사 조그마한 백’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국민적 정서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는 반면 ‘용산의 심기’는 알뜰하게 살피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의도된 것이건 아니건 결국 앵커 자리를 자신의 사장 도전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나아가 “33년차부터 지난해 입사한 막내기수까지 500명 가까운 기자들이 연명으로 비판 성명을 냈다. 2017년 고대영 전 사장에 대한 퇴진 연명 성명 이후 처음”이라며 “‘탁월한 친화력과 협상능력, 적극적인 자세로 조직 내 신망을 받고 있다’고 한 대통령실의 평가가 얼마나 황당무계한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3일 KBS 여권 이사들만 참여한 표결로 박장범 사장 후보자가 임명제청된 뒤 KBS 내부에선 정년퇴임을 앞둔 기수에서 가장 저연차 기수에 이르는 기자들의 반대 성명이 잇따랐다. 관련해 KBS 인사청문준비단 측은 기자협회보에 “사내 기자들의 성명서에 대해 엄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