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 공무원들에 ‘윤 대통령 퇴진 투표’ 불참 압박···“불이익 받지 말라” 경고
‘전공노 관련 근무기강 확립 철저’ 공문 배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인사혁신처가 감사원·방송통신위원회·검찰청 등에 보낸 공문에서 국가공무원법을 언급하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가 주도하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국민투표에 사실상 참여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야당에서는 “공포감을 조성해 퇴진 촉구 투표 불참을 압박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지난 5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련 근무기강 확립 철저’라는 제목의 공문을 배포했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5일 발송한 공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국민투표 참여 선언을 언급하며 “불이익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적혀있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인사혁신처는 이 공문에서 전공노의 윤 대통령 퇴진 촉구 국민투표 참여 선언을 언급하며 “이와 관련해 각급 기관에서는 소속 공무원들로 하여금 국가공무원법상 제56조(성실 의무), 제57조(복종의 의무), 제58조(직장이탈 금지), 제63조(품위유지의 의무), 제65조(정치운동의 금지), 제66조(집단행위의 금지) 등 각종 의무를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여 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인사혁신처는 이어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여 불이익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여 달라”고 했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000 퇴진 국민투표 참여 선언’(11.4. 보도자료 배포)을 하였다”며 윤 대통령의 이름을 ‘000’로 처리하기도 했다. 앞서 전공노는 지난 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와 5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참여 선언’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인사혁신처는 이를 인용하며 윤 대통령 이름을 ‘000’로 표기한 것이다.
이 공문은 국가정보원, 국무조정실 등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태원참사 특조위) 등에 발송됐다.
김 의원은 “인사혁신처가 국가공무원법을 들먹이며 윤 대통령 퇴진 촉구 투표에 불참하도록 공포감을 조성한 것”이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전공노가 왜 대통령 퇴진 투표 참여를 선언했는지 그 이유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경향 신주영 기자 >
▲7일 국립부경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찬반을 묻는 대학생들의 국민투표가 진행된 가운데, 학교 측이 경찰을 불러 대응하고 있다. ⓒ 부산대학생겨레하나관련사진보기
국립부경대학교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사실상 불허하자 대학생들이 총장직무대리 면담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진행 중이다. 학교 측은 지침에 따른 당연한 대응이란 입장이지만, 학생 측은 "과거로 퇴행"이라며 반발했다.
'정치적인 건 안 돼' 가로막힌 윤석열 퇴진 투표
8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정리하면, 국립부경대 학생 등 10여 명은 하루 전 대학본부 총장실 앞에서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이는 학교 측이 7일 대연캠퍼스 백경광장에서 펼쳐진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활동을 제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부스를 설치한 뒤 투표에 들어갔으나, 학교 측은 시설물 지침에 어긋난다며 이를 막았다. 이 과정에서 대학 내로 순찰차가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신분 확인을 위해 경찰을 불렀다. 종교나 정치적 목적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단 내용을 담은 지침을 적용한 결과다.
"경찰 불러 학생 쫓아내다니 말이 되나"
마찰이 빚어지자 학생들은 투표소 운영을 중단하고 항의를 위해 총장실을 찾았다. 그러나 직무대리를 만나지 못하자 그대로 문 앞에 주저앉았다. 이들의 농성은 자정을 지나 다음 날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이런 활동을 하기 위해 허가나 승인이 필요하단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고 발끈했다.
부경대 4학년인 왕혜지씨는 "정당한 목소리를 탄압하는 건 민주주의 시대와 맞지 않는다"라며 "총장직무대리의 답변을 들으려 여기서 밤을 새웠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앞서 그는 학내 광장 주변 100미터 내 투표 진행을 담은 집회신고서를 부산 남부서에 접수했다. 면담 확정부터 요구한 왕씨는 "날짜가 잡히지 않는다면 물러설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하는 윤석열퇴진부산대학생행동(준)과 부산대학생겨레하나는 학교 측이 과도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치 활동을 이유로 2024년에 설마 경찰을 불러 학생들을 쫓아내려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독재시대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학교 측은 "정당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해당 지침에 정치 종교적인 행사가 금지돼 있어 정해져 있는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해명했다. 농성에 대해선 "학생들에게 신분을 밝힌 뒤 정식적으로 요청하면 날짜를 잡아주겠다고 했지만, 직무대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해 난감하다. 현재 원만한 해결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소식을 접한 국립부경대 졸업생들은 "있을 수 없는 사태"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변청숙 부경대 민주동문회 사무국장은 "1980년대에서나 볼법한 장면인데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정치기본권은 학생의 당연한 권리"라며 "부당하다고 보고 같이 연대해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학생행동 등은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라며 지난달 24일 부산대 앞을 찾아 1만 명을 목표로 한 국민투표 돌입을 알렸다. 학생들에게 윤 대통령에 대한 퇴진 찬반을 물어 이를 12월에 공개하겠단 계획이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대학본부의 반대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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