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대회-촛불대행진-민주당 2차 국민행동
시청역 앞 대로서 오후 4시부터 연쇄 개최
"더 이상 못참겠다.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
경찰 폭력 대응으로 "6명 연행, 9명 부상"
촛불행진 10만명 "대국민 사기 담화" 성토
민주당 2차 장외집회…"무릎 꿇게 만들자"
윤석열 대통령의 반성없는 대국민 담화에 분노한 노동자와 촛불시민, 야당 당원 등 수십만 명이 주말 서울 도심, 한자리에서 한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을 규탄하고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을 요구했다. 지난주 30만 명이 거리에 몰려나온 데 이어 이번 주도 수십만 명이 집회에 나서면서 탄핵 열기가 끓어 오르는 모습이다.
9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중구 숭례문 앞과 세종대로 일대에서는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 행동의 날 등 집회가 연쇄적으로 개최됐다. 차도뿐 아니라 인도까지 발디딜 틈 없이 시민들이 몰려나왔다.
'윤석열 퇴진 광장' 문을 연 민주노총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참여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오후 4시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를 개최하고 대정부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노동조합원과 농민, 청년, 일반 시민 등 10만여 명(주최 측 추산)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 "노동자가 앞장서서 윤석열 정권 끝장내자"라고 외쳤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분노한 시민들은 이 나라 대통령이 김건희인지 명태균인지 묻고 있다. 그런데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윤석열 정권은 눈과 귀를 닫고 제멋대로 폭주를 멈추지 않겠다 한다"면서 "이틀 전 대통령의 끝장토론(대국민 담화)은 이 정권의 끝을 보여주었다. 권력 주체인 국민들이 틀렸다, 바꾸라 요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못하겠다, 안 하겠다 답했다. 이제 나가라 물러나라 퇴진하라 외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을 몰아낸 자리에 노동자 민중의 권력을 세우자" "새로운 세상을 윤석열정권 퇴진 광장에서부터 만들어가자"면서, "전두환의 군사독재보다 더욱 악랄한 검찰독재 정권, 이명박의 비즈니스 프랜들리보다 더욱 탐욕스러운 부자퍼주기 정권, 박근혜의 국정농단보다 더욱 파렴치한 국정파괴 정권,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우리의 힘으로 멈추자"며 "노동자 민중의 나라를 우리의 힘으로 세우자"고 외쳤다.
산별 노조와 지역에서도 윤석열 정권의 실정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퇴진에 한목소리를 냈다. 공공운수노조 박경득 의료연대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오히려 의료를 시장에 내맡기고, 민간보험을 활성화하고, 건강보험은 축소하는 민영화 방안이 들어있다"며 "대통령 말대로 의사를 아무리 늘려도 지역·필수의료에 단 한 명도 배정할 수 없는 게 의료개혁의 진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요구한다. 국공립공공의대를 만들어 공공의사를 양성하자 그리고 시장의료를 공공의료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자연구자 협의회(민교협) 사회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지금 전국대학에서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윤석열이 집권하자마자 2년 만이라는 단시일 내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 걸쳐서 반동과 퇴행을 자행했다"라면서 "그것도 모자라 국정농단을 하고 전쟁위기까지 조장한다"면서 "이런 대통령은 당장 퇴진시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오후 4시 노동자대회에 앞서 민주노총 16개 산업별연맹은 서울 도심 14곳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이후 각 연맹은 다른 경로로 행진해 본 대회가 열리는 숭례문 앞으로 결집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에 참가하려는 노조원과 시민들을 경찰이 강제로 막으면서 충돌이 일어났다. 시민들은 "열어라" "폭력경찰 물러나라"고 외치며 저항했다.
경찰은 본 대회 중에도 노조원과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집회 장소인 차도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이에 노조원과 시민들도 경찰 펜스를 들어 올리고 차도 밖으로 경찰을 밀어내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11명이 현행범 체포됐고, 100여 명이 부상 당했으며 일부는 병원으로 후송됐다. 집회도 예정보다 1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노동자와 야당을 이어준 촛불대행진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은 시작부터 힘찬 구호로 문을 열어젖혔다. 10만 여명(주최 쪽 추산)의 촛불시민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김건희를 구속하라" "여론조작 불법선거 윤석열을 탄핵하자" "대국민 사기 담화 범죄자 윤석열을 탄핵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기조발언을 통해 "윤건희(윤석열+김건희) 일당의 추악한 범죄행각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을 참칭하는 윤석열 김건희 사기꾼 일당들의 범죄 천국이 된 대한민국의 민낯을 똑똑히 보고 있다"며 "그러나 윤건희 일당은 명백한 범죄증거 앞에서도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전국민을 상대로 실시간으로 사기친다"고 힐난했다.
권 공동대표는 또 "국힘당 한기호와 신원식 안보실장이 주고받은 문자에서 보듯이 이자들은 우크라이나 참전으로 한반도 전쟁을 만들려는 자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쟁을 (우리 땅으로) 수입하겠다는 완전히 미친 자들"이라며 "이 모든 수순이 김건희 방탄용 전쟁기획이다. 김건희 범죄 덮자고 전쟁까지 시도하는 윤건희 일당을 용납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남은 것은 탄핵뿐"이라고 표효했다.
이에 시민들은 "범국민항쟁으로 전쟁광 윤석열을 탄핵하자" "전쟁으로 돌진하는 윤석열을 탄핵하자"라고 화답했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윤석열은 대국민 담화에서 2027년 5월 9일까지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며 "다른 말로 하면 2027년 5월 9일까지 내가 왕이라고 국민 앞에 뻔뻔하게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도 모르는 윤석열 왕 밑에서 2027년 5월 9일까지 버티고 살겠나. 저는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부끄러워서 그렇게 못산다"며 "윤석열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김세동 도봉촛불행동 대표는 "윤석열이 2027년 5월 9일 임기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날짜까지 이야기하는 거 보면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것 아니겠냐"며 "윤석열 임기는 윤석열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정한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들, 민주당 당원들, 촛불시민들이 드디어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다"며 "나라를 구하려는 애국의 마음 하나로 굳게 뭉쳐서 올겨울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탄핵하자"고 했다.
"국민에 복종 안 하면 무릎 꿇게 해야"
집회장의 열기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범국민대회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노동자와 촛불시민, 민주당원 등 20여 만명(주최 쪽 추산)은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성토하고, 윤석열·김건희 부부 국정농단 심판과 김건희 특검 등을 촉구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조국혁신당 신장식 원내부대표 등 야4당 당대표와 의원들도 참석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대국민 담화가 아니라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아무리 불법을 저질렀어도 수사받을 순 없다, 대한민국의 실질적 통치차는 김건희다, 그러니 찍소리 말고 가만히 있으라, 이것이 대국민 담화의 본질이었다. 단언컨대 윤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은 충분히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며 "이제 관망은 끝났다. 더 이상 관용은 없다. 이제 행동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은 김건희 윤석열 부부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입증하자"며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반드시 이행하겠다. 역사를 믿는다"고 다짐했다.
야 4당 대표의 연대사도 이어졌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이제 가장 빠른 방식으로 (윤석열을) 끌어내리자"며 "국회는 김건희 특검과 탄핵소추뿐 아니라 어떤 방식이든 합법적으로 국민주권을 실현해내야 한다고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이제 국정농단 증거는 나올 만큼 나왔다. 우리에게 놓여있는 선택지도 하나뿐"이라며 "이 무도하고 무책임하고 무자격한 정권을 내쫓자"고 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8년 전 박근혜를 탄핵시킨 게 누구냐. 바로 우리 국민들 아니겠느냐"며 "이 싸움은 대한민의 주인이 누구인지 판가름하는 역사적 순간이다. 검찰, 언론, 사법, 정치권력,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 주권자임을 똑똑히 보여주자"고 힘주어 말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원내부대표는 "조국혁신당 쇄빙선은 더 빠르고 단단하게 움직이겠다"며 "민주의 함대는 더 강력하게 움직여달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가는, 국가 권력은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고, 이 나라가 평화를 유지할수 있게 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더 많은 기회를 우리 국민들이 누리면서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바로 국가 권력이 해야할 일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인 국가권력의 원천은 국민이고, 이제 국민이 위임된 권력을 남용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면서 "국민의 어려운 삶을 살피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의 명령에 그들이 복종해야 한다. 스스로 국민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그들을 우리 앞에 무릎 꿇게 만들자"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첨병이다. 우리로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대한민국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란 것을 우리가 이 현장에서, 삶의 현장에서 증명해나가자"고 했다. 그는 "역사의 거대한 변화도 누군가 한 사람의 가슴으로부터 시작했다. 오늘 눈에 보이는 우리 이웃만도 우리 동지만도 이렇게 참으로 많지 않은가"라며 "가족의 손을 잡고 우리 이웃과 토론하고 현장으로 함께 나가자"고 했다. ( 이재명 대표 연설 https://youtu.be/CstC1NO4yUk )
민주당 범국민대회가 끝난 뒤, 시민들은 이어서 촛불행동이 진행하는 도심 행진에 참가했다. 숭례문→한국은행 앞 교차로→명동입구→을지로입구역→더 플라자 호텔→시청역 경로를 행진하며 "멈추지 않는 국정농단 윤건희를 끌어내리자" "김건희 방탄용 전쟁음모 탄핵으로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탄핵 집회의 열기는 다음 주에도 이어진다. 민주당은 야당, 시민사회 등과 연대하며 함께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16일 개혁신당을 제외한 야5당이 공동 대회를 개최한다. 1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처리가 관측되는 만큼 다음 주 집회에서는 특검 촉구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15차 촛불대행진도 예정대로 열린다.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오는 20일 2차 총궐기를, 다음 달 7일 3차 총궐기를 열 예정이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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